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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진짜 이야기가 필요해 - Taipei Exchanges (2010)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당신의 진짜 이야기가 필요해 - Taipei Exchanges (2010)

우엉군 2012. 12. 30. 03:04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학비로 공부를 하겠습니까? 세계여행을 하겠습니까?"

누구에게나 기회비용 같은 아쉬움이란게 있나 봅니다. 한 때는 미친듯이 공부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20대에 좀더 공부할걸 생각했었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보겠죠ㅋ 하지만 고요하게 몇 년을 숙성시키니 이제는 제가 무엇을 더 소중히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택한다면 물론 '세계여행'입니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Taipei Exchanges (2010)>는 카페에서 시작해서, 물물교환을 거쳐,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조금은 탄맛나는 소란스럽지 않은 대만영화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끝내고, 바리스타로서 두 번째 삶을 열어가는 주인공 두얼(계륜미)이 동생 창얼(임진희)과 함께 카페를 꾸려가면서 다른 카페에 없는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에게 도달하는 이야기죠.

 

 

물물교환을 위해서는 스스로 가치를 매길 수 있어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맞교환한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삶의 향기를 지닌 사람만이 가능하죠. 찐한 에스프레소처럼... 이야기를 교환한다면, 삶도 꿈도 교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사랑의 조건이고, 우정의 별책부록이라면 인생 정말 살아볼만 하겠습니다. 우엉우엉.

 

 

#1. 내겐 필요 없는 것, 그리고 물물교환

 

영화는 불필요한 물건에서 시작합니다. 두얼 카페가 오픈하는 날, 두얼의 요청(?)으로 친구들은 본인에게 필요없는 것들을 선물하죠. 아마도 많은 친구들이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어찌할 수 없는 카라 때문이었을 겁니다. 터무니없는 그 물건들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들은 쓸데없는 것들이 아닐까하는... 저도 하나의 시절이 다시 끝난다면, 정말 쓸데 없는 바보같은 짓을 꼭 해봐야겠어요. 창얼처럼, 조르바처럼.

 

제게 한트럭의 카라가 있어요.
만약 원한다면 보러오는 길에 라떼나 아라비카 커피와 바꿉시다.

 

오직 물건하고만 바꿀 수 있어요.
우리 뒤편에 하수구가 막혔어요.
언니하고 해봤는데 안됐죠.

(창얼은 스스로에게 해명했습니다.
모든 이들의 맘속엔 저 물건들의 위치가 있는데
단지 못찾았을 뿐이라구요.)

 

전 물물교환 좋아해요
소파객(couchsurfing)이라고 아나요? 
모든 집에 소파가 있잖아요.
그 소파를 원하면 와서 자는거에요.
유럽에서 왔건 미주에서 왔건 상관없어요.
그러면 여관에 갈 필요가 없죠.

 

 

#2. 물건의 가치, 진짜 이야기

 

두얼 카페로 모여든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집니다. 그것은 물건 전주인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새로운 주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물건에서 이야기가 출발하죠. 그렇습니다. 두얼 카페는 종착점이 아니라 간이 정류장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물건이냐가 아니라, 그 물건이 담고 있는 이야기죠. 당연히 커피 한잔 이상의 가치를 가진 이야기여야 하구요 ㅎㅎ

 

만약에 비누가 바꾸기 그러시면
제가 매 비누마다 이야기로 포장해드릴께요.
...
마다가스카 숲에는 사탄 나무가 있어요.

 

아버진 제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죠.
아버진 돈을 좀 남겨놓으셨어요.
그래서 어머닌 두장의 카드를 만드셨죠.
하나는 세계여행, 다른 하나는 공부를 쓰셨고
우리 둘에게 주셨죠.

이 물건들은 제가 세계를 본 창문이에요.
언니는 여행을 해본적이 없죠.
그래서 다른 이들과 묾건을 바꾸는걸 선택한거에요.
모르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려구요.

 

그럼 노래로 교환할 수 있을까요?

 

 

#3. 삶도 꿈도 교환할 수 있다면

 

35개 도시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두얼의 그림도 함께 끝나죠.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췬칭(장한)이 내리지만 그 버스에 타려는 새로운 주인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스는 떠나죠. 두얼은 버스에 오르기 위해 36번째 도시를 직접 찾아나섭니다. 아마도 두얼이 지구본에서 35개 도시를 찾기 시작한 순간, 모든 변화는 시작되었을 겁니다. 

 

이야기는 끝났어요.
제 마음도 변했어요.

 

"당신의 마음 속에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 소파객(couchsurfing) 프로젝트는 실제 존재한답니다. https://www.couchsurf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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