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 - Punta Arenas, Chile 외 본문
'마지막 안식처 (the final resting place)'
죽음이란 제게 늘 무겁고도 가까운 주제입니다. 제사를 모시는 장손에게 죽음이란 곧 '제사'였죠. 퇴근하자마자 제사 준비에 술상, 그리고 막차에 몸을 싣고 귀가하면 다음날 출근은 그야말로 악몽입니다. 최근 저는 제사를 괴물로 규정하게 됐습니다. 처음의 의미는 모두 사라지고 의식만 남아 뒤틀린 시공간에 남아있는 괴물.ㅎ 그래서 이 놈의 제사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여름방학 숙제처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 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바라나시 Varanasi
그런 저에게 '이런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생각했던 안식처가 두 곳 있었습니다. 하나는 인도 바라나시. 매일 밤 이어지는 가트의 장례의식, 다음 날이면 몸을 씻고 빨래 하고 음식을 짓는 가트의 풍경들. 연 놀이 하는 아이들과 탐블라를 연주하는 외국인들. 그렇게 모든 게 한데 엉켜 천천히 흘러가는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이런 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한다면 더는 미련없이 평안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때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절이었나 봅니다.
다른 하나는 호주 시드니 웨이벌리 공동묘지. 해안 절벽 위에서 호주 특유의 기분 좋은 햇살 아래 부드러운 바다 바람을 맞는 묘지들을 보며, 지평선을 바라보며 일광욕 하듯 죽음을 즐기는 것도 근사하겠네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평생 쉴 곳이라면 엄숙하고 답답한 곳보다도 유쾌하고 시원한 곳이 좋지 않겠나 싶더군요. 생각은 변하고 변합니다.
웨이벌리 묘지 Waverley Cemetery
지난 2월 CNN Travel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 10 (10 of the world's most beautiful cemeteries)'를 발표했습니다. 시드니 웨이벌리 공동묘지와 재회해서 너무 반가웠고, 파리 페르라세즈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10개를 하나하나 살펴보니, 안식처라는 곳은 단순히 경관이나 건축미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구나 알 것 같았습니다.
영혼이 잠든 곳. 그곳에는 위대하고 숭고한 영혼이 살아 숨쉬는가 하면, 인류가 잊지 말아야할 안타까운 영혼의 탄식이 잠들어 있습니다. 인류가 이어나가야 할 어떤 메시지를 품고서 말이죠. 공동묘지라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인류의 도서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엉우엉.
#1. Punta Arenas Cemetery, Chile (푼타 아레나스 묘지)
19세기 중반
세계 최남단 대륙도시 브런즈윅 반도에 위치한 시립묘지
20세기초 세워진 아름다운 묘지 입구가 영원히 닫히게 된 배경이 구전으로 회자되고 있음
9, Magallanes and Antartica Chilena region, Chile
#2. La Recoleta Cemetery, Buenos Aires, Argentina (라 레콜레타 묘지)
1822
조각과 전통적인 장식으로 꾸며진 '예술 묘지'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로 손꼽힘
Soul: Eva Peron
Azcuénaga, Buenos Aires, Argentina
#3. Waverley Cemetery, Sydney (웨이벌리 묘지)
1877
시드니 동부 브론테 해안 절벽 위에 위치
Soul: Henry Lawson, Dorothea Mackellar
St. Thomas Street, Bronte
#4. Pere Lachaise, Paris (페르라세즈)
1804
세계 최초의 공원형 묘지
약 3만여 개의 묘지가 유물로 등록되어 있어 '박물관 묘지'로도 불림
Soul: Oscar Wilde, Jim Morrison, Chopin, Edith Piaf, Maria Callas, Gioachino Rossini, Edmond James de Rothschild, 나치 희생자, 프랑스 레지스탕스
16 Rue du Repos, 75020 Paris
#5. Central Cemetery, Vienna (중앙 묘지)
1874
3백3십만 명의 영혼이 잠든 초대형 공원묘지
비엔나 음악의 역사가 잠든 곳
불교, 이슬람교, 카톨릭, 기독교, 러시아정교, 유대교 등 모든 종교가 구역별로 설계
Soul: Beethoven, Brahms, Franz Schubert, Johann Strauss, Ludwig Boltzmann
Simmeringer Hauptstrasse 234, 1110 Vienna
#6. Highgate Cemetery, London (하이게이트 묘지)
1839
삼림 공원묘지
빅토리아 시대의 고딕 문화, 뱀파이어 오컬트 문화
Soul: Karl Marx, George Eliot (Mary Ann Evans), and the parents of Charles Dickens
Swain's Lane, London, Highgate
#7. St. Louis No. 1, New Orleans (세인트 루이스 제1묘지)
해수면 아래 위치한 지상묘
Soul: Marie Laveau
425 Basin St., New Orleans
#8. Bonaventure, Georgia, United States (보나벤처 묘지)
1847
선악의 정원
Soul: Hugh Mercer, Conrad Aiken, Johnny Mercer, 홀로코스트 희생자
330 Bonaventure Road, Savannah, Georgia, United States
#9. Woodlawn Cemetery, New York (우드론 묘지)
1863
최초의 정원 묘지
Soul: Joseph Pulitzer, Duke Ellington, Irving Berlin, Damon Runyon
E. 233rd St., New York
#10. Novodevichy Cemetery, Moscow (노보데비치 묘지)
1898
노보데비치 수도원 내 위치
저명인사 묘지로만 사용
Soul: Anton Chekhov, Nikita Khrushchev, Boris Yeltsin
Luzhnetsky proyezd, 2, Moscow
* References
CNN Travel: http://edition.cnn.com/2013/02/20/travel/world-beautiful-cemeteries (순서는 임의 조정)
퓨너럴뉴스: http://funeralnews.co.kr/358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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