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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두리번거리는 시선, 옴니버스 웹툰의 진수 - Failing Sky (美)

우엉군 2016. 4. 7. 10:05

 

좌우를 둘러 보며 피터를 찾는 챠오 (무너지는 하늘 中)

 

 

 

2월 뉴스페퍼민트는 "NPR이 추천하는 매력적인 미국 웹툰"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의 주목할 만한 웹툰 세 편을 소개했습니다. 스튜어트 캠벨 Stuart Campbell의 <기억은 영원하지 않아 These Memories Won’t Last>, 댁스 트랜-카페 Dax Tran-Caffee의 <무너지는 하늘 Failing Sky>, 미나 선드버그 Minna Sundberg의 <묵묵히 서서 고요히 기다린다 Stand Still Stay Silent>가 그 주인공입니다. 하나 같이 개성넘치고 실험적인 작품들인데요, 그 중 <무너지는 하늘>에 대한 짧은 리뷰 먼저 올립니다. 

 

NPR은 <무너지는 하늘>을 "대조적인 것의 모음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말 함축적이면서도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은 거대한 사건이 인물들을 몰아가는 방식이 아닌, 각각의 사연을 품은 물건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옴니버스 방식을 채택합니다. 주인공 챠오 Qiao는 말하죠. "새로운 물건은 재미 없어.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말하지 못하거든." 소녀 챠오는 사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품은 물건들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순차적인 흐름이 아닌 관심사에 따른 선택적 읽기를 추천합니다. "배에 왠 정원용 가위?"라는 이질적인 발견에서 역으로 추적해 들어가는 거죠. 무척이나 능동적인 작업입니다.

 

첫 에피소드 '가라앉는 배 Sinking Ship'는 챠오가 배에서 살아가는 노인 잭 Jack을 찾아가는 일화에서 시작합니다. 그 길에서 거의 남매와 다름없이 함께 지낸 피터 Peter가 사랑을 고백하죠. 챠오는 아주 조심스럽게 거절을 고릅니다. 이유는 비밀에 부쳐둔 채로. 항구에 다다른 순간 챠오는 가라앉는 잭의 배를 발견합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배에 뛰어든 그녀는 말을 걸어왔던 소중한 물건들을 순식간에 건져냅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잃고 말죠. 그녀의 세계가 송두리채 물 속에 잠겨버리고 맙니다. 도대체 잭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잭은 어디로 갔을까요?

 

인디 그래픽노블 웹툰 <무너지는 하늘>의 스토리는 다소 산만합니다. 말풍선 진행도 거칠죠. 하지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식은 남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손맛이 살아있는 웹툰이죠. 한국 웹툰이 컷 진행을 하강 스크롤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좌우-상하 분주하게 커서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처음엔 낯설고 불편한데 익숙해지면 신기하게도 다음 컷이 슬슬 기대됩니다. 침몰하는 잭의 배나 물에 빠진 피터를 찾는 커서의 움직임은 가히 게임을 방불케 합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작은 스릴감도 선사합니다. 실로 대단한 기법입니다. 여기에 철저한 핸드드로잉과 최소한의 화이트닝, 그리고 극적인 수채화 표현이 더해져 시각적 몰입감은 극대화됩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디지털 환경을 극대화한 그의 작품은 웹툰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듯해 정말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우엉우엉

 

 

 

잭의 보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챠오. 상하좌우 전방위로 스크롤해야 한다.

 

 

분장 순간조차 계단을 오르내리듯 화면과 시간을 설계한다.

 

 

'오브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이야기를 겹쳐나가는 중요한 장치다.

 

 

오려 붙이기, 작가는 수작업을 극대화시켜 기발하게 시공간을 전환시킨다.

 

 

사운드의 굉음과 속도감의 변화를 연출하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이건 뭐 거의 던전이다. ㅎ

 

 

극적인 순간은 수채화로. 하지만 이 순간도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 에이코믹스 귀환을 기원하며 만화 카테고리 이름을 B Comics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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