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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정 시장의 탄생은 사회구조의 완전한 전환" - 칼 폴라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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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조정 시장의 탄생은 사회구조의 완전한 전환" - 칼 폴라니

우엉군 2015. 5. 13. 14:13

 

지난 4월, 서울에 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arl Polanyi Institute Asia; KPIA)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988년 캐나다 본부, 프랑스 유럽본부에 이은 세 번째 연구소이자 아시아본부라는 타이틀은 묘한 자부심마저 불러일으키더군요. 그 와중에 본부와 달리 '정치경제연구소'가 아닌 '사회경제연구소'로 명명한 부분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소식과 함께 달려갔으나 업무시간 종료, 방문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 1886~1964)와의 만남은 5년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직업의 형태로 가져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고, 닥치는 대로 책을 파며 사람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그 때 흘러흘러 만나게 된 책이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이었습니다. 1부를 읽었을 때 알았습니다. 이 책은 괴물이라는 것을. 정치경제학에 대한 전례없는 묘사와 통찰, 로버트 오언과 협동조합과의 첫만남도 그 때 이루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기업행은 실패했습니다만 5년이 흘러 이렇게 멋진 소식으로 재회하니 정말 기쁩니다. 마치 제 안의 꺼진 불씨가 되살아 나는 기분입니다.

 

칼 폴라니는 말합니다. '시장'이 국가통제 하에서 자기조정의 영역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획득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구요. 필수경제요소인 노동, 토지, 화폐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으로 환원되며 경제구조가 사회에서 떨어져 나간 그 순간, 우리가 사회에서 차지한 입지는 굉장히 작고 고단해졌다고 그는 말합니다. 오웬의 생각을 빌어 그는 기업 등 경제구조에 모든 것을 의지하지 말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것을 조언합니다. 적정한 부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그것을 완성하는 자급자족 실천을 포함해서 말이죠.

 

오랜만에 당시의 낙서를 뒤적여 봤습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주식, 펀드, 금융상품이 우리와 세계를 공동운명체로 묶고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면 앞으로 어디에 부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까? 88만원 세대와 사오정, '생산자=소비자' 완전고용 신화가 깨어진 부의 양극화 시대에 필요한 생산-소비모델은 무엇일까? 이 시대의 자급자족모델은 무엇일까? 국가도 기업도 수명이 늘어난 우리를 책임질 수 없다면 고령화 사회 생존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은 무엇일까? ...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고, 흘려보낸 시간만큼 갈증은 더 커졌습니다.

 

아이가 크기 전에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용기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요? 부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가 그 길을 찾는데 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우엉우엉.

 

 

    

1923년 37세의 칼 폴라니, 빈 소재의 주간신문사에서 일하다 이 해 결혼한다. 대작 <거대한 전환>은 이로부터 21년 후에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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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Karl Polanyi, 1944, 2009, 홍기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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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평화(1815~1914)'의 배경을 제공했던 것은 새로운 경제 생활의 조직이었다. (유럽 협조 체제의) 거대한 정치적 위업이 가능했던 것은 오트 피낭스(haute finance)라는 특수한 실체가 나타난 결과로서 이것이 국제 사회의 정치 조직과 경제 조직의 연결고리로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이었던 체제는 전면전은 극도로 엄격하게 방지하는 반면 국지전은 끝없이 벌어지게 내버려두면서 그 가운데에 평화로운 영리 활동이 벌어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 그 본질적 성격이다. p.117~119 ('금본위제'에 기반한 세력균형)

 

영국 종획운동(enclosure). 영국이 심각한 피해 없이 종획운동의 재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튜더 왕조와 초기 스튜어트 왕조가 왕의 권력을 발동하여 경제 개발의 속도를 사회가 견뎌낼 수 있을 만큼 늦춘 덕분이다. 즉 당시 중앙정부의 권력을 사용하여 그러한 사회 전환의 희생자들을 구제하고, 또 변화 과정이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것을 가급적 줄이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한 때문이다. p.173 (왕권주의 vs. 의회주의)

 

변화 속도와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의 비율이야말로 그 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라는 것을 결정한다. 그런데 자기조정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먼저 증명되지 않는 한, 시장경제의 여러 법칙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 p.172

 

