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서울 서북부 최고 만화방 - 만화만방 본문
최고 상석에서 바라본 망원만방 전경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그간 벼르고 벼르던 망원동 만화만방 종일권을 이용했다. 평일이라 1만원. 그걸로 12시부터 7시까지 7시간을 눌러 있었다. 왕소라에 오땅 한 봉지씩 도합 총 1만2500원. 이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나는 평화를 얻었다. 감히 말하건대 망원만방은 서울 서북부 최고 만화방이다.
내게 만화방은 던전 투어와 비슷하다. 어떤 곳은 아저씨들만 득실거리고, 또 어떤 곳은 커플이나 중고생만 드글거리기도 한다. 각각 장단이 있지만 어떤 층의 사람들이 주이용자인가는 결국 만화방의 DB를 결정하고 결국 그 던전(만화방)의 레벨까지도 결정한다. 그런 측면에서 만화만방의 DB는 정말 방대하다. 무협 쪽은 당초에 포기하고 웹툰 라인을 갖추면서도 그래픽노블과 마블 라인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 소년소녀 만화들의 국보급과 최신 트렌드들을 최대한 소화하고 있다. 그래서 만화만방의 신작 코너 라인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만화계의 트렌드 변화를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수용 규모와 간격이 아주 적절하다. 의자도 쇼파와 의자 갯수가 균형감 있게 갖춰져 있고, 창가 쪽에는 1인 손님을 위한 좌석이 아주 제대로 갖춰져 있다. 물론 만화를 보며 창밖을 보는 일따윈 없지만. 안 쪽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다리 뻗고 벽에 기대어 즐길 수도 있다. (내겐 불편했지만 공간 구성만으로는 엄치 척)
오른 쪽으로 들어가면 큰 방이 펼쳐진다.
음악과 온도도 적당하다. 이 날은 블루자이언트를 보고 있었는데, 재즈는 아니었지만 재즈의 선율과 맞닿을 수 있는 곡들을 틀어주고 있었다. 가요가 아닌 적당한 카페 BGM 라인들이 높은 천장에서 하늘하늘 거렸다. 고개를 숙이면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하면 그제서야 음악이 들어온달까. 굉장히 신기했다. 어떻게 그런 비례를 찾았는지. 카운터의 적당한 무심함도 딱 좋다. 그렇다고 불친절한 것도 아니다.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에서 말한 '따뜻한 무관심'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날의 만화 선곡은 블루자이언트(재즈 연주, 일본), 사가(SF판타지, 미국),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골드미스, 일본), 이 세상의 한구석에(전쟁, 일본) 등으로 이어졌다. 중간에는 물론 잠깐 눈도 부쳤다. 이 밖에도 보려고 마음 먹은 것들이 한 가득이었는데 결국 신간 코너의 두 줄 밖에 보지 못했다. 너무 오랜만에 가서 그런지 초기 선별에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역시 만화방 투어도 부지런해야 한다. 7시간에 겨우 이 만큼이라니. 친구들이 알면... ㅠㅠ
언제나 그렇 듯. 만화방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간다. 처음에 왜 그리도 정독했던가 후회가 가득하다. 그래도 그게 좋다. 그런 후회와 반성이 있어야 다음에 또 다시 찾는 것이니. 다음에는 최소한 10시간은 볼 수 있도록 좀 더 서둘러야겠다. 우엉우엉
<블루자이언트> 재즈에 대한 사랑, 재능과 협업의 세계가 아주 절묘하다.
<이 세상 한 구석에>, 히로시마 원폭 투하 카운트 다운과 평범한 일본 소녀 스즈의 일상이 따스하고 힘 있다.
망원만냥님 죄송해요. 사진은 다음에 제대로 된 녀석으로 재업할께요.
늘 느끼지만 망원역 1번 출구보다 마포구청역 4번 출구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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