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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독거청년" p.19. 서윤후 시. 노키드 만화. 2017. 네오카툰 처음엔 이 작품의 실험성에 매료되어 선택했고 책을 덮을 때는 잃어버린 한 소년 때문에 너무나 먹먹하고 그리웠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몇 컷을 흉내내면서는 그 자유로움과 성실함에 감탄하고 감탄했다. 전반적으로 작품은 모호함의 시절을 말한다. 세상과 명확한 관계를 설장하고 명함같은 좌표가 설정되기 전의 시간. 마치 동이 터오기 전의 새벽녘의 어둠같은. 그 중심에 한 소년이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설명되지 않고 답이 없는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그것이 혼란스럽거나 당황스럽지 않았던 시절을. 작화는 소년의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받아들인다. 스스로 속도를 내지 않는다. 간혹 강렬한 시어에도 불구하고 걸음걸이를 유지한다. 때문에 정적..
요즘 BREXIT 이슈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도시가 있습니다. 런던 아니죠. 바로 유럽의 심장 '브뤼셀 Bruxelles'입니다. 브뤼셀은 화려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20세기 현대사에서 유럽 평화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브뤼셀에는 유럽을 상징하는 중요한 2개 국제조직의 본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본부이며, 다른 하나는 유럽연합 EU(European Union)의 유럽 이사회입니다. 전자는 20세기의 균형추로 기능했고, 후자는 21세기의 신대륙을 꿈꾸었죠. 그래서 온갖 국제기구와 외교관, 시민단체들이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5월에 벌어진 국제공항 테러도 이런 상징성에 대한 테러..
BREXIT를 풍자한 5월초 KAL의 만평 결국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용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과감하네요. 이렇게 외면할 수 없는 복잡한 국제이슈를 마주하면 늘 한 사람이 먼저 떠오릅니다. 바로 영국 The Economist의 만평가 칼 KAL(Kevin Kallaugher)이죠. 그의 한 컷 만평을 보고나면 복잡한 이슈들이 의외로 단순명료해집니다. 한 컷의 시사만평의 힘은 실로 대단하죠. 에이코믹스 연재를 시작할 때 제 작은 목표는 원고료를 모아 칼의 작품집을 사는거였습니다. 원서 가격은 $35였는데 계산을 잘못해 50만원으로 인지하고 있었죠. (웃프지만 그래서 열심히 일했답니다 ㅠㅠ) 우여곡절 ..
3월 휴간에 들어간 에이코믹스가 결국 사라졌다. "서버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로 보건대 최소한의 사이트 유지관리조차 이어가지 않기로 한듯. 내부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 많은 이들이 참여했던 2년간의 기록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리니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다. 김한민의 의 무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모두 사라지고 마는 그런 느낌이다. 에이코믹스에 머물렀던, 이제는 수취인 불명의 지난 리뷰들을 하나씩 다시 기록한다. 마지막 리뷰라 너무나 애틋했던 던전시트콤 으로 시작한다. 우엉우엉 던전밥 (2권) 쿠이 료코 Ryoko Kui, 소미미디어, 2016, 각 7,000원 여자가 이슬만 먹고 살 수 없듯, 모험자들도 경험치만 먹고 살 수 없다. 모험자 일행 ..
피곤이 역력한 곶감이사님 " 에이코믹스가 휴간합니다. " 2년 6개월여의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온 에이코믹스가 당분간 휴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에이코믹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일단 물러가지만 언젠가는 다시 독자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To. 에이코믹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날, 담담하게 아주 차분하게 에이코믹스는 휴간을 발표했습니다. 수석에디터님의 예고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공지를 확인하자 차오르기 시작하는 그 먹먹함은 무엇으로도 표현이 되지 않더군요. 제게는 3월 9일 하루, 전세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보다도 큰 사건이었습니다. 에이코믹스의 휴간에 부쳐 그 간의 감사..
