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Eric Hobsbawm 본문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p.672 (에필로그)
며칠 전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레닌 동상을 철거했다는 뉴스를 보며, 문득 마르크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 Eric Hobsbawm이 생각났다.
모든 역사가 왕조와 통치자 중심으로 서술할 때, 역사의 관점을 아래인 민중에게로 돌려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역사학자. 한 때 공산주의자였던, 끝까지 사회주의자로 남았던, 그래서 역사학의 논쟁에서 늘 대칭점을 제공했던 괴짜 에릭 홉스봄. 그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 Interesting Times>(민음사, 2007) 중 일부를 적어둔다. 우엉우엉
#1. 유대인에 대한 입장
나는 조상들이 믿었던 종교의 관습을 지켜야 한다는 심정적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다. 한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연대를 요구하는 작지만 호전적이고 무화적으로 낙후했으며 정치적으로 공격 일변도로 나아가는 민족국가에는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20C 말부터 유행이 되었지만, 나치의 대학살에 기대어 유대인은 사상 유례가 없는 박해를 받은 집단이라고 세계 양심에 호소하는 "희생자" 의식에 나까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는 겨레의 휘장을 달지도 않고 나라의 깃발을 휘날리지도 않는다. 역사가로서 판단하기에 나는 만일 세계 인구의 0.25%를 차지하는, 내가 그 일원으로 태어난 종족이 '선택' 받았거나 특별한 민족이라는 주장이 조금이라도 정당하다면 그것은 과거나 현재 또는 미래에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그 부족이 모여 살았던 게토나 집단 거주 구역 안에서 이루어진 업적 때문이 아니라 유대인이 게토를 떠나도록 허용받았거나 스스로 떠나는 쪽을 선택한 이후로 주로 두 세기 동안 드넓은 세계에서 그들이 인류를 위해 이룩한 괄목할 만한 업적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p.54 (빈과 유대인 소년)
#2. 정치에 대한 관점
소련이 무너지고 나서 10년 남짓 지난 지금 두려움이 다시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부자와 부자한테 하도 설득당하여 부자가 없으면 망한다고 믿는 정부는 빈자에게 안겨줘야 하는 것은 경멸이 아니라 양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의 조직력이 약해지고 공산주의가 해체된 지금 위협은 이성의 적에서 생겨나고 있다. 바로 종교나 민족/부족 근본주의자, 외국인 혐오주의자, 지금 인도, 이스라엘, 이탈리아의 정권을 쥔 세력처럼 파시즘의 후예거나 파시즘에 고무받은 정당들이 그들이다. 반세기 동안 반공주의로 냉전을 이어왔는데 미국 영토 안에서 미국 국민을 살상한 미국의 유일한 적이 한 때 미국의 극우 광신도들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수많은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사회주의냐 야만주의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사회주의에서 등을 돌린 것을 세계는 다시금 후회할 것이다.
- p.459 (정치 관람자)
Eric John Ernest Hobsbawm
1917~2012
영국 마르크스 역사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생, 유대계 영국인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 등 집필
재즈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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