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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A Comics 리뷰

에이코믹스, 건강히 다시 만나요!

우엉군 2016. 3. 10. 09:53

 

피곤이 역력한 곶감이사님

 

 

" 에이코믹스가 휴간합니다. "

2년 6개월여의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온 에이코믹스가 당분간 휴간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동안 에이코믹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일단 물러가지만 언젠가는 다시 독자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To. 에이코믹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날, 담담하게 아주 차분하게 에이코믹스는 휴간을 발표했습니다. 수석에디터님의 예고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공지를 확인하자 차오르기 시작하는 그 먹먹함은 무엇으로도 표현이 되지 않더군요. 제게는 3월 9일 하루, 전세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보다도 큰 사건이었습니다. 에이코믹스의 휴간에 부쳐 그 간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에이코믹스와의 만남도. 방문자 중 한 명이었던 저는 객원기자 모집공고에 심쿵해 그 날 밤 단숨에 지원서를 썼더랬습니다. 직장인이었던 저로서는 이 마음을 놓친다면 반복되는 일상에 쓸려간 다른 녀석들처럼 또다시 흘려보낼 것만 같아 그 밤의 끝자락을 힘껏 부여잡았었습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리뷰 한 편을 꾸리고 메일을 썼죠. 메일을 보낸 후 충만함으로 잠자리에 눕던 그 날이 생생합니다. 아마도 저는 청년의 눈빛을 하고 있었겠죠. 덕분에 그렇게 객원필진으로서의 2년간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500자 리뷰로 시작했었죠. 처음엔 그 500자를 채우는 게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음... 솔직히 말하면 리뷰 자체보다도 리뷰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는게 더 힘들었습니다. 사실 한 달에 2~3편의 리뷰를 작성하는 건 큰 일은 아닙니다만 리뷰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관문을 통과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4~5개의 후보군을 추리기 위해서는 2~3배수의 만화를 봐야하니까요. 처음 몇달 간은 어떻게든 수문장 에디터님을 설득하겠노라 마음먹으로 2~3줄 내용요약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인고의 시간이 쌓이니 차츰 에이코믹스가 추구하는 지향점도 가늠되고 좁던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며 척하면 척하는 단계에 이르더군요. 휴간 직전 리뷰를 올렸던 <던전밥>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애정이 갑니다.

 

그렇게 46편의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만화 업력이야 초등학교 시절 보물섬, 드래곤볼, 오렌지로드로 시작했으니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한국에서 만화 리뷰 문화란 친구간 말하기 듣기 정도일뿐, 읽고 쓰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쓰는 내내 이렇게 쓰는 게 맞나를 몇 번을 되묻곤 했습니다. 커뮤니티나 나무위키 등을 참고하기도 하고, 주간경향 '만화로 본 세상' 코너를 틈틈히 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기본 자세는 매달 제 친구나 아내에게 볼 만한 만화 한 두 편 소개한다는 가벼운 느낌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에이코믹스는 계속 영역을 넓혀 갔습니다. 웹툰 바다를 가르는 '데일리 베스트 10', 정주행 웹툰을 감히 추천하는 '결제해도 괜찮아', 이슈메이커 만화인들과의 '스페셜 인터뷰', 프랑코-벨쥐 만화계 소식을 전하는 '미녀PD의 BDDB', 국내에 정발되지 않는 명작을 소개하는 '출간촉구' 등등 만화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담아나갔죠. 어떻게 수집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김지혜 전문기자의 만화계 '뉴스'들이 하루하루 쌓이고,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ACOMICS AWARDS'로 한 해의 만화계 이슈와 작품들을 정리하면 순식간에 1년이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쉽없이 달려온 2년 6개월이었네요.

 

에이코믹스는 어느 순간 만화계 정보를 전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만화계 협업의 장을 제공하는 전문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기에 이릅니다. 초기에는 만화책 출간 이벤트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애니메이션 시사회 이벤트로 확대 되었죠. 웹툰 플랫폼이 늘어나고 만화가 지망생 또한 증가하면서 만화툴 강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주 재밌는 실험이었습니다. 최근의 만화방 부활에 발맞춰 에이코믹스는 무엇을 함께 그려볼 수 있을까? 한국이 프랑스의 알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대상처럼 귄위있는 만화상을 제정한다면 에이코믹스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뒤로 남겨야 하는 시점이군요. 안타깝기보다는 아쉽습니다. 지난 2년 6개월간 더 참여하고 더 기획해볼 것을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이상을 에이코믹스에 요구하는 건 확실히 욕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봉석 편집장님, 임지희 수석에디터님, 김지혜 전문기자님 이하 모든 필진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만화의 저변을 넓히는 작업에 함께 참여했었다는 것, 그리고 만화가는 아니지만 만화에 대한 원고료를 받으며 만화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경험은 훗날 다음 여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부디 모두들 건강하시고 어디에선가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우엉우엉

 

 

 

 

 

에이코믹스를 위하여.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지적인 인터뷰는 저로 하여금 제 자신의 이야기/역사를 재발견 하도록 합니다.
에이코믹스와의 인터뷰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미지에 담긴 이야기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투명한 시선보다 더 나은 것은 없습니다.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인터뷰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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