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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말의 바다를 건너는, 사전을 만드는 삶 - '배를 엮다'(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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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말의 바다를 건너는, 사전을 만드는 삶 - '배를 엮다'(日)

우엉군 2017. 1. 26. 17:36




오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봤다. 신카이 마코토의 기존 작품들의 캐릭터와 명장면들이 단층처럼 쌓여 있던 멋진 작품이었다. 중간중간의 OST들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신카이 감독이 드디어 새로운 임팩트를 찾았구나 싶어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눈송이 씬은 <언어의 정원>의 빗방울 씬처럼 감동적이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처럼 사계절 패키지를 갖추려는 신카이 감독은 욕심쟁이 우후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애니메이션 <배를 엮다>의 관람차의 풍경이 자꾸 생각났다. <너의 이름은>이 영화라는 미디어를 제대로 살렸다면, <배를 엮다>는 TV 시리즈물의 속도와 정서가 참으로 잘 어울렸구나 싶었다. 그라고 내 일생의 명작 <동쪽의 에덴>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작품으로 최종 라인업했다. ^^


2016년 4분기 일본 TV 애니메이션 <배를 엮다>는 2016년 10월부터 11회에 걸쳐 방영됐다. 동명 원작인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으로 사전을 만드는 편집자들의 더디고 고단한, 하지만 더없이 가슴 뜨거운 이야기이다. 우연히 첫 회를 봤을 때 이게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3회를 보고 난 이후 난 그만 관람차를 닮은 그들의 삶의 모습에 빠져들고 말았다. (물론 러브라인 덕분이다) 매일 그저 같은 자리를 묵묵히 돌고 도는 단조로운 작업들. 그 하루하루의 걸음이 만남과 이별을 거쳐 1년이 쌓이고 20년여가 쌓여 마침내 "대도해"라는 사전이 발간되었을 때의 그 감격이란...


하야시 카쿠야를 제외하고는 그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할만한 캐릭터도 없지만 우직한 인간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섯이 모여 있으니 그 또한 묘한 정겨움과 의연함을 자아낸다. 실로 기묘하고 희귀한 멋진 작품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크건 작건 어떤 뜻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한걸음 한걸음 변함없이 나아가는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그런 이야기. 사전 제작 애니메이션 답게 각 챕터의 제목과 클로징을 핵심 단어와 그 뜻 풀이로 배열한 것도 멋스럽다. 엔딩 곡도 꽤 여운이 있다. 훗날을 위해 여기에 기록해 둔다. 우엉우엉





#1. 망양 茫洋 - 광활하고 종잡을 수 없는 모양


망망, 막연한 말의 바다.
바다를 건널 방법을 가지지 못한 우리는 거기서 그저 멈춰선다.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말을 가슴속 깊숙이 담아둔 채.
사전이란 그 바다를 건너는 한 척의 배다.





#2. 봉착 逢着 - 생각지 못하고 맞닥뜨리는 일

 




#3. 사랑 恋 -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다고 여기는 기분

 




#4. 점진 漸進 - 멈춰서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


관람차는 요리하는거랑 닮았어.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해도 끝이 아니라 거기가 시작이지.
완벽한 요리나 진짜 완성이란 건 없지. 그래도 계속하고 싶어.

 

 



#5. 요동 搖動 - 흔들흔들 흔들리다

 




#6. 공진 共振 - 마음이나 행동이 상대방과 반응해서 같아지는 것


 



#7. 신뢰 信賴 - 존경할 만한 사람과 의사를 통하고 의지하는 것

 





#8. 엮다 編 - 문장, 노래 등을 모아 책으로 정리하다.


한없이 펼쳐지는 말의 바다.
그 바다를 앞에 두고 건널 방법을 가지지 못한 우리는 그저 서성이기만 한다.
하지만 한 척의 배가 완성되는 순간, 끝없는 항해를 떠날 수 있다.
전하고픈 마음을, 말을
가슴속 깊숙이에서 털어놓고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말을 받아들이는 여행을





#9. 선혈 鮮血 - (바닷물처럼 흐르는) 피







#10. 긍지 矜持 - 자랑스러움, 프라이드


무언가에 평생을 바친다는 건
뭔가 속세를 벗어나는 일일지도 몰라.





#11. 등불 燈 - 밝힌 작은 불, 불빛


말을 자아내는 인간의 마음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아무리 자금이 부족할지라도 국가가 아니라 한 인간인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사전을 편찬한다.
그런 지금 모습에 긍지를 가지자.
지금 새삼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끔가다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자라고.
그리고 사전은 우리 여행자의 앞길을 비추는 등불이다.
인간이 여행을 계속하는 한 그건 계승되고 지속적으로 고쳐지면서
여행자의 앞길을 비출것이다.
그리 믿으면서 우리는 반복해서 배를 엮는다.

 

 



엔딩곡 - "I & I"


이봐 오늘은 둥근 달이 보여
잠든 그대에게 슬며시 말을 거네
몸짓이, 자세가, 그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말보다도 사랑스럽게 해
그러니 그대는 그대로 있어줘
I&I, YOU&I 느껴줘
Here With You 계속 여기있을께
우리 만난 날, 그날부터 이미
그대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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