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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쓰키지 어시장 카페 '센리'의 커피+치즈케이크 세트, 600엔 "카도데 이이데스카? (カードでいいですか?, 카드도 되나요?)" 짧고 굵었던 2박3일 일본 도쿄 출장 내내 입에 달고 있었던 서바이벌 일본어였습니다. 현금이 곧 신용인 나라. 왠만한 주문은 입구 자판기에서 결재해야 먹을 수 있는 도시. 그런 나라에 법인카드를 들고 출장 놀이를 갔으니 시작부터가 완패였습니다. 그래서 여행기록 따위 남기지 않으려 했지만 쓰키지 어시장의 작은 카페가 계속 아른거려 글을 남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쓰키지는 안 되고, 아키하바라는 됩니다. 말장난 같은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1월 출장 마지막 날, 숙소 거점이었던 도쿄 신바시(新橋, Shimbashi) 인근 지역을 돌았습니다. 구두를 신고 걸을 수 있는 반경은 ..
억새로 둘러쌓인 옥상정원 끝자락, 뒤로는 명동 한복판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실로 오랜만에 멋진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도심 한 복판을 바라보며 옥상 정원 속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골목을 누비며 숨은 공간을 찾아내는게 취미였건만 출산 이후로는 이 조차도 사치가 되어버린 삶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가을 날. 도심 속 가까운 곳에서 뜻밖의 멋진 장소를 만난 것은 마치 인생의 친구를 알게 된 것 만큼이나 즐겁고 유쾌하기만 합니다. 장소는 서울 명동 입구 유네스코회관 12층 '배롱나무카페'. 엘리베이터는 11층까지만 운행하지만, 11층을 나서 옥상정원을 통과하면 옥상의 저 안쪽에 유네스코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다소곳이 자리를 펴고 있습니다. 옥상정원 곳곳에는 벤치와 ..
지난 주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카페를 열었다. 사람들이 커피 시장에 뛰어드는게 더이상 수익성이 있겠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그 친구는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은 이런저런 커피숍을 찾아다니고, 자신이 오픈하려는 동네의 카페들에 진을 치고 상권을 분석하고는 끝내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브랜드 프랜차이즈라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세계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일과가 끝나는 밤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 공간을 채우는 빛과 소리, 사람들의 반응과 새로운 가능성들... 친구는 분명 세계의 질감을 하나하나 새롭게 만져보고 있음에 틀림 없다. 오늘 아침 자주 들르던 카페에서 쥬스를 시키고 ..
오피스 지구가 아니면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카페는 흔하지 않다. 카페가 밀집한 북촌 계동에서 만난 카페 DCC(Couble Cup Coffee,더블 컵 커피)의 첫인상은 '아침을 여는 부지런한 카페'였다. 심플한 메뉴. 아침을 해결하려고 샌드위치 세트(7,500원, 레귤러)를 먹으려 했는데 빵이 9:30에 배달된다고 해서 스콘(2,500원, 2개)과 아메리카노(3,600원)을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사이즈가 정말 더블컵;; 더블컵 사이즈라 다 마시기도 전에 커피가 식어버리는데 식은 뒤에도 풍미가 진하게 살아있어서 꽤 마실만 했다. 독특한 간판과 입구만큼이나 내부 인테리어도 볼 만하다. 전체적으로 클래식 기차를 나무로 표현한 듯한 컨셉. 나무와 철이 잘 어우러져 젊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이 있다. 지하는 가보..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학비로 공부를 하겠습니까? 세계여행을 하겠습니까?" 누구에게나 기회비용 같은 아쉬움이란게 있나 봅니다. 한 때는 미친듯이 공부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20대에 좀더 공부할걸 생각했었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보겠죠ㅋ 하지만 고요하게 몇 년을 숙성시키니 이제는 제가 무엇을 더 소중히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택한다면 물론 '세계여행'입니다. 영화 는 카페에서 시작해서, 물물교환을 거쳐,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조금은 탄맛나는 소란스럽지 않은 대만영화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끝내고, 바리스타로서 두 번째 삶을 열어가는 주인공 두얼(계륜미)이 동생 창얼(임진희)과 함께 카페를 꾸려가면서 다른 카페에 없는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에게 도달하는 ..
오랜만에 무작정 걸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아님 일요일 오전이어서인지 거리는 무척 한산했습니다. 두 개의 터널을 지나 효자동에 이르렀고 무척 인상적인 카페를 만났습니다. 구기동에서 청운동을 거쳐 효자동까지 가는 길에 눈길을 사로잡는 카페가 몇 개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이 곳이라니... 확실히 공간도 사람처럼 인연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카페 COCOIN을 두드린 것은 지나가는 길에 무심코 눈에 들어온 액자들 때문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니 '만화' 같더군요. 많은 카페들이 '갤러리 카페'를 표방하며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지만 '만화'를 전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 기분 좋게 오늘의 첫 손님을 자처했습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박재동' 화백의 그림들이더군요. 사장님(?)께 연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