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뚝섬유원지 한강 산책길에서, '어쿠스틱 콜라보' 본문
그냥 막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끔은 미친듯이 달리고 싶은 날도 있죠.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길이 없어 '한강'을 향했습니다.
돌아보면 한강은 제게 참 많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흐리멍텅하고 무기력했던 시절, 햇살을 받으며 한강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은 밤의 방식대로 강내음, 풀내음으로 텅 빈 가슴을 차분하게 채워주었죠.
그 길 위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친구가 있으면 뜬금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고, 낮에는 도시락 밤에는 캔맥주 하나 손에 들고 이런저런 고민과 꿈을 나누었습니다. 찰랑찰랑 거리는 물결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런데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음악소리에 맞춰 구르는 젬베 소리를 만났습니다. 정장 차림의 한 아저씨가 분수대에 걸쳐 앉아 포터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에 맞춰 연주를 하고 있었죠. 조금은 쓸쓸한 자세로, 그래도 즐겁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그 분은 4년동안 퇴근길에 이 곳을 찾아 연주를 해왔다고 합니다. 아이의 등을 두드리듯 토닥토닥 젬베를 두드리며 밤하늘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분을 통해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어떤 삶의 자세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된다고. 달빛 아래 걷고, 노래하며, 사랑해도 된다고 귀뜸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분이 연주했던 달콤한 노래, 어쿠스틱 콜라보의 '그대와 나, 설레임' 공유합니다.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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