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모든 게 엉망이고, 자신조차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느껴질 때 잠시나마 다정한 동물 친구들에게 마음을 기댄다 그래도 그립고 외롭다면, 밤하늘의 별을 보러 밤기차에 오른다 완성되지 못한 시절이, 잃어버린채 잊고 있었던 그 하나가 어느 날 끝내 온다, 눈꽃처럼 그러니 그 날을 위해 웃는 연습을 하고 있자 영화: 별이 빛나는 밤 Strarry Starry Night (2011, 대만) 감독: 린슈유 주연: 서교, 임휘민
"역시 유아사 마사아키(Masaaki Yuasa)!"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2018)에 대한 찬사는 모두 감독으로 돌리고 싶다. 사실 원작(만화책)을 워낙 별 감흥 없이 봐서 작품 자체에 별 기대가 없었는데 이번 넷플릭스 리메이크판은 너무나 좋았다. 원작자인 나가이 고(Nagai Gō)의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관은 예리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이야기 전개는 다소 설명충스러웠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니 그런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런 요소들이 몰입에 방해가 됐었다. 하지만 유아사 감독은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나간다. 그렇다고 홀로 질주하는 건 아니다. 오늘의 문맥에 맞도록 원작에는 없던 요소들을 새로 들여와 이야기에 혼을 불어 넣는다. 1972년 원작이 데몬(악..
최고 상석에서 바라본 망원만방 전경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그간 벼르고 벼르던 망원동 만화만방 종일권을 이용했다. 평일이라 1만원. 그걸로 12시부터 7시까지 7시간을 눌러 있었다. 왕소라에 오땅 한 봉지씩 도합 총 1만2500원. 이 말도 안되는 금액으로 나는 평화를 얻었다. 감히 말하건대 망원만방은 서울 서북부 최고 만화방이다. 내게 만화방은 던전 투어와 비슷하다. 어떤 곳은 아저씨들만 득실거리고, 또 어떤 곳은 커플이나 중고생만 드글거리기도 한다. 각각 장단이 있지만 어떤 층의 사람들이 주이용자인가는 결국 만화방의 DB를 결정하고 결국 그 던전(만화방)의 레벨까지도 결정한다. 그런 측면에서 만화만방의 DB는 정말 방대하다. 무협 쪽은 당초에 포기하고 웹툰 라인을 갖추면서도 그래픽노블과 마블 라인까지 ..
11월 개봉에 앞서 발간한 만화 , 작가의 깊고 낮은 시선이 따스하다. (2017, 코우노 후미요) 약 4개월간 미친 듯이 달렸다. 정말 조금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야근을 해야했고, 주말도 머릿속에 행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11월 중순을 목표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10월부터는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행사는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행사는 메인 컨셉을 제외하고는 6월 첫 그림에서 많은 것이 계속 바뀌어져 갔다. 초기에는 좀더 기업과 언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미팅과 검증으로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가 들통났다. 그러면서 초기 2개월이 훌러덩 날아가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후원사와..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 -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7월, 하반기가 새롭게 시작됐고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먼저 새로운 인턴 친구가 합류했다. 그 친구를 통해 줄곧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던 영역을 만들어 갔다. 리서치도 결과물도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인턴은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인가... 싶었다. 정부부처를 만났고, 국제기구와 대화를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영역을 확장하는 기쁨. 진지한 조언과 눈빛으로 오가는 신뢰. 활동가로서 그런 것들을 맛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협동조합의 파일럿 작품 품평회에도 참석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게임으로 풀어나가는 재치와 역량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그만 툭 실이 끊어지고 말..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켄 로치, 황금종려상 6월 한 달, 내 마음은 정지해 있었다. 행사에 홈페이지 업데이트에 몸은 바빴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진전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도 함께 스톱. 무기력에 휩싸였다. 그러던 중 보고 싶었던 를 봤다. 다니엘 형님의 스프레이 휘갈김, 이웃에 대한 진심어린 눈길과 도움, 시민 이하도 시민 이상도 아니라는 성찰. 결과는 너무나 예상 밖이었지만 좋았다. 다 좋았다. 나도 좀더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별 진전은 없었다. 을 봤다.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포스터에 새겨진 제인의 대사가 가슴에 박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휴가를 냈다. 시간의 흐름은 혼란스러웠고, 여주의 인간..
많이도 빡빡하다. 생활도 시간도. 회사를 다닐 때에도 늘 빡빡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시절을 바라보면 그 때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5월 첫 주 황금연휴의 어느 날, 아내와 마주 앉아 미래를 재설계했다. 3년 단기 자금 목표와 현재 자금 사정을 비교했다. 자영업자인 녀석은 들쑥날쑥하지만 상승곡선, 나는 이러니저러니 평평한 직선이다. (설마 하강하진 않겠지.. ㅠㅠ) 회사는 인센티브다 티켓이다 해서 중간중간 들어오는 재원들이 있었는데 활동가 삶에 그런 감사한 사건은 없다. 기대할 수도 없고. 절약하고만 살기엔 그런 인성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중간중간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그런게 싫지는 않다. 다만 노력에 따른 수익의 증가분이 없다는 것이 아주 묘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4월은 초속 5cm로 지나갔다. 매일 매순간 미세먼지 정보를 확인했고 그 가운데에서도 벚꽃을 기다렸다. 책상에서 고개를 올려들면 벚꽃이 지고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한다한다 했던 것들이 박차를 필요로 했다. 이미 시작한 것들이 제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처음 계획했던 시간보다 배 이상의 인풋이 필요했다. 숨가빴지만 다행이도 4월이 끝나기 전에 모든 결과물들이 나와주었다. 크게 세 가지 활동이 진행됐다. 방송인터뷰, 기고문, 소식지 창간. 모든 게 지금 단체에서 처음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모든 게 대표님과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었다. 방송인터뷰를 위해서는 대표님의 삶을 들여다봐야 했고, 기고문을 위해서는 대표님의 시야를 따라가야 했다. 그래도 그 두 가지는 늘 해오던 일들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