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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만화방의 자존심 - 안녕, 만화

우엉군 2015. 6. 23. 10:17

 

 

지난 달, 무작정 청주로 야간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의 보너스타임 특별히 가고 싶은데는 없었고, 석가탄신일 연휴라 사람 붐비는 곳은 딱 질색이었기에 서울을 벗어나 지방 거점 도시에서 유유자적 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세종시를 먼저 찾았으나 그곳은 아직 1박을 할만한 여건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에 청주로 노선 변경. 만화방에서 밤새 만화나 볼까했는데 웬걸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조차 심야영업 만화방은 없었다. (주인 아저씨는 곧 심야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는 하셨음 ;;)

 

다음 날 청주 명물 상당산성을 다녀오는 길에 청주 시내 주요 거리에 만화방들이 전멸한 모습들을 목격했다. 누군가 청주를 교육도시라 칭했던 것이 떠올랐다. 과연 그랬던 것이었을까... 의혹은 뒤로하고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된 만화방이나 하나 찾아 진탕 놀다가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몇 곳을 수소문한 뒤 결국 용담동 광장입구에서 <안녕, 만화>를 발견했다.

 

5월 오픈한 만화카페 <안녕, 만화>는 가히 국내 최고라 할만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종종 찾는 서울 효자동 만화카페 휴 이상이었다. 얼마전 뉴스에 소개된 마포의 어느 만화카페 같았다. 공간의 핵심은 1~2인이 방처럼 아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벌집같은 15 개 안팎의 만화룸이었다. 다리 뻗고 벽에 기대어 보는 것는 기본이고, 쿠션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누워서 보는 이들도 꽤 많았다. 중앙홀 좌석은 대화를 나누며 좀더 즐겁고 자유로운 느낌이었고, 창가 좌석은 햇볕을 독차지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만화책 DB도 꽤 훌륭했다. 기본적인 코믹스, 순정, 소설 구비는 기본이고 웹툰이나 그래픽노블도 독립된 서재를 차지하며 별도 디피까지 되어 있었다. 그래픽노블이라고 해도 마블 일색으로 대강 채워지는 경우도 태반인데 여기는 크레이그 톰슨의 <담요>, 바스티앙 비베스의 <폴리나>, 브레흐트 에번스의 <예술 애호가들> 등 굵직한 작품들이 제법 포진해 있었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기생수>, <H2>, <오늘부터 우리는> 같은 완결판이 애장판으로 구비가 되어 있었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의 웹툰은 거의 다 완비되어 있었다. 탄탄한 기본 위에 만화계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주인장의 취향도 곳곳에 묻어 있는 제법 멋스러운 만화방이었다.

 

주 이용자는 10~20대 여학생들로 보였다. 혼자 또는 친구끼리 편하게 찾고 있었으며, 연인들도 건너건너 보였다. 물론 나처럼 30대 아저씨들도 더러 있었다. 그만큼 만화 DB가 폭넓고 훌륭한 셈이다. 라면 같은 요리도 제공됐다. 짜파게티를 시켜 먹었는데, 앙증맞게 올라온 치즈 한 장이 조금 과한 느낌은... 그래도 카페를 지향하는 만화방은 요리를 안 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안녕, 만화>는 만화방에 기대하는 전통 서비스를 밸런스 있게 운용해서 좋았다.

 

주인장 형님은 연신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면 선물을 주는 오픈 이벤트였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니 신간 안내부터 개인적인 리뷰들까지 꼼꼼히 타임라인을 채워가고 있었다. 이 정도의 공간이면 만화방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방을 차렸다는 주인장 형님, 부디 다음에 만날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 우엉우엉. 

 

 

 

안녕, 만화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1동 (043-903-6162)
이용시간: 월~목 11;00~23;00 / 금~토 11:00~다음날 01:00
이용요금: 5월은 시간당 2,000원 행사 중 (6월은?)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hicomicsfun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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