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만화] 모든 만남은 '구원'이 아닐까 - 악의 꽃 (日) 본문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5월 둘째 주, 전 일본 만화 <악의 꽃>(Aku no hana, Shuzo Oshimi, 2010~2014)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간츠>, <고고한 사람> 등 오랜 연재작들이 클로징을 해도 일본 만화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악의 꽃>은 <기생수>에 버금가는 오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 <악의 꽃>이 보여준 풍경과 인간상이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카스가, 일본에서 모방범죄를 야기한 문제의 컷
9권까지 봤을 때만해도 <악의 꽃>은 단순히 자신 안의 '변태'에 대한 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이코믹스에 '[500자 리뷰] 악의 꽃 9'을 쓸 때에도 주인공인 카스가 1인에 집중해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성장물이라 재단했었다.
"만화 <악의 꽃>은 그런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한다. 욕망과 선악 앞에서 쉽게 마음 정하지 못하는 비겁한 시절. 마음이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나뉘지 않고 구름처럼 하나의 덩어리처럼 모호한 시절.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직접 열어봐야 했던 무시무시한 시절. 그래서 행여나 그것이 사라질까 불안하고 초조했던 시절들을."
- 에이코믹스 [500자 리뷰] 中
하지만 최종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악의 꽃>은 중학교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하지만 변태성이나 죄의식보다는 '만남'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카스가와 나카무라, 카스가와 사에키, 사에키와 나카무라, 카스가와 토키와, 토키와와 나카무라... 사춘기 시절의 만남은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진다. 카스가는 자신이 '변태'임을 알게 되고, 사에키는 자신이 '약한 존재'임을 고백한다.
사춘기 시절의 만남이 그 어느 시절보다도 특별한 것은 이성에 눈 뜨는 순간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순투성이고, 이해불가하고, 그만큼 더 격렬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를 닮기 위해 혹은 극복하기 위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마음. 그 격렬한 질주 끝에 마주한 자아 앞에서 누구는 변태하고, 누구는 부서진다. 그것이 희극이건 비극이건 이 모든 것은 '만남'이 없이는 시작될 수 없다.
자신 안의 변태를 부정하며 나카무라를 동경하는 카스가
거절당한 사랑 앞에서 부서지는 사에키
모두를 '버러지'라 말하며 마을을 벗어나려는 나카무라
2010년 혜성같이 나타나 모방범죄를 만들 정도로 파격적인 인간상을 그려낸 만화 <악의 꽃>. 마치 소설 <인간실격>을 보는 듯, 일본 특유의 인간성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는 절망감과 위태위태함이 대단하다. 사랑, 동경, 반항, 분노, 좌절 등 온갖 마음을 압도적으로 그려내며, 특정 대사가 아니라 만화 전체로 말을 걸어 오는 <악의 꽃>은 그야말로 걸작이다.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다. 달려나가야 한다. 만나기 위해서. 구원받기 위해서. 우엉우엉.
모든 만남은 '구원'이 아닐까.
* Refernce: www.mangahere.co/manga/aku_no_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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