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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일지

활동가 육개월 - 기술이 만드는 것, 마음이 만드는 것

우엉군 2017. 5. 31. 16:38


 

4월은 초속 5cm로 지나갔다. 매일 매순간 미세먼지 정보를 확인했고 그 가운데에서도 벚꽃을 기다렸다. 책상에서 고개를 올려들면 벚꽃이 지고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한다한다 했던 것들이 박차를 필요로 했다. 이미 시작한 것들이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처음 계획했던 시간보다 배 이상의 인풋이 필요했다. 숨가빴지만 다행이도 4월이 끝나기 전에 모든 결과물들이 나와주었다.


크게 세 가지 활동이 진행됐다. 방송인터뷰, 기고문, 소식지 창간. 모든 게 지금 단체에서 처음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모든 게 대표님과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었다. 방송인터뷰를 위해서는 대표님의 삶을 들여다봐야 했고, 기고문을 위해서는 대표님의 시야를 따라가야 했다. 그래도 그 두 가지는 늘 해오던 일들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방송의 경우에는 아무리 자료를 잘 만들어도 결국 편집과 자막이 결과물을 좌우하는 거라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도 너무 잘 나와서 놀랐다. 방송을 보면서 앵커의 예상 밖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던 대표님과 작가들과 미팅을 할 때 진심을 다해 단체를 소개하던 마케팅팀장이 생각났다. 마음이란 것은 어떻게든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인가 보다. 

 

가장 힘들었고 뿌듯했던 것은 소식지였다. 힘들었던 이유는 왜 내가 소식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술 한 잔을 기울이며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소식지는 이미 베스트셀러야. 처음엔 못 알아 들었는데 이해가 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읽어볼 독자들이 우리에겐 그 만큼 많은 것이다. 그 때부터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소식지 프로젝트에서 강약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동료에게 믿고 맡겨야 하는 부분에선 힘을 빼고, 쭉 가져가야 하는 기본 틀은 힘을 빠박!! 특히 마지막 페이지는 여러모로 과제였다. 걷고 걸었다. 그러다 인도주의 단체로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변화의 '증거'라고 생각했고 결국 그 '도구'까지 다다랐다. 그 때의 쾌감이란... 우여곡절 끝에 연기에 연기를 거쳐 소식지 인쇄감리가 있던 날. 결국 낮부터 제법 많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활동가 육개월 동안의 가장 크고 의미있던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밖에도 많은 만남을 이어갔다. 아동문학가, 패션디자이너 등등. 스쳐지나갈 수 있는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인연이 피어나고, 또 새로운 약속으로 이어져갔다. 나는 그저 내 소속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달랐다. 이미 완숙한 기술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아직은 서투르고 하고자하는 마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마음을 아직 나는 어떻게 대해 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좀더 그 마음이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좀더 맑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우엉우엉




"인생을 바꾸는 게 쉬워져야 한다." ... 김한민 작가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비수기의 전문가들>(2016, 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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