아리스토텔레스는 화폐에 대한 욕망은 한계도 경계도 없으므로 이익을 위한 생산이라는 원리는 "인간에게 자연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사실상 결정적인 논점을 겨냥했다. 즉 사람이 돈을 얼마만큼 가져야 하는가의 한계는 그가 살고 있는 사회 관계에 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한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독자적인 경제적 동기란 그러한 사회 관계와 갈라선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p.199 (Politics)

 

넓게 보자면 우리에게 알려진 바의 서유럽 봉건제가 끝나는 시점까지 존재했던 모든 경제 체제들은 상호성 원리, 재분배 원리, 가정 경제의 원리 혹은 이 세가지 원리의 조합을 통해 조직되었다는 것이 이 장의 논지이다. 이러한 원리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 조직의 도움을 받아 제도화될 수 있었다. 그 사회 조직이란 특히 대칭성과 중심성, 자급자족 등의 패턴을 조직의 기초들로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p.199

 

그런데 시장 패턴이라는 것은 잠재적으로 오직 그것에만 따라오는 고유한 동기, 즉 물물교환과 교역이라는 동기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모종의 특별한 제도를 따로 창출할 수 있으니 그 특별한 제도가 바로 시장이다. 궁극적으로 따져보면 이것이 바로 경제 체제를 시장이 통제할 경우 전체 사회 조직을 압도해버릴 만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이다. p.209

 

(마을 장터와 원거리 무역) 이 두가지 교역의 단절이라는 장치야말로 중세의 중심도시들의 제도에서 핵심이었다. ... 식량 공급은 도시의 물질적 존속에 절대적 위치를 갖는다. 따라서 자치 도시는 식량 공급에서는 가격이 턱없이 치솟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조달될 수 있도록 교역을 통제해야 했다. p.223

 

현실적으로 중상주의 체제는 수많은 도전이 계기가 되어 하나로 합쳐져서 나온 대응이었다. 당시의 상업혁명은 중앙집권적 국가라는 새로운 창조물을 요청하고 있었다. p.225 (자본의 영향)

 

중상주의는 국가 정책으로 상업화를 강력하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시장경제와 정반대였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된 관심은 나라의 자원을 개발하고, 특히 교역과 통상을 통해 완전고용을 이루는 데 있었고, 전통적인 노동과 토지의 조직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였다. (상업적으로 거래될 수 없음) ... 민주주의 체제와 대의정치로의 이행이 벌어지면서 이러한 중상주의 시대의 흐름이 완전히 거꾸로 뒤집힌 것처럼 18세기 말에 벌어진 바, 규제되는 시장에서 자기조정 시장으로의 변화는 사회 구조의 완전한 전환을 대표하는 사건이었다. ...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것은 사회를 정치 영역과 경제 영역으로 제도적으로 분리한다는 엄청난 것을 요구한다. ... 부족사회든 봉건사회든 또 중상주의적 조건 아래서든 사회에서 경제 체제가 분리된 것은 없다. p.241

 

시장 경제는 노동, 토지, 화폐를 포함한 산업의 모든 요소를 포괄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이나 토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것들은 다름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자체이며 또 사회가 그 안에 존재하는 자연환경인 것이다. 이것들을 시장 메커니즘에 포함한다는 것은 사회의 실체 자체를 시장의 법칙 아래 종속시킨다는 뜻이다. p.242

 

하지만 산업 생산이 복잡해질수록 확실하게 공급을 보장해야 할 산업 요소들의 가짓수도 늘어났다. 당연히 그 가운데 각별히 중요한 요소는 노동, 토지, 화폐였다. 상업 사회라는 틀에서 이 세 요소의 공급을 조직하는 방법은 단 하나, 즉 구매로 얻는 것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시장에서의 판매를 위해 조직되어야만 했으니, 즉 상품이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p.247

 

인간이 만약 그러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그러한 행동 패턴을 준수하고자 애쓴다면 그는 그래도 그 새로운 목표를 얻기 위해 기를 쓰고 분투하도록 힘을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영혼을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 노동자의 경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길은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니, 그것은 그 자신을 새로이 나타난 계급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의 노동으로 생계를 벌 수 없는 이들과 한 묶음으로 엮여 이제 노동자가 아니라 모조리 구호 대상 극빈자로 여겨졌다는 것에 있다. p.314 (스피넘랜드법)

 

 

 

    

사회개혁 운동 로버트 오언(Robert Owen, 1771~1858)과 뉴 하모니(New Harmoney) 공동체 실험 (From Wiki)

 

 

