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사과하는게 CA의 일입니까?" - 치프 플라이트(2013) 본문
최근 벌어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CA(Cabin Attendant, 항공 객실 승무원) 본연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땅콩 과자를 제공하는 것이 (대졸) 승무원의 역할은 아닐텐데요. 장거리 노선이 늘어나면서 하늘 위의 호텔급 서비스 제공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생각하는 게 국내 대형항공사의 현주소인 듯 합니다. 그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 서비스가 처음부터 고객 환대 중심이었을까요?
일본 최초의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일본 드라마 <치프 플라이트 チープ・フライト>(2013)는 이 부분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0년 일본항공(JAL)의 파산을 경험했습니다. 2012년, JAL은 우여곡절 끝에 새출발하게 됐지만 일본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죠. 2013년, 더이상 저가항공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던 JAL은 저가항공사 자회사인 JAL Express를 설립합니다. 아마도 드라마 <치프 플라이트>는 당시 항공업계와 이용객들이 받아들였던 또 다른 충격을 재현한 듯 합니다.
<치프 플라이트>는 수익저하, 비용압박, 한계사업 돌파를 위해 대형항공사 ALJ가 저가항공사 'CHERRY'S'를 설립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창립멤버는 세 명. 사장 '호시', 외국계 LCC 경험자 총괄관리부장 '타카시', ALJ 10년차 베테랑 스튜어디스 '미하루'로 구성되죠. 이야기는 대형항공사에서 정통 CA 서비스를 수행해 온 미하루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예상하다시피 새로운 발상과 업계 관습의 충돌이 주 내용이죠. 뻔한 이야기이지만 항공산업의 핵심가치, CA의 기대역할, 그리고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세들은 곱씹을만 합니다. 맛보기 컷 살짝 공유합니다. 우엉우엉.
#1. "사과하지마."
"손님이 찾는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고객에게 사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미하루)
VS.
"사과하는게 CA의 일입니까? 당신은 Cheap Attendant구만? 고객에게 아첨따윈 팔지 않습니다! ... 우리들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타카시)
#2. RESET
"응시자격은 미소뿐입니다. 연령, 경력은 묻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선발한 기준은 단 한가지입니다. 이 사람들로부터 식사를 받아보고 싶다. 그것 뿐입니다."
+
"새로운 회사이기 때문에 아마추어라도 환영하는거여. CA가 좀 멋져 보이기도 했지만 간호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에 대한 꿈이 있단 말여." (유키)
#3. "우리는 보안요원"
"CHERRY'S CA의 일은 화물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운반하는 것 이외 쓸데없는 서비스는 필요 없습니다. 청소도 합니다. 그랜드 근무, 청소, 기내판매, 그 어떤 것도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 합니다'의 간판무스메입니다."
X
"CA는 서비스 요원이기 이전에 보안요원입니다. 쾌적한 하늘여행을 제공하기 위함이 아닌 고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4. "고속버스를 이기고 싶구만"
"안전과 신용을 지키는 것에 시간과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호시)
ㅣ
"사장님은 비행기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사람들이 탈수 있는 항공회사를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타카시)
비행기 1기(중고 No), 좌석수 180개, 일 8회 운항, 회전율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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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 최대 격전지 동남아의 현주소, 2014.05.27, The Economist (번역)
'사고친 재벌'이 두려워 하는 건 대중이 아닌 소비자, 2014.12.18, WSJ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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