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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11월 개봉에 앞서 발간한 만화 , 작가의 깊고 낮은 시선이 따스하다. (2017, 코우노 후미요) 약 4개월간 미친 듯이 달렸다. 정말 조금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야근을 해야했고, 주말도 머릿속에 행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11월 중순을 목표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10월부터는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행사는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행사는 메인 컨셉을 제외하고는 6월 첫 그림에서 많은 것이 계속 바뀌어져 갔다. 초기에는 좀더 기업과 언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미팅과 검증으로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가 들통났다. 그러면서 초기 2개월이 훌러덩 날아가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후원사와..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자신의 승리만 믿지 않는다." - 미스 슬로운 Miss SLOANE (2016) 7월, 하반기가 새롭게 시작됐고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먼저 새로운 인턴 친구가 합류했다. 그 친구를 통해 줄곧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던 영역을 만들어 갔다. 리서치도 결과물도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인턴은 하늘이 내려주시는 것인가... 싶었다. 정부부처를 만났고, 국제기구와 대화를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영역을 확장하는 기쁨. 진지한 조언과 눈빛으로 오가는 신뢰. 활동가로서 그런 것들을 맛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협동조합의 파일럿 작품 품평회에도 참석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게임으로 풀어나가는 재치와 역량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그만 툭 실이 끊어지고 말..
많이도 빡빡하다. 생활도 시간도. 회사를 다닐 때에도 늘 빡빡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 시절을 바라보면 그 때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5월 첫 주 황금연휴의 어느 날, 아내와 마주 앉아 미래를 재설계했다. 3년 단기 자금 목표와 현재 자금 사정을 비교했다. 자영업자인 녀석은 들쑥날쑥하지만 상승곡선, 나는 이러니저러니 평평한 직선이다. (설마 하강하진 않겠지.. ㅠㅠ) 회사는 인센티브다 티켓이다 해서 중간중간 들어오는 재원들이 있었는데 활동가 삶에 그런 감사한 사건은 없다. 기대할 수도 없고. 절약하고만 살기엔 그런 인성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중간중간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그런게 싫지는 않다. 다만 노력에 따른 수익의 증가분이 없다는 것이 아주 묘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인용했던 3월, 나는 깊이 더 깊이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매주 한 번쯤은 새벽 4~5시 사이에 눈을 떴고, 그러던 어느날 나는 운명의 주인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 인생이 지구와 달처럼 공전자전하며 어떤 지점을 막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랜드, 한국, 시리아를 오가며 무엇이 더 근본적인 것인지. 그래서 결국 한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건지 묻고 또 묻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만 그 폭이 훨씬 폭이 넓어지고 무모해(?)졌다. 난생 처음 국제부를 만났다. 선임기자와 데스크를 만나 솔직히 물었다. 나는 증거가 필요했다. 언론홍보에 대한 일방향적인 에너지를 얼마나 더 유지해야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거절 당하는..
2월 중순까지 정신 없이 달리고 돌아보니 옆자리가 비어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인턴 친구의 자리였다. 2016년말 "시티은행-경희대학교 NGO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인턴 친구를 만났다. 8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친구와 참 많은 일을 해냈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하나 해치웠고 중간중간 갈증이 있던 다양한 실험과 업무를 쳐낼 수 있었다. 등 뒤를 맡기고 일한다는 느낌이었달까?ㅎ 또 다시 한 달이 흐르고 중요한 출장과 미팅을 마치고나니 문득 많이 그립다. 기업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저 일상의 하나였다. 비즈니스 세계에 사람이란 돈이 오가듯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NGO의 세계에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드물다. 그래서 순간 스쳐지나갈지라도 허투로 할 수가 없다. 특..
행사하기 적당해서, 행사하기 좋아서 활동가 라이프 삼개월째. 한 달간 작은 행사를 하나 준비했고 지난주에 마쳤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행사와 함께 tvn 드라마 도 끝났고, 후지TV 애니 도 모두 끝나버렸다. 주말에 무척이나 공허했다. 그런데 동시종영이라 그 공허함이 행사 때문인지 공유 때문인지 마지메 때문인지 분간이 안 됐다. 그래서 이 참에 좀 정리를 하련다. 11월말 본부에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고 별 생각 없이 그저 누군가 한국에 들어오겠거니 생각했다. 12월초 그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업무라는 시그널이 감지됐다. 간단한 리서치로 나는 그의 커리어가 꽤 매력적이라 판단했다. 12월 마지막주 불과 4주를 남겨두고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스러웠던 건 지난 11월 언론에 대한 온도차를 직접 ..
활동가... 나는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칭하는게 맞을까? 지난 달, 10년간의 비즈니스 세계의 삶을 정리하고 비영리 섹터로 이동했다. 어제까지의 삶이 익숙했던 나로써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정상적이 않아 보였다. 어제까지 마음껏 휘둘렀던 기술들도 소용이 없었다. 몸이 아플 지경까지 밀어부치니 조금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 달이 지나니 과연 적절한 접근이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제까지의 세계를 내려 놓기로 결정했다. 비즈니스 세계는 언론이 가까웠다. 가용자원이 많았고 예산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었다. 언론이 좋아할만한. 하지만 비영리 섹터는 여러모로 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어쩌면 "자원"의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