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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난민 아이들은 국경 사이에 잠든다 - The Boat (호주)

우엉군 2015. 9. 10. 18:22

The Boat 메인 페이지

 

 

9월, 세계의 화두는 '난민'으로 시작됐다. 2일 터키 해변에서 숨진채 발견된 3살 아기의 시체는 유럽의 책임을 촉구했고 이에 부응한 독일과 프랑스는 난민 수용규모를 확대했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교황청이 차례로 문호를 넓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오히려 장벽을 쌓고 있다. 세기적인 난민의 대열을 만들었고 누구보다 그 수혜를 입은 이스라엘의 모순적 행보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해 4월, 호주에서는 베트남 난민 정착 40주기를 기념하는 특별한 만화가 제작됐다. 제목은 <보트 The Boat>. 보트 피플로 명명됐던 베트남 난민들의 베트남 탈출기를 다룬다. 이야기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 보트 한 척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16살 소녀 '마이(Mai)'. 그녀는 공산당과 싸우다 피폐해져버린 아버지와 어머니를 뒤로 하고 자유를 향해 홀홀 단신 배에 오른다. 호주까지 비행기로는 8시간, 하지만 배로는 몇날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목숨을 건 긴 항해가 시작된다. 그 여정에서 한 어머니와 아이를 만나고 부모에 대한 향수와 미지의 대륙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보지만 호주에 닿기도 전에 아이는 목숨을 잃고 만다.

 

<보트>는 고국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나 정착의 어려움이 아닌 '난민행' 자체의 가혹함을 조명한다. 밖에서 볼 때는 한 무리의 난민이지만, 그 대열 속에는 여자와 아이 같은 약자들이 가득하고, 그들의 환경은 더 열악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들은 정착을 걱정할 겨를도 없이, 대륙과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무사히 마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보트>는 우리에게 국경에 닿은 난민들의 숫자 이전에 그 여정에서 낙오한 사람들의 숫자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말하는 듯 하다.

 

 

16살 베트남 소녀 '마이'는 홀로 난민 대열에 합류해 호주로 향한다.

 

 

<보트>는 메시지는 물론, 만화적 기법 자체가 너무나도 특별하고 대단하다. <만화의 미래>에서  스콧 맥크라우드가 말한 '종이를 버린 만화'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인터랙티브 온라인 그래픽 노블(Interactive online graphic novel)'이라고 소개하는 <보트>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만화를 칸에 가두지 않고 화면 전체를 화폭으로 삼고 있으며, 비를 뿌리고, 번개를 동원하며, 바람에 밀려 모니터(액정)라는 프레임 자체를 좌우로 휘청거리게 한다. 스크롤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고 각 스테이지에 맞춰 사운드가 나온다. 비바람 소리, 보트의 삐걱거림, 베트남 노래, 시장 소음 등이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만화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다. 말풍선이 퐁퐁 솟아나기도 하는가 하면 비명소리와 함께 부숴져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폭풍(The Storm)에서 육지(Land)까지 이야기는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4개의 사이드 스토리가 엮어 있는데 여기에서는 적절히 실사와 버무려져 이야기의 사실감을 보강한다. 작화는 베트남계 호주인 만화가 매트 후안 Matt Huynh, 사운드는 샘 페티 Sam Petty가 각각 담당했다. 스토리 원작은 베트남계 미국인 소설가 남 레 Nam Le의 <보트 The Boar>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제작은 호주의 다문화 다언어 전문 공영방송인 SBS가 맡았다. 아주 재밌는 조합이다.

 

 

 

좌우로 충돌하는 프레임, 퐁퐁 솟아오르는 말풍선, 멀리서 들려오는 베트남 노래

 

 

클로징에 베트남 난민사에 대한 역사가 짧게 소개된다. "1975년 사이공이 북베트남군에 함락된다. 이후 20년간 약 2백만 명이 베트남을 탈출, 1995년까지 80만 명이 보트를 이용해 다른 나라에 정착한다. 20만에서 40만 명이 그 여정에서 사망했다. 1975년 700명이 호주에 정착했다. 호주 정부는 극적으로 난민수용을 확대했고 1995년까지 그 숫자는 11만1천명에 달했다. 오늘날 호주인구의 1%가 베트남계이다."

 

만화가 매트 후안은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 관건었다"며 "그들은 너무나도 연약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It was about making these characters strong enough for readers to empathise with ... these people who are completely vulnerable.") 내겐 이 부분이 너무나 와 닿았다. 우엉우엉.

 

 

 

난민 소년은 결국 육지에 닿지 못했다.

 

 

 

Reference

"The Boat", SBS
"SBS's interactive graphic novel The Boat brings Vietnamese refugee experience to life", The Sydney Morning Herald, April 28, 2015,
"베트남 전쟁",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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