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31)
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오랜만에 본 일본 영화 (真夏の方程式, A Midsummer's Equation , 2013). 스승의 날 즈음에 봐서 그런지 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스승들이 생각났다. 가설 설계에서 몰입과 일련의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답에 다다르게 도와주신 사부님들의 가르침이... 아마도 영화 속 유카와 박사(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쿄헤이의 실험이 내겐 퍽이나 인상적이었던 듯 하다. 진리와 과학, 그리고 함께 고민한다는 것에 대한 좋은 대사 담아 둔다. 우엉우엉. 유카와 박사 - 물리학 교수 내 흥미는 진리를 추구하는 거다. 진리라는 건, 옳은 길을 걷기 위해 이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지도 같은 것이다. 그 지도를 만드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다. 너는 여러가지를 배웠다. 문제에는 분명히 답..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Honil Gangni Yeokdae Gukdo Ji Do, 1402) 조선 건국 직후(태종 2년) 제작된 세계 지도로 한중일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담고 있다. 위치나 축적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15세기말까지 제작된 유럽의 어떤 지도보다 우수하는 평가를 받는다. 현존하는 2점의 사본은 모두 일본에 소장되어 있다.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첫 번째 창은 '지도'다. 지금이야 손 안에 위성지도를 들고 다니는 멋 없는 시대가 됐지만,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시절, 그러니까 위대한 모험가들이 탄생했던 시절의 지도는 그 자체가 정보, 과학, 종교, 예술의 집합체였다. 그런 지도를 보면 나도 상상한다. 죽을 때 내 인생을 하나의 지도로 남길 수 있을까하고. 만약 내 아이들이 한 장의 지도를 ..
돌아보면 올해는 대학시절 만큼이나 많은 음악을 들었던거 같다. 출퇴근 길은 물론, 사소한 개인 작업이나 오전 근무 때에도 집중하기 위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난다는 것은 좋은 친구나 책을 만나는 것 만큼이나 근사한 인연이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올해의 음반을 정리해 둔다. #1. KODALINE , Rock, 2013 올해 나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음반은 아일랜드 락 밴드인 KODALINE. 교보문고 핫트랙에서 처음 만난 KODALINE의 는 음색 특유의 탁 트인 시원함과 밤거리를 휘젖고 다니는 듯한 사운드와 가사로 산만한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좋았던 곡은 All I Want, The Answer.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해 보면 특히 좋다..
2004년 6월, 서른 살의 나이로 동갑 내기 두 명의 대표와 함께 아트테크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를 창업한 최은석 대표. 초기 웹디자인에서 시작해 디지털 기술을 디자인에 접목시키며 '아트 테크'를 추구한 시대의 개척자. 미디어 파사드, 홀로그램, 라이브파크 등 디스트릭트를 통해 불과 8년만에 이룩한 그의 실험과 성과들은 진정 눈부시다. 그리고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그의 고민을 들을 수 있어 정말 반가웠다. 자신이 몸 담은 업계를 향한 그 고민과 도전은 가슴에 새겨 둘 만하다. 정녕 뜨겁고 멋진 삶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엉우엉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의 집단이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하는' 롤 모델을 만들고 싶다." "내 몸의 유전자(DNA)는 편하게, 리스크 없이 어제 한 걸 ..
Out of this experience, Ma (Yo-Yo Ma) decided to create the Silk Road Project (not to be confused with Silk Road, the recently shuttered online marketplace). Ma’s is an organization that seeks to foster cross-cultural understanding through music, education and cultural entrepreneurship. Bringing together the Galician bagpipe, the Chinese pipa, the Japanese shakuhachi, the Persian kamancheh, the ..
"좀 도와줄 수 있어? 부탁이야" 뉴욕 맨하탄. 삶의 마지막 몇 분. 전화 한 통. 9살 조카. 이게 단편 영화 (2012)의 전부다. 그리고 이것이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 영화제가 환호하고 오스카와 아카데미가 수상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는 단편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매력을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다. 스스로에게 영원한 통금시간을 선고한 '리치 Richie'는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9년 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 마치 세상의 끝에서 날아오는 듯한 그녀의 부탁. 어쩔 수 없다는 듯 수락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9살 조카 '소피아 Sophia'를 돌보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불과 5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소피아가 갈 수 없는 장소를 방문하는 모험..
2013 스콜세계포럼 2008년, 아쇼카 재단(Ashoka)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를 알게 되고, 그 후 스콜 재단(Skoll Foundation)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 흐름을 습관처럼 관찰하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진지한 커리어 변경 시도도 있었지만 보기좋게 실패했죠. 하지만 시간의 퇴적층은 역시 정직한 것 같습니다. 올해 3월 아쇼카재단은 한국지부를 발족했고, 4월에는 스콜세계포럼(Skoll World Forum)이 10주년을 맞이했으니까요. 그리하여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스콜세계포럼과 맥킨지 McKinsey&Company가 협업한 '전달의 예술과 과학(The Art and Science of Delivery)' 보고서를 블로..
10일 오후 4시, 스페이스 노아 Space Noah에서 두 번째 인터뷰 '누가 욤비를 난민으로 만들었을까' 강연이 열렸다. 글로만 접했던 난민을 실제로 직접 만나려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하간 복잡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었고,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고르고 고르며 스페이스 노아를 향했다. #1. Bloody Phones 강연의 주인공인 욤비 토나 Yiombi Thona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으로 2002년 한국으로 망명해 2008년 난민의 지위를 획득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을 탈출하기 전에는 콩고비밀정보국에 근무했던 엘리트였고, 두 아들과 아내를 둔 가장이었다. 그는 정보국 근무 중 내전이 지속되는 이유와 조셉 카빌라 정권의 비리를 알..
지난 14일, 서울시청에서 여섯번째 공유경제 강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구직자에게 정장을 빌려준다는 사업이 확 끌리는 모델은 아니었지만 몇 차례 강연을 놓치다보니 시간되면 다 듣는다하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런데 뜻밖에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공유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ㅋ 꿈을 응원하는 정장공유서비스 '열린옷장' http://theopencloset.net 제가 놀란 포인트는 4가지였습니다. 첫 째는 '직장인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다 희망제작소 프로그램을 통해 의기투합하여 뭉친 4명의 회사원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발전시켰다는 것. 그런 과감함과 스스로를 재규정하는 능력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둘째는 '시작을 응원'하는 사업컨셉. 사실 정장만 대여했다면 그리 매력적인 아이템이라 ..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학비로 공부를 하겠습니까? 세계여행을 하겠습니까?" 누구에게나 기회비용 같은 아쉬움이란게 있나 봅니다. 한 때는 미친듯이 공부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20대에 좀더 공부할걸 생각했었습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보겠죠ㅋ 하지만 고요하게 몇 년을 숙성시키니 이제는 제가 무엇을 더 소중히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택한다면 물론 '세계여행'입니다. 영화 는 카페에서 시작해서, 물물교환을 거쳐,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조금은 탄맛나는 소란스럽지 않은 대만영화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끝내고, 바리스타로서 두 번째 삶을 열어가는 주인공 두얼(계륜미)이 동생 창얼(임진희)과 함께 카페를 꾸려가면서 다른 카페에 없는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에게 도달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