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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올해의 만화 - 효게모노, 유료 서비스 외

우엉군 2016. 1. 3. 15:05


새해가 되어서야 2015년 만화를 정리합니다. 아무리 틈이 없어도 '2015년 올해의 만화'를 정리해야한다는 일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2015년, 아빠라는 역할이 추가되며 더 정신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2014년에는 손에 닿는 대로 최대한 많이 보려했다면, 2015년에는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래도 제법 봤더라구요. 그 가운데 길어올린 제 맘대로 '2015년 올해의 만화'입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2016년도 잘 부탁해요, 제발~~~ 우엉우엉





#1. 올해의 사건 - 샤를리 에브도 Charlie Hebdo 테러


2015년은 1월 7일 프랑스 풍자신문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 테러로 시작됐습니다. 웃음으로 세상을 관통하려는 만화인들에게 IS는 총알로 응답했죠. 정치인과 세계시민은 물론, 전세계 만화가들이 야만적인 테러에 저항했습니다. 먼나라 한국에도 에너지는 전달됐습니다. 풍자 시사만화에 대한 재조명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도 에이코믹스에서 유럽만화학교 시리즈를 기획할 수 있었고, 꿈의 작업이었던 The Economist 캐리커쳐 대가인 케빈 캘러허(KAL)의 작품집 <그려낸 단검 Daggers Drawn>을 리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2. 올해의 캐릭터 - <효게모노>의 풍류인 '후루타 사스케'


바야흐로 난세입니다. 난세는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걸까요? <효게모노>의 후루타 사스케 형님은 외칩니다. "풍류의 천하를 얻을 것이요!" 일본이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라는 세 영웅을 배출하며 천하통일을 향해 질주했던 전국시대(센고쿠 시대), 34세 무인 후루타는 깃발 아래 나부끼는 명분 따위 비웃으며 물건에 영혼을 쏟아 붙습니다. 적진 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관심은 적장의 머리 대신 적장의 희귀 아이템(다기)뿐입니다. 그런 그의 풍류는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오리베야키라는 새로운 일본 도자기를 탄생시키고 맙니다. 후루타는 난세를 살아내는 '어떤 가벼움'에 대해 합니다. 그리고 그를 만나 한참을 웃다보면 어느새 한결 가벼워지고 말죠. 천하의 '웃긴 녀석(효게모노)'입니다.  





#3. 올해의 연출 - <대면 L'entrevue>


말과 글로는 전할 수 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런 세계는 직접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초속 5000킬로미터>의 작가 마누엘레 피오르 Manuele Fior 가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 <대면>. 이번에는 외계와의 조우를 다룹니다. 인간과 인간의 대면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간과 외계의 조우라는 대칭점을 취한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그 불가사의한 만남을 연출하기 위해 세트 디자이너 안리즈 베른줄 Annelise Vernejoul 과 협업합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빛의 패턴은 황홀하고 경외감과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그것은 압도적입니다.





#4. 올해의 대사 - <오후 네시의 생활력> 기간제 교사 영진의 나레이션


<오후 네시의 생활력>은 대사 하나하나가 진주입니다. 어쩜 그리도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를 그처럼 시적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걸까요. 낮은 곳으로, 주변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익숙한 일상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어떻게 지탱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런 가시들을 용케도 잘 아우르며 흘러가죠. 서울에서 강릉까지. "마흔을 맞았다. 이렇게 완숙하지 못한 마흔이 될 줄 몰랐을 뿐이다." 이야기는 마흔에서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생활의 힘으로 지탱한다. 사는 문제들을.
나는 그걸 생활력이라고 부른다.
이런 생활력에 우리 사회가 빚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삶에서 익힌 힘이 사회에서 쓰러지지 않게 한다." p.53






#5. 올해의 실험 - <카페 림보 연극 일지>, 만화 + 전시 연극


만화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만화를 다른 매체로 옮긴다면 보통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전시 정도를 선택지로 고려합니다. 그것이 정상의 범주죠. 하지만 김한민 작가는 역시 정상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만화를 재현할 매체로 과감히 연극을 택하죠. 그것도 카페 세 개 층의 공간을 이용한 전시 연극. 그리고 그 실험은 <카페 림보 연극 일지>라는 전대미문의 결과물을 낳고 맙니다. 과감하고 실험적이면서도 엄청나게 생산적인 작가입니다. 이런 만화는 또 없을 겁니다. 카페 림보 포에버! 김한민 포에버!


이미지를 클릭하면 고릴락상상스튜디오가 촬영한 2013년 카페 림보 전시연극을 감상할 수 있다.




#6. 올해의 작가 - <유료 서비스 Paying for It>의 체스터 브라운


체스터 브라운 Chester Brown 처럼 용기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어느 소심한 남자의 사적인 경험담'이라는 부제를 가진 <유료 서비스>는 만화가 체스터 브라운이 7년간 직접 경험한 매춘의 세계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캐나다 성매매의 킨제이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작가가 매춘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해 경험과 논쟁을 통해 편견을 헤치고 명쾌한 이해에 도달하는 인식의 변화 추적 작업은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만합니다. 뿐만아니라 무미건조한 표정의 5등신 캐릭터들의 액션이 어쩜 그렇게 야할 수 있는지도 신기하기만 하죠.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한 캐나다 예술원과 이 작품을 한국에 소개한 미메시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015 리뷰 리스트]


* 전문서적

만화의 미래(스콧 맥클라우드),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오쓰카 에이지, 선정우)


* 코믹스+그래픽노블

레비우스(하루히사 나카타), Daggers Drawn(Kevin Kallaugher; Kal), 카페 림보 연극 일지(김한민), 대면(마누엘레 피오르),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오사 게렌발), 데모크라티아(마세 모토로), 효게모노(야마다 효시히로), 유료 서비스(체스터 브라운), 오후 네시의 생활력(김성희)


* 웹툰

고기인간(모래인간/하얀돌)

 

* 애니메이션

인드게임(유아사 마사아키), 동경표류일기(에릭쿠),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이와이 슌지), 인사이드 아웃(피트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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