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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 프로젝트 노아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난민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 프로젝트 노아

우엉군 2013. 5. 12. 21:48

 

 

10일 오후 4시, 스페이스 노아 Space Noah에서 <더 나은 이야기> 두 번째 인터뷰 '누가 욤비를 난민으로 만들었을까' 강연이 열렸다. 글로만 접했던 난민을 실제로 직접 만나려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하간 복잡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었고,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고르고 고르며 스페이스 노아를 향했다.  

 

 

 

#1. Bloody Phones

 

강연의 주인공인 욤비 토나 Yiombi Thona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2002년 한국으로 망명해 2008년 난민의 지위를 획득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을 탈출하기 전에는 콩고비밀정보국에 근무했던 엘리트였고, 두 아들과 아내를 둔 가장이었다. 그는 정보국 근무 중 내전이 지속되는 이유와 조셉 카빌라 정권의 비리를 알게 되었고, 이를 야당 측에 전달하려다 체포되어 2차례 감옥을 가게 된다. 결국 그는 고국을 떠나는 선택을 내린다.

 

욤비 토나. ⓒ프레시안(최형락)

 

내겐 첫 만남이었지만 이미 1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아 온 토나씨는 인간극장에 출연하고 자신의 책('내 이름은 욤비')을 출간할 정도로 유명인사였다. "여기 핸드폰 가지고 계신 분 있습니까? 집에 TV 있으신 분은요? MP3 플레이어는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그것은 모두 콩고의 피가 묻은 것들입니다."라고 답변하며 능숙하게 강연을 시작한 그는 불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한 유머를 버무리며 편안하게 청중을 자신이 탈출한 세계로 안내했다.

 

토나씨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콜탄', '호텔 르완다', '난민' 세 가지.

 

 

그는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7백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이 끝을 맺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콩고민주공화국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지목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풍부한 금, 주석, 탄탈, 텅스텐 등은 분쟁광물 Conflict Mineral이라고도 불리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토나씨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은 더 싸게 광물들을 얻기 위해 무장단체 로비를 통해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 

 

그가 강조한 '콜탄 Coltan'의 경우 콩고민주공화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80%를 생산되고 있으며, 정상적인 유럽 거래가격은 1g 당 $500이지만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1g 당 $1에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은 계속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한다. (참고: DRC Congo: Coltan, the new blood diamonds)

 

"여러분은 여기서 (핸드폰으로) 삶을 즐기고 있지만, 누구도 이것이 어디에서 오는지 묻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여전히 그 실상을 알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오히려 오해하고 있다는 것. 그 단적인 예가 영화 <호텔 르완다>. 토나씨는 콩고민주공화국 비극의 뿌리는 르완다 내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르완다 내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르완다 내전은 콩고민주공화국에 문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 등 서방에 의해 지원된 학살극이며, 1994년 르완다 난민이 모두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보내진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말한다. 덧붙여 현재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역시 르완다 사람이며, 현 정부의 70%가 모두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꼬집는다. (참고: 씨네21 '편견은 오래 지속된다, <호텔 르완다>')

 

타임아웃 10분 전, 토나씨는 급히 자신의 메시지로 돌아온다.

 

"여러분 한국에는 난민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한국도 난민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한국난민이 생겨났죠. 그 전에 일제시대에도 한국에는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난민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입니다."

 

 World Refugee Day, by Ashley Cecil, June 19, 2007

 

 

 

#2. <더 나은 이야기>, 프로젝트 노아

 

토나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 행사를 기획한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의 부연설명이 있었다. 난민을 변호하는 지난 시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그. 듣고보니 이 강연 제목이 '더 나은 이야기 The Better Story'라고 불리우는 건 토나씨와 같은 난민들의 이야기와 현실을 인식하고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었구나 싶었다.

 

일전에 아내와 몇 주간 이런저런 나라를 여행하고 귀국할 때, 만약 다음에 긴 세계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때는 이제까지와의 여행과는 다른 여행이 되지 않을까 서로 예감한 적이 있다. 이번 <더 나은 이야기> 강연에서 그 여행의 힌트를 한 조각 발견한 것 같아 기뻤다. 난민으로 세계를 이해한다. 참 멋지고 의미있는 일이다.

 

<더 나은 이야기> 강연이 진행된 스페이스 노아 4층 '커넥트홀'

 

4층 커넥트홀을 빠져나오며 스페이스 노아 곳곳을 둘러보았다. 3층에는 코워킹을 지원하는 미디어실과 다양한 룸들이 갖춰져 있었고, 2층에는 시민병원을 지향하는 치과 '닥터노아'가 있었다.(미백이 살짝 땡겼다ㅎ) 

 

대부분의 사회적 혁신들이 온라인 플랫폼은 취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구심이 없어 확 타오르고는 어느순간 뿌리 없이 스러지고 마는데, 이렇게 공간을 미디어화시켜 구심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노아의 노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정말 고민 많이 했구나 싶었고, 솔직히 감동적이었다.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오려는데 이런 글 귀가 적혀 있었다. 

 

"Your life is your message to the world."

 

언젠가 나만의 프로젝트를 가동할 때 이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 무척 즐거울 거 같다. 우엉우엉

   

 

프로젝트 노아 

 

 

  

UN이 채택한 난민 정의 (1951년, United Nations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Article 1.A.2)

[A]ny person who: owing to a well-founded fear of being persecuted for reasons of race, religion, nationality, membership of a particular social group, or political opinion, is outside the country of his nationality, and is unable to or, owing to such fear, is unwilling to avail himself of the protection of that country".

 

** 그 밖에 참고할 만한 기사: '버려진 휴대폰은 어디로 가나요?'(NYT, NewsPeppermint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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