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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기온이 영상 13도까지 오른 13일, 1년만에 서울혁신파크를 찾았다. 좀 걷고 싶었다. 불광동 거주 3년, 비 온 다음 날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동네는 쥐약이다. 동네 자랑인 둘레길은 열혈 산악인이라면 몰라도 동네주민에겐 기피대상 1호. 진흙에 신발이 침몰하기 때문이다. 불광천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토요일 아침 연신내는 보나마나고... 머리 속에 떠오른 곳이라곤 서울혁신파크 정도였다. 담장을 없앤 것 만으로 서울혁신파크는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뉴스에서 볼 때는 별 거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입구가 점에서 면으로 확장되는 건 접근성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예전에는 서울혁신파크에 들어가려면 담장을 돌아돌아 정문까지 가야했는데, 이제는 불광역 횡단보고를 건너 파출소 쪽으로 들어갈..
쓰키지 어시장 카페 '센리'의 커피+치즈케이크 세트, 600엔 "카도데 이이데스카? (カードでいいですか?, 카드도 되나요?)" 짧고 굵었던 2박3일 일본 도쿄 출장 내내 입에 달고 있었던 서바이벌 일본어였습니다. 현금이 곧 신용인 나라. 왠만한 주문은 입구 자판기에서 결재해야 먹을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에 법인카드를 들고 출장 놀이를 갔으니 시작부터가 완패였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록 따위 남기지 않으려 했지만 쓰키지 어시장의 작은 카페가 계속 아른거려 글을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쓰키지는 안 되고, 아키하바라는 됩니다.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1월 출장 마지막 날, 숙소 거점이었던 도쿄 신바시(新橋, Shimbashi) 인근 지역을 돌았습니다. 구두를 신고 걸을 수 있는 반경은 ..
억새로 둘러쌓인 옥상정원 끝자락, 뒤로는 명동 한복판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멋진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도심 한 복판을 바라보며 옥상 정원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골목을 누비며 숨은 공간을 찾아내는게 취미였건만 출산 이후로는 이 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린 삶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가을 날. 도심 속 가까운 곳에서 뜻밖의 멋진 장소를 만난 것은 마치 인생의 친구를 알게 된 것 만큼이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합니다. 장소는 서울 명동 입구 유네스코회관 12층 '배롱나무카페'. 엘리베이터는 11층까지만 운행하지만, 11층을 나서 옥상정원을 통과하면 옥상의 저 안쪽에 유네스코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다소곳이 자리를 펴고 있습니다. 옥상정원 곳곳에는 벤치와 ..
지난 주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카페를 열었다. 사람들이 커피 시장에 뛰어드는게 더이상 수익성이 있겠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그 친구는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은 이런저런 커피숍을 찾아다니고, 자신이 오픈하려는 동네의 카페들에 진을 치고 상권을 분석하고는 끝내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브랜드 프랜차이즈라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세계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일과가 끝나는 밤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 공간을 채우는 빛과 소리, 사람들의 반응과 새로운 가능성들... 친구는 분명 세계의 질감을 하나하나 새롭게 만져보고 있음에 틀림 없다. 오늘 아침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 쥬스를 시키고 ..
오피스 지구가 아니면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카페는 흔하지 않다. 카페가 밀집한 북촌 계동에서 만난 카페 DCC(Couble Cup Coffee,더블 컵 커피)의 첫인상은 '아침을 여는 부지런한 카페'였다. 심플한 메뉴. 아침을 해결하려고 샌드위치 세트(7,500원, 레귤러)를 먹으려 했는데 빵이 9:30에 배달된다고 해서 스콘(2,500원, 2개)과 아메리카노(3,600원)을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사이즈가 정말 더블컵;; 더블컵 사이즈라 다 마시기도 전에 커피가 식어버리는데 식은 뒤에도 풍미가 진하게 살아있어서 꽤 마실만 했다. 독특한 간판과 입구만큼이나 내부 인테리어도 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클래식 기차를 나무로 표현한 듯한 컨셉. 나무와 철이 잘 어우러져 젊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있다. 지하는 가보..
