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2박행] 눈 쌓이듯 고요한 휴식 - 진부 마들렌펜션 & 월정사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HERE

[2박행] 눈 쌓이듯 고요한 휴식 - 진부 마들렌펜션 & 월정사

우엉군 2012. 9. 11. 00:15

 

    아무리 국내여행이라 해도 1박은 너무 짧고, 3박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어차피 돌아와야하는 회사원의 여행길이라면 2박 정도가 딱 적당하다.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첫날,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둘째날, 다시 만나는 모든 것이 정겹고 아쉬운 마지막 셋째날. 멋진 삼 박자.

 

    올해 사진을 정리하다 2월 강원도 평창 진부 여행을 회상하고 있자니, 그날의 평온함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일어선다. 훗날을 기약하는 마음 반. 인연을 맺은 곳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반. 그저 그런 마음으로 적는다.

 

 

#1. 정겹고 푸근한, '마들렌펜션'

평창 진부 '마들렌펜션'

 

    무엇보다 여행이 좋았던 건 우리의 아지트 '마들렌 펜션'. 검색하다 마침 할인이벤트 행사가 있어 별생각없이 예약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그것만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건설업에 몸담으셨다는 주인아저씨는 꼭 '세상 끝까지 가봤지만 별거 없더라' 임원같았고, 주인아주머니는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맘좋은 이모같았다. ^^ 첫날밤, 빈배를 뭐라도 채워야할 것 같아 반공갈로 "라면있으며 하나만 주세요" 말씀드렸는데 라면에 김치까지 흔쾌히 주셔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뭘 더 주시려고 해서 후다닥 뛰쳐나왔다는... ㅋ

 

 

 

 

#2. 전나무숲길을 열어둔 '월정사'

월정사

 

    진부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동네는 작고, 특별한 먹거리도 별반 기대할 수 없다. 적극적 휴식을 하기에 적합한 동네는 아니다. 하지만 또 그게 매력이다. 마냥 한가로울 수 있는 동네인 셈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어쩔 수 없는 여행자. 우리는 버스를 타고 생각보다 거리가 있는 월정사로 향했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마침 눈이 수북히 내렸던 시기라 눈 쌓이는 소리, 전나무 아래로 투둑 눈 떨어지는 소리, 언 몸을 녹이는 전통차 향기 등 나름의 소박하고 잔잔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었다.

 

 

 

#3. 송어회, 무엇보다 산채정식

 

    누가 뭐라든 여행의 최종 승자는 그곳만의 음식. 옆동네만 가도 메밀 요리들이 쫙 깔렸는데 진부는 아무리 뒤져도 변변한게 없다. 다만 송어회와 산채정식이 진부의 면을 겨우 세워줄 정도. 미식가들에게 이 동네 음식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처음 이들을 접한 내겐 참 특별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날 알게된 '부림식당' 산채정식의 담담하고 고소한 맛은 입은 물론 눈도 휘둥그렇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휴식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던 만큼 특별한 모험이 있진 않았지만... 연인들이 세상에 단 둘만이 있다는 환상을 위해 먼 나라의 섬을 찾듯, 진부는 그렇게 강원도 산과 산 사이에 조용히 숨어 작은 공간을 내어준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와 단 둘이 세상을 걸었고, 하늘과 땅이 하얗게 만나는 그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 모든게 한차례 매듭을 지을 때쯤, 또 한 차례 찾아가 그 뻔한 여행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 우엉우엉.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