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위기의 출발, "인식된 피해자"의 발생 - 평판사회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커뮤니케이션 & 미디어

위기의 출발, "인식된 피해자"의 발생 - 평판사회

우엉군 2016. 4. 21. 13:59

 

 

" 진실을 말하라, 거짓말하지 말라, 덮으려고 하지 말라, 나쁜 소식은 직접 제기하라,
그것도 되도록 자신이 먼저 제기하라, 그것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라. "

- 美 백악관 공보 라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 p.231

 

 

위기관리는 시니어 홍보인들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다. 단순 사건사고일 경우엔 비교적 기응변식 대응이 가능하다. 임기응변식 대응은 대기업이 강하다. 리소스가 많기 때문이다. 이른바 물타기식 보도자료 배포가 대표적인 예다. 마케팅팀이나 사회공헌팀의 리소스가 동원된다. 하지만 손실 피해 발생이나 불법 발생의 경우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이 때는 기본적으로 법무팀의 영역이 된다. 굳이 법무팀이 개입되지 않더라도 비즈니스상 서비스나 제품 품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 공방 뒤따른다. 때문에 PR회사도 외국계 고객 서비스의 경우 절대 먼저 "I'm sorry"라고 표현하지 말라고 교육시키고 있다. 이것이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법무팀 개입과 함께 모든 언어는 보수적이고 불명확한 형식을 갖추게 된다. 이는 섬세한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커뮤니케이션 여하에 따라 책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기간이 짧고 여론의 관심도가 적은 사업 영역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사건이 간결하고 일상적인 관여도가 높은 사업 영역은 결코 법무팀의 대응 속도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여론은 불이 붙듯 순식간에 번져가기 때문이다. 초기 피해자 프레임이 형성되면 후발주자의 모든 것은 그저 해명에 불과한 것으로 격하된다. 책임 여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시발점이 언론이 아닌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일 경우엔 초기 대응 시간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이나 재계에서 촉발된 사건 사고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점점 더 온도가 내려가고 있다. 청년실업, 경기불황, 복지감소 등 복잡한 사회문제들과 이에 대한 국가 우선순위의 부재에 따른 좌절감은 여론의 폭발력과 휘발성을 배가 시켰다. 때문에 기본적인 사회경제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한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은 더 좁고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시대인 것이다. 위기관리가 일상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결국 홍보도 위기관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책 <평판사회>가 대한항공 땅콩회항 이후의 위기관리의 새로운 접근을 명쾌하게 풀어 나갔다. 법무팀과 함께 일독하시기를 권한다. 우엉우엉. 

 

 

 

평  판  사  회

김봉수 외, 2015, RH Korea

 

 

위기를 "갑작스러운, 기대하지 않은 피해자의 발생'으로 바라보아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 짐 루카셰프스키 Jim Lukaszewski는 어떤 사건이 위기로 발전하는 것은 바로 피해자의 발생 때문이며, 여기에서 피해자란 법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여론이 피해자로 인식하는 '인식된 피해자'를 의미했다. 위기를 피해자라는 측면에서 규정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피해자와의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립하게 된다. p.168

 

삼성은 과거 백혈병 문제를 법무팀, 인사팀이 주로 담당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정이었고, 피해자들과의 소송에서 이겨야 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최근 변화가 생겼다. 삼성이 이 문제의 담당부서를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바꾼 것이다. 국민 정서의 문제가 법적 책임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피해자들과의 협상도 커뮤니케이션팀이 담당한다. ... 위기, 특히 오너가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면 의사결정 초기 과정에서 법무팀의 과도한 개입을 막아야 한다. 법무팀은 국민정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p.50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여섯 개의 말풍선(육하원칙)이 등장하는데 그 안에 대사는 없이 빈 풍선만 띄워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여섯 개의 말풍선을 빨리 채우기 위한 취재 경쟁에 돌입한다. 이 때 해당 기업이 말풍선을 빨리 채워주지 않으면 ... 언론은 외부 관련자나 공식 채널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서 어떻게든 빈 곳을 빨리 채우려고 노력한다. p.127 ... 나머지 세 요소 즉, 왜 그런 사고가 발생했고(원인), 누가 잘못했으며(책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보상책)은 2 영역으로, 이 부분은 1 영역처럼 단순한 사실이 아닌 입장 정리가 필요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p.129

 

일부 위기전문가는 위기 사건을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위기관리 불문율을 감안할 때 이 조언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위기를 허비하지 말라 Don't waste any crisis.'는 도미노 CEO 패트릭 도일의 조언은 충분히 되새겨볼 만하다. 위기를 겪은 후 브랜드에 실체적인 변화를 만드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며 아울러 위기 직후 조직에 조성되는 위기감은 더디게 진행되던 브랜드 혁신의 촉매 또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99

 

 

10년전 사고를 CEO 메시지를 통해 되새기는 JR (웹사이트)

 

 

2005년 JR 후쿠치야마선의 쾌속열차가 탈선해 일부 차량이 선로 옆 아파트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6명의 사망자를 낸 이 사고는 JR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JR 서일본의 웹사이트 www.westjr.co.jp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과문과 사고 개요, 사고 후 대책에 관한 내용을 메인 페이지 핵심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사과는 '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전달되었는가'와 '받아들였는가'의 문제이다. p.200

 

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을 형성하고 바꾸기 위한 접근의 패러다임은 홍보에서 기업외교로 옮겨가야 한다. 기업외교란 임원들이 핵심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협상 또는 협력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 전통의 관계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p.271

 

 

 

'과정의 시대'에 자세와 태도는 본질과 대등하다. p.27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