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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제로가 필요하다 - 기업구조조정 단상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비즈니스 수색일지

그라운드 제로가 필요하다 - 기업구조조정 단상

우엉군 2015. 12. 30. 16:35

 

 

"이 나라는 미래 세대를 키울 생각이 있는걸까?"

 

2015년, 부모로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2세 이하 영아 아이돌봄 서비스는 새해를 2주 앞두고 정책을 변경축소하고, 5세 이하 누리과정 예산은 새해를 이틀 앞두고도 여전히 표류중이다. 육아는 고용과 밀접하다. 결국 밥벌이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혼도 출산도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 정책은 점입가경이다. 내년부터 정년은 60세로 연장된다. 계약직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될 처지이다. 국가는 고용보다 해고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다. 명함을 가진 청년들의 숫자는 점점 더 적어지고, 그 가운데 기술직과 사무직의 간극이 더 넓어지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겨우 서 있는 땅이 너무나 좁다.

 

거목이 쓰러져야 할 시간이다. 더는 늦출 수 없다. 1997년 IMF, 2008년 금융위기 때 쓰러져야 할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았기에 10~20년이 지난 오늘 위기가 표면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업이 선두 주자였고 철강, 조선업이 다음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석유화학, 게임 등 모든 산업에서 시간차는 점점 적어지고 있다.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자격미달은 과감히 손을 뗐어야 했다. 그랬다면 대학을 막 졸업한 따끈따끈한 젊은피가 동맥경화에 걸린 옛길의 어정쩡한 위치에서 길을 잃지는 않았을 거다.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갔을 것이다.

 

클래시오브클랜 Clash of Clans을 탄생시킨 핀란드의 수퍼셀 Supercell은 그렇게 태어났다고 한다. 노키아라는 거목이 무너진 자리에서. 노키아를 목표로 했던 젊은 공학도들은 갈 곳을 잃자 자신들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정부가 그런 그들을 도왔다. 성장산업을 점지하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일부 생활비를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실험하고 개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우리에겐 제로 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데 투입하는 것보다 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구현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더 중요하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그라운드 제로가 필요한 것이다. (관련 기사)

 

위기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저유가와 함께 밀려오는 2015년 이머징마켓 위기는 그 한파가 더 가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줄줄이 엮인 식구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기업들의 시한부 사업포트폴리오를 연장해주어서는 안된다. 큰 기업에는 큰 책임을 묻고, 어려움 속에서도 창업하는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국내 대표 수출기업들은 쪼그라든 해외시장에서 눈길을 돌려 내수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체급을 무시한 비겁한 땅따먹기는 더할 것이다. 그보다 더 암울한 것은 2018년 인구절벽을 맞이한 우리 안에 돌파구가 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다시 결혼과 육아의 문제로 꼬리에 꼬리를 문다.

 

2013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기업구조조정제도 현황 및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IMF 이후 1998년 한라그룹을 시작으로 변천되어 온 기업구조조정 제도에 대한 흐름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대단한 자료다. 보고서는 말한다. "구조조정 지연은 해당 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한다"고. 이는 국가적 낭비다. 그리고 미래 세대의 권리를 허락없이 가져다 쓰는 무책임한 짓이기도 하다. 단순히 워크아웃이 낫다 법정관리가 낫다의 진단 아니다. 보고서는 PEF 등 자본시장 성장에 따른 사전적 구조조정 제도의 중요성을 조언하며 한라, 대우, 금호, 동양, 웅진, SK, STX 등 사례를 조명하고 있다. 마침 삼성과 한화/롯데의 빅딜을 시작으로 극적인 M&A가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서 산업 구조조정을 겨냥하고 있다. 이 밥통 난세에 부디 좋은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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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제도 현황 및 개선방향

조항래・박상진, 2013.9.30, 우리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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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미국의 구조조정 프로세스에서는 PEF를 비롯한 자본시장 참여주체들에 의한 M&A 등의 방법으로 사전적 구조조정이 시행되어 기업의 비체계적 리스크(지배구조, 사업포트폴리오, 경영전략 등)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요소들이 사전에 걸러지게 되며, 법적 제도적 장치들은 보다 체계적 리스크(경제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측면이 높음.

 

자본시장이 성숙되지 못한 국내의 경우 시장을 통한 사전적 구조조정 프로세스가 확립되어 있지 못함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의 부담이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 사후적 기업구조조정 프로세스로의 쏠림 현상 발생. 결과적으로 이는 1차적으로 채권단에게 충당금 적립 등의 형식으로 부담감이 돌아가는 구조이며, 2차적으로 금융권 부실이 가시화될 경우 공적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프로세스임" p.31

 

 

 

한라그룹 (1998)

"한라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우량자산을 양도받아 가교회사(RH만도, RH시멘트, RH건설, RH중공업) 설립 후, 이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를 담보로 브릿지론 차입 및 채권단 채무 상환. 이후 해당 자산을 해외 기업들에 매각(M&A)하여 브릿지론을 상환하는 구조" p.38

 

 

 

대우그룹 (2000)

"㈜대우의 무역부문과 건설부문을 분할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 신설회사로 이전되지 않은 다른 채무에 대해서는 연대 변제 책임을지지 않게 하였으며, 악성부채와 부실자산을 넘겨받은 잔존법인 ㈜대우는 해외법인 지분 및 자산 매각과 매출채권 회수가 마무리되자 06년 5월 파산신청" p.49

 

 

 

대우자동차

"채권단은 GM이 매수를 희망한 사업부문과 그 외 부평사업장, 부산사업장을 별도 신설회사로 분할하고 이들에 관련 자산을 양도하면서 받은 받을어음을 신탁회사(산업은행)에 위탁 후 대우차신탁수익권증서를 채권자에게 발행하여 채무변제에 갈음함" p.41

 

 

 

SK글로벌 (2003)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협약채권기관들의 가압류신청과 해외금융기관들의 무임승차현상은 해당 제도의 보완점으로 남음. 또한 SK그룹의 지원을 둘러싸고, SK(주)와 외국계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간의 대립은 기업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이슈를 제기" p.43

 

 

 

 

* Reference: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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