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올해는 유독 만화계가 풍성하게 느껴진 한 해였습니다. tvn 드라마 의 화려한 비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만화가의 사회참여, 플랫폼 다양화, 무크지 부활, 그래픽노블의 지속적 성장 등 복합적인 시너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에이코믹스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어 더없이 분주하고 행복했던 한해이기도 합니다. 워낙 독보적인 해라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2014 올해의 만화' 정리합니다~~ 우엉우엉 #1. 올해의 인물 - 의 '유양' 상사의 면상에 눈깔(굴)을 집어던진 '유양'. 그녀가 있어 올해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회사라는 단체의 일원으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그녀가 결혼에 기대지 않고 맨몸으로 삶을 뚫고가는 모습은 남자인 내게도 전우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죠...
김진혁 PD의 뉴스타파 추모영상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 마'를 보고 한번은 가수 신해철에 대한 기억을 정리해야겠다 생각했다. 차일피일 미루던 중 석정현 작가의 '굿모닝 얄리' 일러스트를 보게 됐고 나도 올해가 가기전에 나름의 인사를 건네야겠다 생각하게 됐다. 가수 신해철(1968~2014)은 내게 시인이었다. 그의 음악에 열광하진 않았지만, 그의 음악은 어떤 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미쳤다. 초기작들은 달콤하고 아름다워서 좋았고, 중기작들은 묵직한 관찰과 내지르는 일갈이 복잡한 세상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어 좋았다. 힘겨웠던 시절 나는 그의 고백과 분노에서 많은 격려와 폭발력을 얻었다. 2000년대 초 마왕이 MBC 라디오 을 진행했을 때에는 유언장을 작성하기도 했다. 어느 비오는 새벽, 그..
10월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80 선에 머물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골드만삭스 Goldman Sachs는 2015년 상반기에나 WTI가 $75, 브렌트유가 $85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었죠. 하지만 유가 하락속도는 예상치를 벗어났습니다. 11월 이미 $70 구간을 지나고, 12월 첫날 WTI(美 서부텍사스산원유)는 $66을 찍었습니다. 12일 WTI는 $60를 또 다시 돌파 $57.81를 찍었습니다. 유가는 폭주기관차처럼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미친 듯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정말 내년 상반기 배럴당 $40가 실현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OPEC, 골드만삭스, IEA 등의 소스를 빌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 전환(structural transition)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
12월 1일, 첫눈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세 명의 YTN 해직기자가 '복직' 출근을 했다는 것이었죠. '해고'라는 단어만 빼곡히 늘어선 시대에 한 줄기 빛과 같은 뉴스였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안타까움도 조금이나마 누그러지는 듯 하더군요. 복직한 주인공은 정유신 기자, 권석재 기자, 우장균 기자입니다. 2일, 뉴스타파는 세 기자의 복직 출근을 5분 분량의 영상으로 소개합니다. 기자 앞의 '해직'이라는 수식어가 '복직'으로 바뀌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죠. 인상적인 부분은 동료의 복직을 환영하는 YTN 후배 기자들의 인사였습니다. "선배들 돌아오셨을 때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어야겠다. 그 생각 하나로 꾹꾹 버텼다." 황 기자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몇 마디 말만으로도 밖에서 싸우는 해직기자..
최근 벌어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CA(Cabin Attendant, 항공 객실 승무원) 본연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땅콩 과자를 제공하는 것이 (대졸) 승무원의 역할은 아닐텐데요. 장거리 노선이 늘어나면서 하늘 위의 호텔급 서비스 제공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 생각하는 게 국내 대형항공사의 현주소인 듯 합니다. 그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항공 서비스가 처음부터 고객 환대 중심이었을까요? 일본 최초의 저가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일본 드라마 (2013)는 이 부분을 아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0년 일본항공(JAL)의 파산을 경험했습니다. 2012년, JAL은 우여곡절 끝에 새출..
현대 정치사상 거장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1906-1975, 독일출생 유태계 미국인)는 의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앞서 출간된 이야말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과 지혜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노동과 작얼을 구분해낸 그녀의 날카로운 집도는 노동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그 근원을 파헤칩니다. 아렌트는 '노동'에서 출발합니다. 그녀가 바라보는 '노동'은 생존의 긴박성과 필연성에 갇혀 오히려 초라해 보일 지경입니다. 그런 평가가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평가절하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적나라함이 그녀가 '노동'의 다음 단계인 '작업'과 '행위'로 나아가는 당위와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긴박성이..
Yale Collection of Musical Instruments 전경 2014년 기준, 美 예일대 음악대학은 미국 음대 순위 1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클래식 및 현대 음악 중심으로 약 13개 앙상블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Top 3라는 예일대 명성에 견주면 훌륭한 순위는 아니지만 예일대 음대는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예일대 음대의 음악에 대한 헌신과 노력은 오랜 전통만큼 악기와 음악 관련 자료에 대한 방대한 자료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1701년 목회자에 의해 설립된 예일대는 인문사회에서 출발해 음대는 1894년에 7번째로 개설합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학교 특유의 학문적 기질을 발휘해 음악 도서관(the Irving S. Gilmore Music Library, B..
2014.07.08 "해수의 아이" @삼일해물찜, 불광 by 우엉군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누구와 이야기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요. '수신자'를 특정하지 못하니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송신자'를 특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글은 정보만 담은 채 시간을 터널을 쓰윽 빠져나갑니다. 관계를 맺지 못하고 대화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무색무취의 글입니다. 쓸모 없는 짓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계속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전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뚜렷한 방향은 없지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마음에 관심사를 하나하나 기록하다보니, 겨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낯선 시간, 낯선 장소, 낯선 만남'이란 키워드의 주머니를 마련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