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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음악 여행이나 떠나볼까? - 쿠바 하바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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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음악 여행이나 떠나볼까? - 쿠바 하바나

우엉군 2012. 2. 3. 23:44



또각또각. 저녁 8시 반, 영하 5도의 광화문 밤거리를 걷습니다. 행여나 미끌어질까 조심조심 바닥을 보며 걷는 사람들. 그 사이로 흐릿하게 새어나오는 입김. 눈 위로 선명하게 난 궤도를 통해 집으로 향하는 시간. 퇴근길입니다.

같은 길을 걷지만 귓가엔 계속 'Lily'가 맴돌고 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하바나의 풍경이 겹칩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래만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탈출이 아닌, 음악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말이죠.


1.
'치코와 리타 Chioco & Rita (2010)'는 무척 특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캐릭터, 스토리, 음악 등 어느 하나 놓칠게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 숨막히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때문이었죠. ^^

낯선 장소는 늘 나를 설레이게 만듭니다. '치코와 리타'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위해서 흔쾌히 한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의 풍경을 황홀할 정도로 표현해 냅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는 배가 들어오는 하바나의 전경을, 중반에는 입항하는 뉴욕의 전경을, 그리고 중간중간 유럽과 아시아의 풍경들을... 제작진의 정성에 항복할 수 밖에 없더군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http://chicoandrita.com/gallery.html


그리고 음악.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명곡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1999)'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쿠바 음악. 스토리만큼이나 애절하고 묵직하고 깊었던 그 음악들 또한 값진 선물이 되어주었습니다.

 


Lily


La Bella Cubana



2.

그냥 한 켠에 묻어둘 수도 있던 느낌이었는데 좋은 영화란 또 좋은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 좀더 돌봐줄까?" 생각이 들더군요. 오랜만에 연관 주제어로 웹서핑을 합니다. 그리고 김치군님과 아선랑님을 만났습니다.
 
먼저 쿠바 하바나의 진짜 풍경이 궁금했습니다. 저는 꽤 감성적인 타입이라 사진 한장에도 쉽게 여행을 결정하곤 합니다. 음.. 파울 클레 Paul Klee의 '피라미드'란 작품을 보고 북아프리카 여행을 떠난 적도 있으니까요. 흠흠.

여튼 김치군님의 '내여행은 여전히ing...'은 사진들은 정말 요긴했습니다. 튀니지, 몽골, 인도에서 느꼈던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멋진 사진들이었습니다. 10년 후 쿠바 음악 여행을 떠날 때 꼭 참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라며 좋은 여행기 계속 부탁드려요~


by 김치군님,
쿠바 여행 #16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올드 하바나(Havana Vieja)에서 만난 풍경

 



그리고 아선랑님의 '아선랑, 그리다...' 블로그. '치코와 리타' 검색으로 흘러들어간 아선랑님의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평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대학시절의 소중한 감성을 다시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일상 속에서의 낯선 만남을 그려낸 크로키, 좋은 사진에 대한 순수한 시선. 이런 모든 것들이 사진을 배우고, 미술을 좋아했던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줍니다. 지하철 풍경과 사라져버릴지 모를 중계동에 대한 풍경도 멋졌지만 그 중에서도 따님에 대한 크로키가 으뜸. 좋은 작품 계속 부탁드립니다!

 

by 아선랑님, 딸아이와 자전거


 


 

3.
다시 현실로 휘리릭. '치코와 리타' 여행을 마치고 작은 통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틈틈이 푼돈을 모아 나중에 여행자금으로 쓸까 합니다. 이를테면 딴 주머니인셈이죠. ㅋ 

하바나
해변에서 따뜻한 햇살 마시며, 피아노를 배우는 모습. 상상만해도 즐겁지 않으세요?



두 번째 블로그 시작합니다.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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