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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처음 크레이그 톰슨 Craig Thompson의 작품 을 봤을 때만해도 그의 표현력에 놀라고 압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절한 나의 경험을 승화시키면 그처럼 만화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를 보고나서 그 기대가 산산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단순히 패턴을 수집하고 있을 때 그는 패턴의 중심과 그 원칙을 찾아냈고, 내가 허무맹랑한 사건을 머리속에서 짜내고 있을 때 그는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어른이 된 두 주인공 '도돌라'와 '잠' 이후 7년만에 발표한 대작 . 는 단순히 이슬람의 상징을 차용하고 아랍어를 형상화한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낯선 코란과 예언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성서와 동일한 맥락을 찾고, 또한 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학비로 공부를 하겠습니까? 세계여행을 하겠습니까?" 누구에게나 기회비용 같은 아쉬움이란게 있나 봅니다. 한 때는 미친듯이 공부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20대에 좀더 공부할걸 생각했었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보겠죠ㅋ 하지만 고요하게 몇 년을 숙성시키니 이제는 제가 무엇을 더 소중히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택한다면 물론 '세계여행'입니다. 영화 는 카페에서 시작해서, 물물교환을 거쳐,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조금은 탄맛나는 소란스럽지 않은 대만영화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끝내고, 바리스타로서 두 번째 삶을 열어가는 주인공 두얼(계륜미)이 동생 창얼(임진희)과 함께 카페를 꾸려가면서 다른 카페에 없는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에게 도달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