로버트 오언은 국가와 사회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깊이 의식하고 있었다. ... 공동체에 끼치는 해악을 피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개입이라면 얼마든지 국가에 기대했지만, 사회를 조직하는 일 자체를 국가에 기대하는 법은 결코 없었다. ...그는 사회를 동물적인 접근으로 해명하려는 시도를 모두 거부했고, 그러한 시도에 담겨 있는 멜서스와 리카도적인 한계들을 논박했다. 그의 모든 사상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기독교에 대한 거부였으니, 그는 기독교가 인간 성격 형성의 책임을 오로지 그 개인 자신에게만 뒤집어 씌우는 '개인화'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p.367 (사회의 발견)

 

(로버트 오언은) 인간이 저질로 타락하는 으뜸가는 이유를 다시 한번 올바로 지적하고 있으니, 그것은 공장에다 아주 기초적인 생계수단까지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진정한 문제는 예전에 그의 경제적 존재가 묻어들어 있었던 자연과 인간과의 여러 관계들이 완전히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거대한 규모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빈곤 문제란 이 거대한 사태의 경제적 측면에 불과하다. p.369

 

노동을 인간의 다른 활동들로부터 떼어내어 시장 법칙에 종속시키면 인간들 사이의 모든 유기적 존재 형태는 소멸되고 그 자리에는 대신 전혀 다른 형태의 조직, 즉 원자적 개인주의의 사회 조직이 들어서게 된다. p.439 (시장과 인간)

 

금융 시장이 생겨나게 되자 이러한 태도는 완전히 일변하게 된다. 폭동 대신 평화적인 집회가 점차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 19세기가 되면 무장한 군중들이 치안을 유린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이는 반란의 초기 상태로 간주되어 위급한 국가 위기로 여겨졌으며, 주식 시장은 그 바닥을 모르고 한없이 폭락했다. 대도시 대로에서 총기 난투라도 벌어지게 되면 전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가공 자본 상당 부분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p.478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로 시작된 중부 유럽의 '농업부흥운동 reagrarianization'이란 이러한 자급자족 경제의 증후가 나타나면서 완성되었다. 이제는 노동 계급이라는 '내부의 적'에 맞서기 위해 농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덧붙여서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 상황이라는 '외부의 적'에 대해서도 농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p.482

 

시장 경제에 대한 노동 계급의 대응과 농민의 대응 모두 보호주의라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전자는 주로 사회 입법이나 공장법의 형태를 띠었고 후자는 국내 농업 진흥을 위한 보호 관세와 토지 관련법의 형태를 띠었따. 하지만 둘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차이점이 있었다. 비상 사태가 도래할 경우 유럽의 농업 경영자들과 농민들은 시장 체제를 수호하려 나섰던 반면, 노동 계급은 그것을 위험에 빠뜨릴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려 들었던 것이다. p.485 (시장과 자연)

 

결정적인 단계는 노동자들이 임노동의 여러 규칙들을 따르지 못하면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노동 시장이 영국에서 확립되었을 때였다. 이러한 과감한 조치가 취해지게 되자 그 즉시 자기조정 시장의 메커니즘이 발동을 걸게 되었다. 그것이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너무나 폭력적인 것이었기에, 비록 그러한 시장에 대한 일반의 믿음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건만 거의 즉각적으로 강력한 여러 보호주의적 반작용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p.532 (체제 붕괴의 긴장들)

 

앞에서 우리는 서양인의 의식을 구성하는 세 가지의 사실들이라고 믿어지는 것들을 이야기로 꺼냈다. 죽음에 대한 깨달음, 자유에 대한 깨달음, 사회에 대한 깨달음이다. 첫 번째인 죽음에 대한 깨달음은 유대인들의 전승에 의하면 구약 성경의 이야기 속에 계시된 바 있다. 두 번째인 자유에 대한 깨달음은 신약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속에서, 모든 개인의 인격 하나하나가 우주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발견을 통해 계시된 바 있다. 세 번째인 사회에 대한 깨달음은 산업 사회에서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계시되었다. 아마도 그러한 계시의 예언자 역할에 가장 가까웠던 이로서 로버트 오언을 말할 수 있다. 이 깨달음은 현대인의 의식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p.603

 

이제 인간은 자신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풍족한 자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것이 복합 사회에서의 자유의 의미이다. 이것만 이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확신을 얻을 수 있다. p.604 (복합사회에서의 자유)

 

 

 

*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http://www.kpi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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