활동가 일지

활동가 라이프, 두 달에 들어서며

우엉군 2016. 12. 8. 10:58

 

 

활동가... 나는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칭하는게 맞을까?

 

지난 달, 10년간의 비즈니스 세계의 삶을 정리하고 비영리 섹터로 이동했다. 어제까지의 삶이 익숙했던 나로써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정상적이 않아 보였다. 어제까지 마음껏 휘둘렀던 기술들도 소용이 없었다. 몸이 아플 지경까지 밀어부치니 조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 달이 지나니 과연 적절한 접근이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제까지의 세계를 내려 놓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 세계는 언론이 가까웠다. 가용자원이 많았고 예산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었다. 언론이 좋아할만한. 하지만 비영리 섹터는 여러모로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자원"의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있다. 아침에 아내는 말했다. "기업은 시스템적으로 계속 과업이 주어지는 구조지만, 비영리 섹터는 스스로가 일을 만들어 내야 해" 그 말은 자원개발에 대한 말인 듯 했다. 과연 그런 것일까...

 

다시 미디어를 생각한다. 언론을 대하는 자세는 견지해야겠지만 아마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를 원점에서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 같다.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든 좋은 파트너이든 언론 외의 미디어 세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만 한다. 그 첫걸음으로 "기록"을 생각한다. 당연히 기사가 되고 당연히 알아주는 것이 아니니 하나하나 쌓아가는 수 밖에 없다. 기록과 고민이 차고 넘치면 그 때는 그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빈곤이라는 문제를 마주하고

 

그러니까 나는 이제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그런 자세를 가졌어야 하는게 아니었을까. 일전에 어떤 책에서 일본친구가 말했다. "모두가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있고 그것을 말할 수 있다면 당신도 활동가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강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아직 내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 아직은 그런 표현에 움찔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세계의 자세라면 나도 당당히 받아들일 수 밖에.

 

현재 나는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한다. 아직 국내에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단체이지만 그 비전과 업력, 그리고 사람들에 깊은 울림이 있기에 나만 좀더 잘하면 많은 부분들은 시간이 도와줄 거라 생각한다. 나의 이직 소식을 전했을 때 친구들과 지인들이 멋진 일을 한다고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내 안에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나는 다만 상황과 조건과 방향이 맞았을 뿐이다. 물론 단체의 뜻이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있다. 그 뜻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면 그 때는 나도 친구들과 지인들께 좀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빈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단체는 빈곤문제에 집중한다. 긴급구호가 최고 강점이긴 하지만 장기간의 현장 경험은 결국 어떤 재난재해에 대한 사람들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위치한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빈곤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계속 묻고 있다. 우엉우엉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포스터, 석양의 높은 구름을 바라보는 마음이 딱 지금의 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