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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일지

활동가 일년 - 공공재 관점으로 바라보기

우엉군 2017. 11. 18. 14:10


11월 개봉에 앞서 발간한 만화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작가의 깊고 낮은 시선이 따스하다. (2017, 코우노 후미요)



약 4개월간 미친 듯이 달렸다. 정말 조금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야근을 해야했고, 주말도 머릿속에 행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11월 중순을 목표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10월부터는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행사는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행사는 메인 컨셉을 제외하고는 6월 첫 그림에서 많은 것이 계속 바뀌어져 갔다. 초기에는 좀더 기업과 언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미팅과 검증으로 그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가 들통났다. 그러면서 초기 2개월이 훌러덩 날아가버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후원사와 협력사 그림도 함께 훌러덩. 9월, 행사의 골격만 남겨둔채 모든 것을 다시 그려야만 했다. 이미 업질러진 물, 무조건 성사시킨다는 각오로.


다행히도 그 전환점은 전화위복이 되어주었다. 2년간 관계를 이어 온 소중한 파트너들로부터 진심어린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색깔에 집중했고, 전체적으로 거품을 빼고 최소한의 근육을 붙이는 작업에 돌입했다. 10월에 추석이 있어서 연사 섭외와 후원사 확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좀더 개발협력 업계와 대학에 집중하면서 그에 맞는 정부 후원으로 선회했고 운이 좋게도 극적으로 타결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어떤 만남을 중개하고 또 무엇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가를 더욱 진지하게 물을 수 있었다. 이 행사는 홍보가 싫어서 도망치려고 했던 나를 더 넓은 커뮤니케이션의 바다로 밀어 넣었다. 나는 언론홍보, 컨선팅, 위기관리 등을 지나서 정말 순수한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었다. 미디어의 역할을 거의 원초적인 단계로 되돌리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화자와 청자를 1:1로 연결시켜주는 그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정말 새로운 관점을 요구했다. 그 끝에 다다른 것이 공공재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행사로 만남을, 만남으로 변화를, 변화를 기록하고, 그것이 모두의 것이 되도록 하는 작업의 시작이었다.


어찌하다보니 이 행사는 내 인생의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겨우 며칠 지나 이런 말을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첫 행사라 다분히 어른들의 행사가 되어버렸지만 앞으로 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도 분명해 졌다. 행사를 통해 YouTube, flickr, wikipedia 등 집단지성과 공유재적 미디어의 소중함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미디어가 더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한지도 함께. 한나 아렌트 누님은 옳았다. 올해는 여러모로 시행착오 투성이였다. 하지만 1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활동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관점을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년은 좀더 제대로 해볼 예정이다. 우엉우엉




2017 세계기아리포트 티저카드 모음. 가장 즐거웠던 순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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