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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의 뒷맛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우엉군 2013. 3. 29. 23:27

 

 "자유여행을 했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응 절대로."

 

 

한달 전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 전부터 아내가 노래를 불렀던 곳인데 몇 년을 벼르다 공부를 마치고야 다녀왔습니다. 3년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기대감도 컸지만 캄보디아에 대해 워낙 관심이 낮아 난생처음 패키지 상품(한진관광 3박5일)을 이용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매력도 있지만 '두번 다시 패키지는 없다' 다짐한 여행이었습니다.

 

 



DAY 1 

 

도착한 첫날, 시엠립 시내는 깜깜했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북서지방에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 가이드는 태국 국경지역의 송전탑이 차량 충돌로 쓰러져 시내 전기공급이 차단됐다고 조마조마하게 설명했습니다. 왕국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하면서 발전소 하나 없는 나라. 각 사업자가 일제 자가발전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캄보디아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전운이 감도는 듯한 쌉조름한 긴장감을 느끼며 숙소 '로터스 리조트 Lotus Blanc Resort'에 도착했습니다. 호텔 매니저는 따뜻한 물수건과 달달한 차 한잔을 건네주었고, 그날 저녁 '썹서바이(안녕하세요)'와 '업꾼 지란(고마워요 정말)'을 배웠습니다. 

 

조식, 산책코스, 수영장... Lotus Blanc Resort는 완벽했다. 일정만 아니었으면 저 의자에 누웠을텐데.

 

 



DAY 2

  

세계 7대 불가사의 앙코르와트는 과연 대단했습니다. 교육자 기질이 다분한 가이드가 전날 국립박물관 방문과 '스마일 오브 앙코르' 공연 등을 통해 힌두교와 크메르 제국에 대한 지식을 쌓아준 덕분에 하나하나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죠. 우유의 바다 젖기, 뽕나무, 비슈누 등등 앙코르와트 곳곳에 새겨진 신화와 상징 속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자야바르만 Jayavarman 7세가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타 프롬 Ta Prohm'이 아름다웠다면, 불교의 자애로움을 받아들인 신들의 정원 '앙코르 톰 Angkor Thom'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따뜻한 웅장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왕과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Angkor Wat

 

불교와의 만남으로 앙코르의 미소를 완성시킨 마지막 수도, Angkor Thom 


 

툭툭을 타고 캄보디아의 바람을 맞으니 비로소 타국의 향기가 느껴진다. 저 거침없는 쭉쭉 스탠딩!!

 


 

DAY 3 

 

패키지 여행이라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배낭여행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더군요. 패키지 친구들의 도움으로 시엠립 여행자의 오아시스인 올드마켓과 펍스트리트 Pub Street을 만났습니다. 매일 말도 안되는 한식 음식점들만 끌려다니다 이 곳을 찾으니 천국이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먹거리와 입을거리가 이 곳에 있었죠. 거리 곳곳에 발마사지 샵이 즐비했고 시도 때도없이 정전이 일어나는 소란스럽지만 정겨운 밤이었습니다. 

 

이 밤 처음으로 캄보디아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유적만 있고 캄보디아 사람은 없었던 패키지 여행.

 

 


DAY 4

 

일정 사이사이 참 많은 쇼핑 코스가 있었습니다. 상황버섯, 라텍스, 꿀/허브, 보석... 심지어 마사지까지. 최소한 1시간씩은 잡아먹는 그 일정들은 감내할 수준이긴 했지만 문제는 소위 그 옵션들을 결정하는 절차의 불쾌함이었죠. 여행사에서는 옵션은 옵션일뿐이라고 했지만, 말이 옵션이지 사실 필수나 다름없습니다. 비용은 전부 다 해야 10만원 선이니 그래도 다른 여행사 상품보다 싸다 할 수 있습니다. '스마일 오브 앙코르' 공연이나 평양랭면관 등은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좋기도 했죠. 하지만 역시 불쾌한 것은 불쾌한 것입니다. 마치 모든 일정이 한인 네트워크 지원을 위해 짜여진 듯한 느낌이었죠. 

 

캄보디아에서 북한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한인 네트워크는 도대체 무엇일까.

 


 

DAY 5

 

돌아보면 캄보디아 지도 하나 없던 여행이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스스로가 무관심하고 무책임했던 여행이었죠. 다행히도 유쾌하고 멋진 일행들이 있어 말도 안되는 인질극이 비극이 아닌 희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 패키지 여행이란 캄보디아 사람을 만나러가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같은 호기심과 기질을 가진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도박이지만 한 번쯤은 체험해볼만한 경험일 수도 있는... 그래도 누가 뭐라든 두 번 없을 장소에서, 두 번 없을 소중한 시간을 인질로 삼는 바보 같은 짓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캄보디아 썹서바이.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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