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그아버지歌] '해수의 아이', 너에게 본문
2014.07.08 "해수의 아이" @삼일해물찜, 불광 by 우엉군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누구와 이야기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요. '수신자'를 특정하지 못하니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송신자'를 특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글은 정보만 담은 채 시간을 터널을 쓰윽 빠져나갑니다. 관계를 맺지 못하고 대화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글입니다.
쓸모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계속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전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뚜렷한 방향은 없지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마음에 관심사를 하나하나 기록하다보니, 겨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낯선 시간, 낯선 장소, 낯선 만남'이란 키워드의 주머니를 마련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오늘 10월의 끝날, 올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시점에서야 하나의 수신자를 발견합니다. 그건 바로 "미래의 아이". 여전히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지만, 올해 찾아와서 내년이면 만나게 될 그 녀석이 내게는 이 블로그의 첫 수신자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면 좋겠습니다.
그 녀석은 언제쯤 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요. 모릅니다. 어쩌면 중간에 블로그가 사라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그 날을 위해서라면 이 지루한 블로깅도 할만 할 것 같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많은 아버지와 부모, 그리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 마음으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엉우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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