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명동의 숨은 절경 - 옥상정원 '배롱나무카페' 본문
억새로 둘러쌓인 옥상정원 끝자락, 뒤로는 명동 한복판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멋진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도심 한 복판을 바라보며 옥상 정원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골목을 누비며 숨은 공간을 찾아내는게 취미였건만 출산 이후로는 이 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린 삶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가을 날. 도심 속 가까운 곳에서 뜻밖의 멋진 장소를 만난 것은 마치 인생의 친구를 알게 된 것 만큼이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합니다.
장소는 서울 명동 입구 유네스코회관 12층 '배롱나무카페'. 엘리베이터는 11층까지만 운행하지만, 11층을 나서 옥상정원을 통과하면 옥상의 저 안쪽에 유네스코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다소곳이 자리를 펴고 있습니다. 옥상정원 곳곳에는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키작은 관목들과 형형색색의 꽃들도 제법 멋스럽게 질서를 맞추고 있죠. 안타깝게도 금연입니다. 흡연공간을 일부 갖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텐데...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1관(8~16명, 좌), 2관(20여명, 우)은 회의 용도로 대관도 가능하다.
카페는 커피 외에도 차, 요거트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스낵류도 있구요. 메뉴 가격 모두 착합니다. 수익은 기부하는 듯 했습니다. 미팅 공간 대여도 가능합니다. 카페는 2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1관은 8~16명, 2관은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1시간에 1만원 최대 3시간 이용가능하며 단 점심시간(12:00~14:00)은 대여불가합니다. 둘 중 하나를 대여하면 남은 한 공간은 개인 손님들을 위해 대여하지 않는 규칙도 있구요. 전시회도 진행가능한 듯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엔 11층 유네스코홀에서 전시중인 명동국제아트페스티벌 MIAF 작품의 일부가 함께 전시 중이었습니다. 음악은 김동률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비치된 <유네스코뉴스>에는 배우 이영애씨의 특별대사 위촉과 유네스코 UNESCO 70주년 소식 등이 실려있었습니다. 무상초등교육 권고(1948), 세계저작권협약(1952), 유럽입자물리연구소 CERN 설립(1954), 세계유산지정(1972), 국제전자도서관 설립(2009) 등 유네스코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더군요. 힉스 입자를 발견한 CERN 설립에 유네스코가 있었다는 것은 대박이었습니다.
10년만에 찾은 유네스코는 변함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배롱나무카페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는 모습에는 작은 울림도 전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랍니다. 덕분에 여유있는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배롱나무카페, 명동 유네스코회관 12층, 08:30~20:30, 예약문의 02-776-9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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