The Boat 메인 페이지 9월, 세계의 화두는 '난민'으로 시작됐다. 2일 터키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된 3살 아기의 시체는 유럽의 책임을 촉구했고 이에 부응한 독일과 프랑스는 난민 수용규모를 확대했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교황청이 차례로 문호를 넓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오히려 장벽을 쌓고 있다. 세기적인 난민의 대열을 만들었고 누구보다 그 수혜를 입은 이스라엘의 모순적 행보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해 4월, 호주에서는 베트남 난민 정착 4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한 만화가 제작됐다. 제목은 . 보트 피플로 명명됐던 베트남 난민들의 베트남 탈출기를 다룬다. 이야기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 보트 한 척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16살 소녀 '마이(Mai)'. 그녀는 공산당과 싸우다 피폐..
어차피 만나게 될 만화는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 주변에서 최규석 만화가의 을 보라고 그렇게들 추천을 했는데 한 귀로 흘렸더랬죠. 봐야할 녀석들이 줄을 섰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시사인에서 웬 별책부록을 하나 보냈길래 익숙한 그림체가 있어 무심히 펼쳤더니... 프롤로그 하나로 그만 송곳의 마수에 걸려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결국 달렸네요. 송곳과 함께하는 '노동자 권리 찾기 가이드북' (시사IN 별책부록, 가치있는 건 항상 비매품) 솔직히, 옆구리 찌르는 만화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만화를 덮었을 때의 후유증이 꽤 버겁거든요. '나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라는 아주 떨떠름한 찌꺼기는 그야말로 처치곤란입니다. 식혜 마시고 남은 밥건더기 같은... 그에 비해 과 동류의 영화 는 ..
'건축물'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하는 만화가 '프랑소아 스퀴턴 Francois Schuiten' 1년 전을 생각합니다. 틈틈이 훔쳐 보던 에이코믹스에서 객원기자 모집공고가 올라왔었습니다. 아마도 근무시간에 처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퇴근길에도 집에 와서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가만히 묻고 물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 해도 되는걸까. 그렇게 그 날 밤을 보낼 무렵 '밑져야 본전'이라며 단숨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썼습니다. 비즈니스 이력서만 쓰다가 만화계 이력서를 쓰려니 무척 어색하면서도 재밌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기소개서도 거의 단숨에 휘리릭 써내려 갔죠. 한밤의 연애편지는 보내는게 아니라지만 모든 짝사랑이 그렇듯 오늘밤이 아니면 보내지 못할 것 같아 크게 심호흡하고 메일 '전송'을 눌렀습니다. ..
올해는 유독 만화계가 풍성하게 느껴진 한 해였습니다. tvn 드라마 의 화려한 비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만화가의 사회참여, 플랫폼 다양화, 무크지 부활, 그래픽노블의 지속적 성장 등 복합적인 시너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 까닭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에이코믹스 객원기자로 활동하게 되어 더없이 분주하고 행복했던 한해이기도 합니다. 워낙 독보적인 해라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2014 올해의 만화' 정리합니다~~ 우엉우엉 #1. 올해의 인물 - 의 '유양' 상사의 면상에 눈깔(굴)을 집어던진 '유양'. 그녀가 있어 올해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회사라는 단체의 일원으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그녀가 결혼에 기대지 않고 맨몸으로 삶을 뚫고가는 모습은 남자인 내게도 전우애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죠...
지난 한 주, 모처럼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격렬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발원지는 레진코믹스 채용공고. 친구 녀석이 보내준 레진코믹스 채용공고로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십여분을 카톡 토론이 오갔었다.ㅎ 진지하게 생각하고 생각해봤지만 당분간 몇년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은 서랍에 고이 넣어 두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1. 레진코믹스 - 직업 만화가의 새로운 교두보 정말 기뻤던 건 채용 공고만으로 '바로 여기야!'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가 한국 만화계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작년 6월에 창업해 올해 겨우 1년을 넘긴 스타트업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한국 만화계에서 레진코믹스(LEZHIN COMICS)의 탄생은 네이버나 다음 웹툰 이상으로, 아마존의 만화 유통회사 인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