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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복직기자의 YTN 출근을 축하합니다!

우엉군 2014. 12. 11. 15:26

 

 

12월 1일, 첫눈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세 명의 YTN 해직기자가 '복직' 출근을 했다는 것이었죠. '해고'라는 단어만 빼곡히 늘어선 시대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뉴스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안타까움도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듯 하더군요. 복직한 주인공은 정유신 기자, 권석재 기자, 우장균 기자입니다.

 

2일, 뉴스타파는 세 기자의 복직 출근을 5분 분량의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기자 앞의 '해직'이라는 수식어가 '복직'으로 바뀌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죠. 인상적인 부분은 동료의 복직을 환영하는 YTN 후배 기자들의 인사였습니다.

 

"선배들 돌아오셨을 때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어야겠다. 그 생각 하나로 꾹꾹 버텼다." 황 기자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몇 마디 말만으로도 밖에서 싸우는 해직기자들만큼이나 안에서 버틴 기자들의 일상 또한 얼마나 묵직했는지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버티며 자리를 준비해 준 덕분에 6년(2248일)만의 복직이 쓸쓸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었던거겠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직기자의 복직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해직기자는 언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2008년 YTN 노조의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 이후 많은 언론인 해직이 있었나, 언론인은 언론인답게 싸웠고 일부는 대안으로 독립언론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 몽구미디어, 국민TV 등의 실험은 그렇게 탄생했죠. 뉴스타파의 경우에는 조세피난처 명단공개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전무후무한 특종을 연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란 쪼개질 수록 힘이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닙니다. 뉴스타파 같은 언론사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영향력은 1/n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은 조직 밖의 싸움 이상으로 안의 버티기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YTN처럼 복직기자의 탄생은 전설로 남지 않고 그닥 대소롭지 않은 일로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가 뉴스타파가 아니라, YTN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폭발력은 더하지 않았을까요.

 

8일, YTN은 세 명의 복직기자를 인사위에 회부시켰습니다. 복직의 기쁨도 잠시 다시 가시밭길이 시작됩니다. 모두가 예상한 흐름이겠죠.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의 과정과 결과물들이 부디 한국 언론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뒤늦게나마 세 분 복직기자의 첫 출근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우엉우엉

 

 

 

* 사족이지만 우장균 기자는 지난 4월 노무현시민학교 주최의 해직 언론인 토크 특강 <진짜 언론인들의 진짜 이기는 싸움>에 출연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우장균 기자 외에 정연주 전 KBS 사장, 최승호 MBC 해직PD(뉴스타파), 이용마 MBC 해직기자, 조상운 국민일보 해직기자(국민TV), 최경영 전 KBS 기자(뉴스타파), 김진혁 전 EBS PD가 함께 있었죠.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사회를 봤었구요. 당시만해도 과연 기자 앞에 달린 '해직'이란 훈장이 지워질 날이 올까 싶었습니다만... 결국 그 날이 이렇게 와주었군요. 별 인연도 아닌데 그것도 인연이라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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