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독거청년" p.19. 서윤후 시. 노키드 만화. 2017. 네오카툰 처음엔 이 작품의 실험성에 매료되어 선택했고 책을 덮을 때는 잃어버린 한 소년 때문에 너무나 먹먹하고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몇 컷을 흉내내면서는 그 자유로움과 성실함에 감탄하고 감탄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은 모호함의 시절을 말한다. 세상과 명확한 관계를 설장하고 명함같은 좌표가 설정되기 전의 시간. 마치 동이 터오기 전의 새벽녘의 어둠같은. 그 중심에 한 소년이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설명되지 않고 답이 없는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그것이 혼란스럽거나 당황스럽지 않았던 시절을. 작화는 소년의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받아들인다. 스스로 속도를 내지 않는다. 간혹 강렬한 시어에도 불구하고 걸음걸이를 유지한다. 때문에 정적..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인용했던 3월, 나는 깊이 더 깊이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매주 한 번쯤은 새벽 4~5시 사이에 눈을 떴고, 그러던 어느날 나는 운명의 주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 인생이 지구와 달처럼 공전자전하며 어떤 지점을 막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랜드, 한국, 시리아를 오가며 무엇이 더 근본적인 것인지. 그래서 결국 한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건지 묻고 또 묻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만 그 폭이 훨씬 폭이 넓어지고 무모해(?)졌다. 난생 처음 국제부를 만났다. 선임기자와 데스크를 만나 솔직히 물었다. 나는 증거가 필요했다. 언론홍보에 대한 일방향적인 에너지를 얼마나 더 유지해야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거절 당하는..
2월 중순까지 정신 없이 달리고 돌아보니 옆자리가 비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인턴 친구의 자리였다. 2016년말 "시티은행-경희대학교 NGO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인턴 친구를 만났다. 8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친구와 참 많은 일을 해냈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나 해치웠고 중간중간 갈증이 있던 다양한 실험과 업무를 쳐낼 수 있었다. 등 뒤를 맡기고 일한다는 느낌이었달까?ㅎ 또 다시 한 달이 흐르고 중요한 출장과 미팅을 마치고나니 문득 많이 그립다. 기업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저 일상의 하나였다. 비즈니스 세계에 사람이란 돈이 오가듯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NGO의 세계에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드물다. 그래서 순간 스쳐지나갈지라도 허투로 할 수가 없다. 특..
행사하기 적당해서, 행사하기 좋아서 활동가 라이프 삼개월째. 한 달간 작은 행사를 하나 준비했고 지난주에 마쳤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행사와 함께 tvn 드라마 도 끝났고, 후지TV 애니 도 모두 끝나버렸다. 주말에 무척이나 공허했다. 그런데 동시종영이라 그 공허함이 행사 때문인지 공유 때문인지 마지메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됐다. 그래서 이 참에 좀 정리를 하련다. 11월말 본부에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고 별 생각 없이 그저 누군가 한국에 들어오겠거니 생각했다. 12월초 그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업무라는 시그널이 감지됐다. 간단한 리서치로 나는 그의 커리어가 꽤 매력적이라 판단했다. 12월 마지막주 불과 4주를 남겨두고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스러웠던 건 지난 11월 언론에 대한 온도차를 직접 ..
오늘 애니메이션 을 봤다. 신카이 마코토의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명장면들이 단층처럼 쌓여 있던 멋진 작품이었다. 중간중간의 OST들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신카이 감독이 드디어 새로운 임팩트를 찾았구나 싶어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눈송이 씬은 의 빗방울 씬처럼 감동적이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처럼 사계절 패키지를 갖추려는 신카이 감독은 욕심쟁이 우후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애니메이션 의 관람차의 풍경이 자꾸 생각났다. 이 영화라는 미디어를 제대로 살렸다면, 는 TV 시리즈물의 속도와 정서가 참으로 잘 어울렸구나 싶었다. 그라고 내 일생의 명작 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으로 최종 라인업했다. ^^ 2016년 4분기 일본 TV 애니메이션 는 2016..
지난 8일, 청년허브에서 주최한 "삶의 재구성" 시즌 3 중 "청년지원의 재구성" 컨퍼런스에 참가했습니다. 난민 청년들에 대한 영국 단체 Refugee Youth의 사례가 궁금해 신청했는데 발표사례가 모두 여러모로 유익해 정리 및 공유합니다. 모든 사례들의 공통점은 청년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과정과 사람 중심의 더 다양한 주체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소규모 프로젝트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중심이었습니다. 참고로 훗날을 위해 느낀 점을 정리해두자면 세션보다도 연사에 끌려 참여를 신청하려고 했던 1인으로서 연사와 연사가 참여하는 세션이 소개 사이트에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좀 불편했습니다. 그 밖에 청중과 함께 2부 토론을 이끌어 가려는 방향성은 좋았습니다만 질문이 너무 광범..
활동가... 나는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칭하는게 맞을까? 지난 달, 10년간의 비즈니스 세계의 삶을 정리하고 비영리 섹터로 이동했다. 어제까지의 삶이 익숙했던 나로써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정상적이 않아 보였다. 어제까지 마음껏 휘둘렀던 기술들도 소용이 없었다. 몸이 아플 지경까지 밀어부치니 조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 달이 지나니 과연 적절한 접근이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제까지의 세계를 내려 놓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 세계는 언론이 가까웠다. 가용자원이 많았고 예산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었다. 언론이 좋아할만한. 하지만 비영리 섹터는 여러모로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자원"의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
한진해운 사태를 보며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내일을 생각합니다. 미래가 아닌 한치 앞을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오갈 수 없는 한국은 사실 섬나라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바다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극적 사고는 항상 바다에서 일어났습니다. 천안함, 세월호 이제는 해경까지. 가해자가 누구든 피해자와 희생자 앞에서 정부의 노력은 언제나 제한적이었고 실망스러웠습니다.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 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한국은 결국 하늘과 바다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신념이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9월말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고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미 정부가 한중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