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지금은 조카를 만나야 할 시간 - Curfew (2012) 본문
"좀 도와줄 수 있어? 부탁이야"
뉴욕 맨하탄. 삶의 마지막 몇 분. 전화 한 통. 9살 조카.
이게 단편 영화 <Curfew 통금시간>(2012)의 전부다. 그리고 이것이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 영화제가 환호하고 오스카와 아카데미가 수상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Curfew>는 단편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매력을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다.
스스로에게 영원한 통금시간을 선고한 '리치 Richie'는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9년 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 마치 세상의 끝에서 날아오는 듯한 그녀의 부탁. 어쩔 수 없다는 듯 수락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9살 조카 '소피아 Sophia'를 돌보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불과 5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소피아가 갈 수 없는 장소를 방문하는 모험, 왕래가 없었던 지난 9년 간의 삶을 들여다보는 질문, 그리고 그 동안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여동생과의 재회까지... 수 많은 자의 타의에 의한 '통행금지'를 만나게 된다. 어른이란 정말이지 '통행금지'로 똘똘 뭉친 존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짧고 강렬하게 그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 숀 크리스틴슨 Shawn Christensen은 공식사이트에서 영화 <Curfew>가 수년 전 9살 소녀와의 짧은 대화에서 탄생했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빠르게 흡수한다. 그 과정은 생기넘치고 경외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어른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이런 두 사람을 알아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삶이 충만한 어린 아이와 삶이 고갈되어 버린, 하지만 안쪽 깊숙히 어딘가에 아이의 마음을 간직한 어른의 이야기 말이다.
The idea for “Curfew” began a few years ago, when I struck up a conversation with a nine-year old girl, and then quickly realized that in many ways, she was much smarter than me. Children at that age absorb so much information, and they do it with such an imbued energy, that it can be awe-inspiring. Adults, by far and wide, become jaded as they get older, and I’m no exception. I liked the idea of exploring these two people – a young child full of life, and an adult, who is drained of life but still has an inner child buried somewhere deep inside him…” - SHAWN CHRISTENSEN
"소피아는 항상 다시 살아나"
우울증, 패배, 포기, 실패, 자책, 무기력...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영원한 통금명령을 선고하며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는 말한다. 지금은 아이를 만나야 할 시간이라고. 결국 '어른이 아이를 만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에게 선고했던 모든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엉우엉.
Director/Writer: Shawn Christensen
Runtime: 19 min
Country: USA
Release Date: January 2012
Cast: Fatima Ptacek(Sophia), Shawn Christensen(Richie)
* A "Curfew" is a law stating that people must stay inside their house after a particular time a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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