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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인간이 악마에게 전할 수 있는 단 하나 -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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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인간이 악마에게 전할 수 있는 단 하나 - 데빌맨 크라이베이비

우엉군 2018. 2. 25. 08:05



"역시 유아사 마사아키(Masaaki Yuasa)!"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2018)에 대한 찬사는 모두 감독으로 돌리고 싶다. 사실 원작(만화책)을 워낙 별 감흥 없이 봐서 작품 자체에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넷플릭스 리메이크판은 너무나 좋았다. 원작자인 나가이 고(Nagai Gō)의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관은 예리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이야기 전개는 다소 설명충스러웠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니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런 요소들이 몰입에 방해가 됐었다. 하지만 유아사 감독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나간다.


그렇다고 홀로 질주하는 건 아니다. 오늘의 문맥에 맞도록 원작에는 없던 요소들을 새로 들여와 이야기에 혼을 불어 넣는다. 1972년 원작이 데몬(악마) 중심적이었다면, 2018년 리메이크판은 좀더 인간 중심적인 느낌이랄까. 그 요소들은 달리기, 친구, 일상인 것 같다. 특히 달리기는 유아사 감독의 데뷔작 '마인드 게임(Mind Game, 2004)'에서 전매 특허로 선보인 필살기인데 그것이 인간과 데빌맨의 차이점으로 채택된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기록을 만들려는 욕망과 단순히 좀더 앞으로 전진하는 즐거움의 차이. 그리고 함께 달린다는 것의 의미로의 발전까지.


정말 오랜만에 유아사 감독 때문에 포스팅을 한다. 이런 작품은 명품 컷들을 안 챙겨둘 수가 없으니. 황홀했고 행복했다. 3월에 또 다른 명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만날 수 있기를. 부디 극장에서. 우엉우엉






#1. 이어 달리기

유아사 감독은 달리기를 통해 인간을 말한다. 이는 원작에는 없었던 설정이다. 료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기와 탈 것이라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키라와 미키는 오직 두 다리로만 걷고 달린다. 그 원초적 생존 능력은 인간을 데몬과 구분짓는 출발선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어 달리기는 데몬과 맞서는, 데몬에게 전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해법이기도 하다.





#2. 눈물

눈물은 제목이 암시하듯 아키라의 상징이다.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아키라의 특이점이자 아몬을 지배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유아사 감독은 이를 파고 들어가 작품의 처음과 끝을 눈물로 관통시킨다. 하지만 내게 너무나도 아팠던 눈물은 타로의 눈물이었다. 원작에는 없었던 그 파트가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작품 명대사는 "너도 울고 있잖아, 료"가 아니었을까.





#3. 빛이 머물렀던 일상

일상이 고요하고 아름다울수록 그 뒤에 벌어지는 두려움과 폭력은 더더욱 극적이다. 특히 약해진 인간이 서로를 의심하며 엇나간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8화부터는 이러한 대칭점이 더 극명하게 보인다. 10회 분량의 중간중간에 치밀하게 평온을 안배해 두지만, 그 평화는 첫 정주행 때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인생처럼.





#4. 미디어

리메이크판의 시공간 변화의 절정은 미디어이다. 료와 데몬 측은 매스 미디어를 통해 권위를 만들어내고(영어를 포함), 미키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데빌맨미투 무브먼트를 만들어 낸다. 불어로 '나도(Je Suis...)'가 올라올때는 소름이 돋았다. 전쟁 신은 그런 현대 미디어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데몬과 인간의 전쟁에서 화소를 떨어트리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적용했는데, 마치 이라크 전쟁을 보는 듯한 현실감이 들 정도였다.




#5. 휴머니즘

원작도 리메이크판도 결국은 휴머니즘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인간을 철저히 더 대상화한다. 작품 전반에 걸친 선정성과 잔인함, 그리고 역겨움은 모두 인간을 한계로 몰아갈 때 일차적으로 튀어나오는 것들이다. 인간은 약하고 잘못된 선택들을 한다. 데빌맨은 그것을 파고든다. (그 취약점 중 한 장치인 '혼혈=마녀' 설정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선택들이 무엇인지도 역설적으로 함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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