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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올해의 만화 - 먹는 존재, 포르투갈 외

우엉군 2014. 12. 31. 16:47

 

올해는 유독 만화계가 풍성하게 느껴진 한 해였습니다. tvn 드라마 <미생>의 화려한 비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만화가의 사회참여, 플랫폼 다양화, 무크지 부활, 그래픽노블의 지속적 성장 등 복합적인 시너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에이코믹스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어 더없이 분주하고 행복했던 한해이기도 합니다. 워낙 독보적인 해라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2014 올해의 만화' 정리합니다~~ 우엉우엉

 

 

 

#1. 올해의 인물 - <먹는 존재>의 '유양'

 

상사의 면상에 눈깔(굴)을 집어던진 '유양'. 그녀가 있어 올해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회사라는 단체의 일원으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그녀가 결혼에 기대지 않고 맨몸으로 삶을 뚫고가는 모습은 남자인 내게도 전우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죠. 내게 '회전초밥'은 <먹는 존재>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이전이 벨트 위를 돌며 빠르게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는 초밥을 초조하게 바라보는게 '하루키 회전초밥'이라면, 이후는 마의 1만5천원 벽을 넘을지 말지 긴장감을 최고조로 밀어부친 '부자새끼 회전초밥'입니다. ㅎㅎ

 

 

 

 

#2. 올해의 연출 - <포르투갈>의 리스본 거리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 만화가의 연출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시릴 페드로사 Cyril Pedrosa의 그래픽노블 <포르투갈>은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외국의 풍경을 기가 막히게 묘사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외국어 그대로 담아내죠. '그게 뭐야' 싶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외국어들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고, 그 이질감과 설레임을 현기증처럼 겹쳐그리기로 표현해내는 기법들은 정말이지 황홀할 지경입니다. 심지어 올 컬러죠. 여기에 더해 빛과 색을 연출한다는 것이 어느 경지를 추구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3. 올해의 사건 - <악의 꽃> 카스가와 나카무라의 만남

 

카스가가 나카무라를 만났을 때, 카스가는 자신 안의 '변태'를 발견했습니다. 사춘기의 폭주는 그렇게 끝모르고 달려나갔죠.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웠습니다. 범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질풍노도의 시간후 잠잠해진 수면 아래로 침잠하는 이야기는 되리어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변태 이후의 변태'는 어떤 인간이 되는걸까... 궁금했죠. 이야기는 기대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지만, 클로징에 다가가면서 모든 '만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까지 인간을 밀어부친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요?

 

 

 

 

#4. 올해의 대사 - <빈란드사가>'두 곳의 낙토' 토르핀 曰

 

아이슬란드 대서사시 <빈란드사가>가 14권이 이르러 정체를 밝혔습니다. 토르핀과 크누트의 재회라는 극적인 장면에서. 누구보다 강했던 바이킹 토르핀은 검을 버리고 노예 생활을 받아들이고 절대절명의 순간에조차 끝끝내 힘의 사용을 거부합니다. 그런 토르핀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약자가 아닌 강자의 대사이기에 더 울림이 컸죠. 이제 유키무라 마코토 Yukimura Makoto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틀렸습니다. 

 

" 나는 도망치겠어.
도망칠 수 있는한 도망치겠어. 도망칠 곳이 있는 동안은 난 싸우지 않아.
나는 크누트 네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너와는 다른 방식으로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
네가 만들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너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

 

 

 

 

#5. 올해의 실험 - <섬과 섬을 잇다> '만화가 + 르포작가'

 

만화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르포만화집. 만화의 상상력이란 비현실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사각지대에도 요청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만화가 다른 장르의 문학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무엇이 될 수 있다는,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에서 만난 유승하 작가(엄마 냄새 참 좋다)와 김수박 작가(메이드 인 경상도)의 새로운 작품도 즐겁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5. 올해의 작가 - <책섬>의 김한민 작가

 

올해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작품을 특히 많이 봤습니다만 인연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오히려 김한민 작가의 작품은 만화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책섬>과 <그림 여행을 권함>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를 통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만났고, 포르투갈 리스본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타지에서의 삶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죠. 미지의 세계로 초대해준, 길과 길을 이어준 김한민 작가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한해였습니다. 다음 그림책도 즐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4 리뷰 리스트]

 

* 코믹스+그래픽노블 (24)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쵸헤이와 버스터즈), 늑대의 입(Mitsuhisa Kuji)
디스트로이 앤드 레볼루션(Kouji Mori), 리틀 포레스트(이가라시 다이스케), 메모리즈(케이 토우메), 메이드 인 경상도(김수박), 빙벽(지몬 슈바르츠), 섬과 섬을 잇다(이경석 외), 센티멘탈 포르노그래피(지미 볼리외), 스바루(Soda Masahito), 스피릿 오브 원더(츠루타 겐지), 신과 함께(미와 요시유키), 신부이야기(모리 카오루), 시크릿 가족(이충민), 악의 꽃(Shuzo Oshimi), 엄마 냄새 참 좋다(유승하), 연극이 끝나고 난 who(꼬마비), 의화단(진루엔 양), 정신병동 이야기(대릴 커닝엄), 재워드립니다(야먀자키 사야카), 책섬(김한민), 페르세폴리스(마르잔 사트라피), 포르투갈(시릴 페드로사), 한 사람(레이 폭스)

 

** 웹툰 (3)

129페이지로 보내는 편지(이즐라), 먹는 존재(들개이빨), 불편하고 행복하게(홍연식)

 

*** 애니메이션 (3)

동쪽의 에덴(카미야마 켄지), 르 타블로(Jean-Francois Laguionie), 언어의 정원(신카이 마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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