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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를 닮은 카페 - 효자동 'COCOI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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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를 닮은 카페 - 효자동 'COCOIN'

우엉군 2012. 11. 4. 22:47

 

오랜만에 무작정 걸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아님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거리는 무척 한산했습니다. 두 개의 터널을 지나 효자동에 이르렀고 무척 인상적인 카페를 만났습니다. 구기동에서 청운동을 거쳐 효자동까지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가 몇 개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곳이라니... 확실히 공간도 사람처럼 인연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카페 COCOIN을 두드린 것은 지나가는 길에 무심코 눈에 들어온 액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만화' 같더군요. 많은 카페들이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며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지만 '만화'를 전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기분 좋게 오늘의 첫 손님을 자처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박재동' 화백의 그림들이더군요. 사장님(?)께 연유를 물으니 갤러리 그림들을 가져다 전시하는데 갤러리 관장님과 박재동 화백 두 분이 친분이 있어 이미 몇 차례 전시를 진행하셨다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건 각 그림 아래 가격표가 붙어 있어 원하는 그림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시아프 ASYAAF의 학생들 그림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이라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ㅋ

 

 

박재동 화백의 작품 '우리 딸래미'는 정말 따뜻했습니다. 탐 나더군요 ㅎ

 

카페 COCOIN이 엄선한 노래들을 들으며 창 밖으로 일요일 정오의 한가로움을 하염없이 보고 있을 때,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군고구마를 주셨습니다. 오늘부터 군고구마를 개시한다고 하시면서. 아메리카노가 부드러워 떼를 써서 한 샷을 서비스 받은 상태였는데 고구마까지 주시니 참... ㅠㅠ 근데 아메리카노에 군고구마. 처음 먹어보는 조합이였는데 근사한 맛이었습니다. 창 밖의 행인들이 슬쩍슬쩍 쳐다보더군요. 하긴 저도 제 모습이 신기했으니까요. ㅎ

 

 

 

낯선 새로운 공간들은 늘 제 자신을 일깨웁니다. 낯선 공간은 꼭 질문하는 것 같습니다. 네 삶은 이 곳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고... 전혀 새로운 장소에서도 너는 살아갈 수 있느냐고... 그래서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어떤 교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제겐 큰 선물입니다. 그들의 삶에서 힌트를 얻고 힘을 얻어가니까요. 반가웠습니다. 우엉우엉

 

 

- 가을, 효자동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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