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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환상적인 캐릭터에 빠져들다 - 카멜롯의 그림자 (2005)

우엉군 2012. 5. 20. 19:08

'카멜롯의 그림자' 티저 광고 일러스트 (by Day of Wonder 社)

 

1.

    구루피플즈에서 진행된 '보드게임 만들기' 두 번째 모임은 과제 발표로 시작됐습니다.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마다 평소에 막연히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풀어냅니다. 1인용에서 처갓집까지, 윤리에서 직업체험까지 자신의 업과 삶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소재들이 콸콸콸 흘러 나옵니다.

    발표를 모두 마치자 게임 컨설턴트 김형철 선생님께서 놀이와 게임 속성의 차별점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놀이란 자기만의 시공간과 규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지 도구가 되어서는 놀이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 이러한 놀이에 '승패'가 존재할 때 비로소 '게임'이라 할 수 있다는 것.

    게임이란 그 메카니즘에 따라 또다시 우연게임과 추상전략게임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주사위 등 Dice를 이용해 '우연'이란 변수를 극대화한 것이 우연게임, 적재적소에 단계별 '선택지'를 배치해 사고력을 활용하는 것이 추상전략게임입니다.

    선생님은 메카니즘 설계에 앞서 다시 한번 콘텐츠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딕싯(Dixit)처럼 추상적인 오픈 콘텐츠가 있다면 세계대전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콘텐츠도 훌륭한 게임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각 캐릭터에 몰입하는 롤플레잉 형식으로 게임을 이끌어 가는 거죠.

 

 

2.

    짧은 문답이 끝나고 또 다시 오늘의 보드게임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의 게임은 '카멜롯의 그림자' (Shadows of Camelot, 2005).

    아더왕의 전설을 소재로 시공간을 구성한 이 게임은 시대적 배경, 스토리, 캐릭터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판타지 요소들이 가득해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나 다름 없었습니다. 롤플레잉 보드게임이다보니 사전 지식으로 습득해야 할 것들이 많아 더디게 시작되긴 했지만 게임의 몰입도는 최고였습니다.

    특히 '카멜롯의 그림자'는 공통의 적을 상정한 '협력형' 게임이라는 특징이 무척 잘 살아 있는 게임이었습니다다. 아더왕이라는 명확한 리더가 있지만, 원탁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기본 원칙을 충분히 살려 아더왕이 기사단 모두의 의견에 귀기울여 게임을 풀어나가게 됩니다. 이는 아더왕의 '1:1 카드 교환' 능력은 물론, 각 캐릭터에게 저마다의 독보적인 특수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가능하게 됩니다. (이런 연유로 실제로 '수평적 리더십' 교육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게임의 목표는 흰 칼은 검은 칼보다 더 많이 획득하면 ok. 변수는 무슨 재앙이 담겨있을지 모르는 '검은 카드'입니다. 퀘스트는 7개의 무대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남북으로 쳐들어오는 섹슨족, 픽트족, 블랙나이트 전투. 카멜롯 성 방어 전투. 그리고 보구를 얻기 위한 성배, 엑스칼리버, 란슬롯의 갑옷 전투 등) 그리고 기사들 사이에 있는 배신자를 찾아내야 하는 깨알같은 심리전도 있죠.

    모든 전투를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이길 수도 없구요. 요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지 우선순위를 팀 내에서 가능한 빨리 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것 아더왕이 누구나에 따라, 기사들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죠.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역시 캐릭터입니다. 캐릭터의 특수능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그 보다도 좋아하는 타입에 완전 빙의되서 할 수 있다면 최고겠죠? 캐릭터들을 미리 알았다면 랜슬롯의 아들인 갈라하드 경(노랑색)을 선택했을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ㅠㅠ

 

 

    게임에는 카드 외에 두 개의 주사위가 사용됩니다. 하나는 생명을 표시하는 주사위. 다른 하나는 카멜롯 성을 방어하기 위해 투석기를 물리칠 때 던지는 주사위. 주사위의 쓰임도 그 모습도 참고할 만합니다.

    참, 혹자는 컴포넌트 도색의 즐거움도 찾아내더군요. 힌트는 카멜롯의 그림자의 확장판인 '멀린의 친구' (Merlin's Company, 2008)에 있습니다. 확장판을 통해 컴포넌트에 색상을 입힌 것도, 8번째 새로운 기사를 추가하는 것도 정말 기발합니다.

    조금씩 보드게임 회사들이 궁금해지네요. 그 중에서도 '데이오브원더' (Day of Wonder 社)가 특히.

 

'카멜롯의 그림자'를 원탁의 테이블에서!! 기막힌 아이디어 ^^

 

3.

    '카멜롯의 그림자'를 조사하던 중 마빈님의 블로그를 알게됐습니다. 각양각색의 보드게임들이 다정다감하게 소개되어있는 마빈님의 블로그에서 공룡의 진화를 다룬 '에보', 해적선을 피해 밀수하는 '마닐라', 삼촌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탕진해야 하는 'Last Will' 같은 보석같은 게임들을 알게 됐죠.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사진'과 결합한 보드게임의 매력이었습니다. 보드와 컴포넌트들을 피사체로 생생하게 묘사해낸 블로그의 사진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세계'로 보였습니다. 보드게임을 사랑하는 방법은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한국에는 물론 세계에는 수많은 보드게임 고수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아느냐, 그 본질을 꿰뚫느냐, 어떻게 소개하느냐, 누구와 함께 하느냐, 직접 만들어 하느냐... 그리고 수많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우엉우엉.   

 

 '카멜롯의 그림자'의 원탁, 컴포넌트, 주사위 사진스케치 (by 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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