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시 (2)
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독거청년" p.19. 서윤후 시. 노키드 만화. 2017. 네오카툰 처음엔 이 작품의 실험성에 매료되어 선택했고 책을 덮을 때는 잃어버린 한 소년 때문에 너무나 먹먹하고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몇 컷을 흉내내면서는 그 자유로움과 성실함에 감탄하고 감탄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은 모호함의 시절을 말한다. 세상과 명확한 관계를 설장하고 명함같은 좌표가 설정되기 전의 시간. 마치 동이 터오기 전의 새벽녘의 어둠같은. 그 중심에 한 소년이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설명되지 않고 답이 없는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그것이 혼란스럽거나 당황스럽지 않았던 시절을. 작화는 소년의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받아들인다. 스스로 속도를 내지 않는다. 간혹 강렬한 시어에도 불구하고 걸음걸이를 유지한다. 때문에 정적..
요즘은 오로지 '삶'만을 생각하려 애씁니다. 더 나은 삶도 아닌, 더 멋진 삶도 아닌 오로지 '삶' 그 자체에 귀 기울이려 애씁니다. 하지만 좀처럼 삶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네요. 엠마뉘엘 르파주의 으로 체르노빌 30주년을 되새기고, 옥시 가습기 사건에 분노하고, 한강 누님의 맨부커상 수상에 환호하다가도, 미세먼지와 해운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또다시 시계 제로...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켜켜히 쌓여갈 수록 삶의 생생함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비스와바 누님이 계셔서, 잠시나마 정신 차리고 하늘을 한번 올려봅니다. 그러면 시대를 관조하는 그녀의 시선이 시공간을 넘어 전해지는 듯 합니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누님의 (2007, 문학과 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