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기계생명체의 공연을 상상한다 - 키네틱 아티스트 최우람 본문
2013년 12월 눈 내린 삼청동, 갤러리현대 아트큐브에서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를 처음 만났다. 들어올테면 들어와보라는 각 잡힌 '램프샵' 입구에서 몇 번을 발걸음을 돌리다 마음 단단히 먹고 입장. 들어서니 과연 관객은 혼자 밖에 없었다.
사방은 깜깜했고 규칙적인 기계음이 들려왔다. 각자의 빛을 품은 기계생명체들이 제각각의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말을 걸고 있었다. 그곳은 흡사 불운한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 같았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2층 계단 입구에 이 곳을 오르려면 맹약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한 중년의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그 분이 입을 열었다.
"사진 찍으셔도 되요. 작가분이 허락하셨어요... 작품 정말 좋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에요. 원래 여기는 쥬얼리 샵이에요. 최우람 작가가 특별히 요청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는거예요."
아트큐브의 사장님이셨을까? 그 분의 짧고도 호의적인 소개로 일순 정상적인 감각이 회복되었고 작품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벽과 천장에 걸쳐 공간 곳곳에 Gold Insecta Lamp, Gold Cakra Lamp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각 작품의 움직임에 따라 빛은 그림자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마치 언제 했냐는 듯 지루함 없이 영원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라도 만들어 내 듯이.
최우람 작가의 'Una Lumino' 드로잉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고 틈틈이 최우람 작가의 작품들을 들여다 봤다. 독보적인 키네틱 아티스트. 몇몇의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움직임'에 대해 얼마나 큰 매력을 느끼는지, 조각에 움직임을 불어넣으며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시키고, 하나의 생명체가 고립되지 않도록 하나의 맥락과 서사를 부여하는 일련의 작업을 얼마나 즐겁고 활기차게 하는지 알게 됐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마치 우주 저편으로 빨려간 것 같기도 하고, 심해 어딘가를 향해 하염없이 가라 앉는 것도 같다. 들숨날숨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아련하다. 작품이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생명을 지탱하는 섬세함과 고단함이 함께 느껴진다. 그들의 손짓과 몸짓이 빛을 만나고 소리를 만나면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자와 목소리를 갖는 완성체가 된다.
최우람 작가
"현재까지의 제 작업은 생물학적 관심으로부터 촉발된 상상의 생명체를 기계장치를 통해 좀더 완벽하게 구현하는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무용극을 준비하듯 기계생명체는 아직까지 자신만의 섬세한 움직임을 찾는 중입니다. 제가 상상한 생명체의 형태가 지닌 한계 속에서 가장 완벽한 몸짓을 구체화하고 있는 중이지요. 이 과정을 거친 후 저는 기계생명체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상상하곤 합니다. 기계생명체가 연기자가 된 총체극을 해보고 싶어요."
- 최우람 작가, ART:MU 인터뷰 中, 2013.09.01
최우람 작가는 초기 작품들은 곤충과 식물들에서 출발해 점차 식물과 동물로 진화한다. 그것은 규모적인 측면보다 움직임의 섬세함 측면에서 진화하는 것 같다. 이미 20년을 작업해온 그가 또다른 20년을 쉼없는 창조해 나간다면 우리는 그를 통해 단순히 작품이라고 부르기에는 압도적인 하나의 생태계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의 세계가 경이롭다. 우엉우엉
U-Ram Choe
Gold Insecta Lamp (2013)
metallic mateiral, machinary, magnet, electronic device (CPU board, motor, LED)
15(w) x 15(d)cm x 36(h)cm.
Gold Cakra Lamp (2013)
metallic material, machinery, electronic device (CPU board, motor, LED)
55(diameter)cm.
Una Lumino (2012)
Installation view : Samsung Engineering, Seoul, 2012
metallic material, motor, LED, CPU board, polycarbonate
850(h) x 710(w) x 670(d)cm.
Custos Cavum (2011)
metallic material, resin, motor, gear, custom CPU board, LED
220(h) x 360(w) x 260(d)cm.
신 화
아주 오래 전 두 개의 세계가 있었다. 두 세계는 작은 구멍들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마치 숨쉬는 것처럼 서로 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구멍들은 자꾸만 닫히려는 성질이 있어서, 각각의 구멍 옆에는 늘 구멍을 지키는 수호자가 하나씩 있었다.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이라 불리던 이 수호자는 바다사자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늘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커다란 앞니로 구멍을 갉아 구멍을 유지하였다.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들이 어딘가 새로운 구멍이 생겨나는 것을 느끼게 되면 깊은 잠에 들어가고, 죽은 듯 자고 있는 그 들의 몸통에서는 유니쿠스(Unicus)라 불리는 날개 달린 홀씨들이 자라 났다. 이 유니쿠스(Unicus)들은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의 몸통에서 떨어져 다른 구멍으로 날아가 새로운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으로 자라나 새로 생겨난 구멍을 지켰다. 하지만 어느 날, 다른 세계에 대한 기억이 사람들의 머리에서 점차 사라지면서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들은 힘을 잃어갔고 하나씩 하나씩 죽어갔다. 결국 마지막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마저 죽어가자 마지막 구멍도 닫혀버리고, 두 개의 세계는 완전히 분리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완전히 지워졌다. 어제밤 나의 작은 마당에 마지막 남은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뼈에서 유니쿠스(Unicus)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세상 어딘가에 다른 세상과 통하는 구멍이 다시 열렸을 때 그들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다는 오래된 이야기처럼…
Opertus 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Moon, 2008)
Scientific name : Anmopial Pennatus lunula Uram
aluminum, stainless steel, plastic, electronic device (BLDC motor motion computing system)
closed 420 (w) x 130 (l) x 420(h)cm open 490(w) x 360(l) x 500(h)cm. 2008
Installation view : Art station Foundation, Poznan.
Recycling (2000)
scientific name : Anmoreal Pagurus Samuelis Uram. illustration.
작가 인터뷰
Kinetic sculptor puts cyber dreams in motion.
The Creators Project
2013년 최우석 작가 개인전이 열렸던 갤러리현대 아트큐브 '램프샵'
* Reference
최우람 작가 홈페이지 http://www.ur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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