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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연출하기 위한 대칭점들 - Legend (1985)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순수함을 연출하기 위한 대칭점들 - Legend (1985)

우엉군 2012. 12. 23. 00:43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감독의 1985년작 <레전드 Legend>는 스토리면에서는 기대 이하였지만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교과서나 다름없는 작품. 메인 테마인 '순수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캐릭터, 장소, 시간적 측면에서 계속 대칭점들을 이용한다. 특히 계절적 요인으로 봄(?)과 겨울을 대비시켰고, 판타지적인 영상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대기를 꽃가루나 눈발로 꽉 채우는 연출들을 쉼 없이 이어간다.

 

공주 릴리 (미아 사라 Mia Sara)

잭 (톰 크루즈 Thomas Cruise)

 

인상적이었던 것은 검프라는 요정이 출현하는 장면. 아이의 모습을 하고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죽음의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장면에서 대기는 비눗방울로 채워진다. 죽음을 얘기하는데 비눗방울이 둥실둥실... 그것도 한 겨울에... 그 모습이 장난스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예상밖의 신비로움을 더해 무척이나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대칭점은 공주 릴리가 마왕의 신부로 변해가는 모습. 순수함의 대명사인 공주 릴리가 아름다운 보물의 유혹에 이끌리고, 경계에도 어찌할수 없이 매혹되고,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었다가, 그런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짧은 장면이지만 한 컷 한 컷에서 감독의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거의 30년 전에 이런 영상을 연출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스토리는 늘 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상상력과 집중력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 영화 내용은 '오래전 그 영화' 블로그의 포스팅을 참고하면 좋을 듯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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