"자유여행을 했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응 절대로." 한달 전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 전부터 아내가 노래를 불렀던 곳인데 몇 년을 벼르다 공부를 마치고야 다녀왔습니다. 3년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기대감도 컸지만 캄보디아에 대해 워낙 관심이 낮아 난생처음 패키지 상품(한진관광 3박5일)을 이용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매력도 있지만 '두번 다시 패키지는 없다' 다짐한 여행이었습니다. DAY 1 도착한 첫날, 시엠립 시내는 깜깜했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북서지방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 가이드는 태국 국경지역의 송전탑이 차량 충돌로 쓰러져 시내 전기공급이 차단됐다고 조마조마하게 설명했습니다. 왕국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면서 발전소 하나 없는 나라. 각 사업자가 일제 자가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오랜만에 무작정 걸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아님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거리는 무척 한산했습니다. 두 개의 터널을 지나 효자동에 이르렀고 무척 인상적인 카페를 만났습니다. 구기동에서 청운동을 거쳐 효자동까지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가 몇 개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곳이라니... 확실히 공간도 사람처럼 인연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카페 COCOIN을 두드린 것은 지나가는 길에 무심코 눈에 들어온 액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만화' 같더군요. 많은 카페들이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며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지만 '만화'를 전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기분 좋게 오늘의 첫 손님을 자처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박재동' 화백의 그림들이더군요. 사장님(?)께 연유를..
아무리 국내여행이라 해도 1박은 너무 짧고, 3박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어차피 돌아와야하는 회사원의 여행길이라면 2박 정도가 딱 적당하다. 낯설고 조금은 무서운 첫날,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둘째날, 다시 만나는 모든 것이 정겹고 아쉬운 마지막 셋째날. 멋진 삼 박자. 올해 사진을 정리하다 2월 강원도 평창 진부 여행을 회상하고 있자니, 그날의 평온함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일어선다. 훗날을 기약하는 마음 반. 인연을 맺은 곳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반. 그저 그런 마음으로 적는다. #1. 정겹고 푸근한, '마들렌펜션' 평창 진부 '마들렌펜션' 무엇보다 여행이 좋았던 건 우리의 아지트 '마들렌 펜션'. 검색하다 마침 할인이벤트 행사가 있어 별생각없이 예약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그것만 받..
그냥 막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끔은 미친듯이 달리고 싶은 날도 있죠.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길이 없어 '한강'을 향했습니다. 돌아보면 한강은 제게 참 많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흐리멍텅하고 무기력했던 시절, 햇살을 받으며 한강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은 밤의 방식대로 강내음, 풀내음으로 텅 빈 가슴을 차분하게 채워주었죠. 그 길 위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친구가 있으면 뜬금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고, 낮에는 도시락 밤에는 캔맥주 하나 손에 들고 이런저런 고민과 꿈을 나누었습니다. 찰랑찰랑 거리는 물결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런데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음악소리에 맞춰 구르는 젬베 소리를 만났습니다..
비즈니스 출장으로 필리핀 마닐라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출장이라는게 그닥 공유할만한 내용은 없는 편인데, 마닐라는 특별히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선물해 주더군요. 오늘의 이야기는 필리핀 경제산업, 마닐라 젊은 친구들, 그리고 샹그릴라 호텔에 관한 짧은 단상입니다. 1. 필리핀에 대한 인상은 입국 신고서에서 출발합니다. 입국 신고서 하단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국인 입국 이유에 대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입국 수속 절차시에도 내국인들은 2~3개의 창구에 길게 줄서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출국 시에도 절차는 동일합니다. 때로는 자리를 깔고 긴 면담을 갖는 풍경도 발생한다고 합니다. 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서비스 산업이 산업구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2009년 기준, 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