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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단상 - 생태계는 어디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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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단상 - 생태계는 어디에

우엉군 2016. 10. 18. 15:00

 

 

 

진해운 사태를 보며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내일을 생각합니다. 미래가 아닌 한치 앞을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오갈 수 없는 한국은 사실 섬나라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서 바다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극적 사고는 항상 바다에서 일어났습니다. 천안함, 세월호 이제는 해경까지. 가해자가 누구든 피해자와 희생자 앞에서 정부의 노력은 언제나 제한적이었고 실망스러웠습니다.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 산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한국은 결국 하늘과 바다를 거쳐야 하는 것인데 그에 대한 신념이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합니다.

 

9월말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고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화학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석유화학회사들은 이미 정부가 한중FTA를 체결했을 때 정부가 산업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챘습니다. 누가 봐도 자동차는 살리고 석유화학은 버리는 그림이었지요. 물론 자동차산업이 과거 건설산업 만큼이나 파급력이 큰 전방산업이며 그것이 한국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 아프지만 모두 감내했습니다. 큰 그림에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어떤 철학이나 방향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최소한 '성장성'이냐 '수익성'이냐라는 선택지에서 출발해야 하겠지요. 세계경기는 침체되고 명확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없다면 일단 수익성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 건 어디까지나 기업의 입장입니다. 당초 석유화학협회가 베인앤컴퍼니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려던 주체가 NCC업체들이었다는 것은 컨설팅의 한계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수익성을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종품을 '공급과잉'으로 몰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급과잉은 당연한 겁니다. 자동차, 핸드폰, 화장품, 담배, 커피... 모든 게 공급과잉입니다.

 

정부가 산업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고 개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삼성토탈 인수로 날개를 단 한화나 거침없는 수직계열화로 석유화학에 유통 마인드를 접목시키는 롯데케미칼 모두 NCC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원가경쟁력이죠. 하지만 LG화학 같은 기업은 연료전지와 바이오 같은 미래산업에 투자하고, 도레이나 금호 같은 경우는 탄소소재라는 미개척지에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발굴입니다.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들은 바로 이런 노력들입니다.

 

회사가 아닌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태계를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컨설팅 결과가 TPA, PS, PVC, BR 등 특정 제품만 지목하는 거라면 이는 회사 단위의 고민입니다. 이는 소수 제품을 취급하는 작은 석유화학회사들에겐 사실상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만약 정말 그 해법이 많다면 원가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과 시장지위를 객관적으로 따져 경우에 따라서는 작은 강소기업에 리더십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다른 산업에도 똑같이 있는 공급과잉에 유독 석유화학산업이 취약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수출역군이라는 후광이 사라져가는 석유화학산업에도 갑질이나 골목상권 침해는 없는지,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불합리함은 없는지... 건강한 생태계가 대답해야 할 기초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독과점이 아닌 경쟁으로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노트7의 최근 사태가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붕괴에 따른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뼈있는 비판은 석유화학산업에도 유효합니다. 우엉우엉.

 

 

한화토탈이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

 

 

 

 

[2015년 한국 석유화학회사 생산현황]

단위:

 

 

 

Naphtha Cracker

PE, PVC, EG, Ethanol, Ethyl Acetate, EPDM
PP, AN, PPG, Octanol, Butanol, IPA, Acrylic Acid , Ester
BR, SBR, SSBR, Latex, NBR, MMA, PMMA
Petroleum Resin

 

 

BTX Plant

PS, EPS, ABS, Caprolactam, BPA, Epoxy, PC, MDI, Maleic Anhydride
TDI
Phthalic Anhydride, TPA, PIA

 

 

Utility

DMT, MTBE, Carbo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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