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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일지

활동가 팔개월 - 가설이 필요하다

우엉군 2017. 7. 13. 20:39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켄 로치, 황금종려상



6월 한 달, 내 마음은 정지해 있었다. 행사에 홈페이지 업데이트에 몸은 바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진전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도 함께 스톱. 무기력에 휩싸였다.


그러던 중 보고 싶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다. 다니엘 형님의 스프레이 휘갈김, 이웃에 대한 진심어린 눈길과 도움, 시민 이하도 시민 이상도 아니라는 성찰. 결과는 너무나 예상 밖이었지만 좋았다. 다 좋았다. 나도 좀더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별 진전은 없었다. 


<꿈의 제인>을 봤다.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포스터에 새겨진 제인의 대사가 가슴에 박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휴가를 냈다. 시간의 흐름은 혼란스러웠고, 여주의 인간상은 너무나 괴이했으며, 제도라고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 배경이 나를 불편하고 미안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좋았다. 괜찮은 어른인 제인이 좋았고, "UNHAPPY" 스탬프도 너무나 좋았다. 불행이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도 너무나 좋았다.


그래도 이틀을 가지 못했다.


오랜 지인을 만났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그건 꺼내지도 못한 만남이었다. 긴 대화가 이어졌다. 놀이, 수영, 가족, 교육, 합정망원을 거쳐 '가설'에 이르렀다. 어떤 조직에 있건, 무슨 일을 하건 자신만의 가설이 필요하다는 조언. 그 가설을 실험하고 검증하고 연마할 수 있다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조언. 그 조언이 붕 떠 있던 나를 살포시 땅으로 내려당겨주었다. 가라 앉아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공중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셈이었다. 


가설은 아직 요원하다.


그럼에도 그 후로 나는 내 업무의 중심에 '만남'이라는 키워드를 놓기 시작했다. '일한다, 돕는다, 지원한다, 협력한다, 소통한다'가 아니라 '만난다'가 내 가설의 출발점이다. 만남은 무엇을 낳을까. 아니면 만남은 무엇을 없애줄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꽤나 궁금하다.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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