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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걸리는 마음의 감기 -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2011) 본문

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누구나 걸리는 마음의 감기 -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2011)

우엉군 2012. 11. 25. 23:27

 

    어느날, 남편이 출근 길에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런 그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예고 없이 찾아와 야금야금 마음을 좀먹습니다. 무기력, 회한, 대외기피... 자신감은 끝없이 추락하고 자신의 존재의의는 고사하고 밥먹는 것조차 죄스럽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자살까지 치닫게 되죠. 제게도 몇 번의 백수 시절,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패배감과 우울함으로 매일 저녁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가족의 믿음입니다.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ツレがうつになりまして。(2011)>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듣고 싶은 말들로 가득합니다. 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원이라면 하나둘쯤 아내에게 건네받고 싶은 표현들이 담겨있죠. 작은 위로, 칭찬, 격려, 지지, 응원 등의... 그래서 너무나 따뜻합니다. 울컥 눈물이 고일 정도로.

 

 

    영화를 보며 대학시절 한 후배의 말이 어른거렸습니다. "모두가 선배처럼 강한 건 아니예요" ... 아마도 그 시절의 저는 꽤나 강한척 했던 모양입니다. 전혀 그렇지 못한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자신의 '약함'을 용기있게 고백하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츠레가..>는 일품입니다.

 

    아프고 힘든 부부와 연인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혼자 끙끙거리지 마세요. 금 가버리고 마니까요. 그리고 어느날 남편이나 아내가 일에 숨막혀 하면 꼭 하루처럼 말해주세요. "회사 그만 두지 않으면, 이혼이야" 우엉우엉

 

 

 

#1. "갈라지지 말아요, 츠레" - 하루

츠레,
금이 가지 않았다는 것에 가치가 있는 거예요.
회사 그만 두지 않으면
이혼이예요.

 

난 츠레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만화를 그렸다.
나는 어떤 잡지의 단편만화에 데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화만으로는 생활이 정말 안 되었다.
이윽고 우리들은 결혼을 했다.
"하루, 만화만을 그려. 뒷바라지는 내가 할께"
그것이 츠레의 프로포즈 같은 말이었다.
나는 츠레가 보살펴 주고 이구에게 치유되어 만화를 그려왔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린다.
그래서 감기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하면 이 불가사의한 것은
마치 외계인의 감기,
우주 감기이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일을 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2. "나는 여기에 있는게 좋은걸까?"- 츠레

회사 구조조정해서 인원도 줄었고 내가 쉬면 큰일이야.

 

나는 전화는... 할 수 없어...

 

조금 전에
하루가 굉장히 멀리 있는 듯이 느껴졌어.
그런데도 하루에게 끈질기게 하고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어.
나 같은 거 없어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아.
때때로 여기에 있는 것이 견딜 수 없고 싫어져.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어. 하루,
나는 여기에 있는게 좋은걸까?

 

 

 

#3. 결혼 동창회 - "건강할 때에도, 아플 때에도..."

지금 남편이 이야기 했듯이
지난 1년은 우리에게 있어서 괴로운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부부로서 여러가지 것들을 얻은 1년이기도 했습니다.

 

조금전 결혼식 때에 읽어 내려간 결혼서약을
오랜만에 읽어보면
가슴에 북받치는 것이 있을 겁니다

 

당신은
건강할 때에도 아플 때에도
풍요로울 때에도 가난할 때에도
이 남자를 사랑하고
이를 공경하며
이를 위로하고
이를 도와주며

...

이에 서약한대로
우리들은 진짜로 부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곁에 츠레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 츠레(つれ)는 일본어로 '동행', '동반자'의 의미라고 합니다. 카타카나 'ツレ'로 쓰일 경우엔 '조연'의 의미도 내포한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은 카타카나구요.... 음... 여러모로 기가 막힌 단어 선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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