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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만남, 이별, 그리고 재회 5월 둘째 주, 전 일본 만화 (Aku no hana, Shuzo Oshimi, 2010~2014)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 등 오랜 연재작들이 클로징을 해도 일본 만화로부터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데, 은 에 버금가는 오랜 여운을 남겨 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 이 보여준 풍경과 인간상이 계속 밖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다.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카스가, 일본에서 모방범죄를 야기한 문제의 컷 9권까지 봤을 때만해도 은 단순히 자신 안의 '변태'에 대한 만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이코믹스에 '[500자 리뷰] 악의 꽃 9'을 쓸 때에도 주인공인 카스가 1인에 집중해 사춘기 시절의 좌충우돌 성장물이라 재단했었다. "만화 은 그런 사춘기 시절을 이야기한다. 욕망과 선악 앞..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닌, 만화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의 대작 를 이제야 만났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12년에 걸쳐 연재한 대서사시 .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일하게 수작업 펜터치로 창조한 세계 . 작품은 거장이 40대에 완성해낸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가감없이 온전히 보여준다. 대자연이 인류를 공격하고 죽음으로 몰아 넣을 때, 그 어둠과 죽음 너머에 새로운 빛이 태어난다. 그러니 결코 체념하지 말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살아가야만 한다. 삶은 결정된 것도, 당연한 것도 아니다. 매순간 선택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파괴와 혼돈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미야자키 감독의 테마는 명확하다. 언제나. 대서사시에 걸맞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대칭점들을..
"루이, 솔직히 네 성적 환상에 좀 실망이다. 너무 진부하잖아!" 뒷표지의 이 한 마디에 캐나다 만화가 '지미 볼리외 Jimmy Beaulieu'의 (2013, 미메시스, 이상해)를 구매했다. 완전 충동 구매였다. 단지 나는 여주인공 코린이 보여줄 성의 세계가 너무나 궁금했다. ㅠㅠ 하지만 불과 몇 페이지를 넘기고 나는 낚였음을 인정해야 했다.하지만 기분 좋은 낚임이었다. 그곳은 환상적인 성의 세계라기 보다는,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들과 충동적인 색채들이 난무하는 자유의 세계였다. (물론 일부 깜짝 놀랄만한 컷들도 있지만) 펜과 수채, 그리고 색연필이 거리를 두지 않고 경쾌하게 넘나들고 펜 사이로 음악이 가득하다. 그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내 만화의 지평을 한순간에 기분 좋게 넓혀 주었다. ..
처음 크레이그 톰슨 Craig Thompson의 작품 을 봤을 때만해도 그의 표현력에 놀라고 압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절한 나의 경험을 승화시키면 그처럼 만화를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를 보고나서 그 기대가 산산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내가 단순히 패턴을 수집하고 있을 때 그는 패턴의 중심과 그 원칙을 찾아냈고, 내가 허무맹랑한 사건을 머리속에서 짜내고 있을 때 그는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어른이 된 두 주인공 '도돌라'와 '잠' 이후 7년만에 발표한 대작 . 는 단순히 이슬람의 상징을 차용하고 아랍어를 형상화한 연상연하의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낯선 코란과 예언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성서와 동일한 맥락을 찾고, 또한 논..
어느날, 남편이 출근 길에 죽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런 그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예고 없이 찾아와 야금야금 마음을 좀먹습니다. 무기력, 회한, 대외기피... 자신감은 끝없이 추락하고 자신의 존재의의는 고사하고 밥먹는 것조차 죄스럽습니다. 최악의 경우엔 자살까지 치닫게 되죠. 제게도 몇 번의 백수 시절,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패배감과 우울함으로 매일 저녁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이런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가족의 믿음입니다. 영화 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듣고 싶은 말들로 가득합니다. 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원이라면 하나둘쯤 아내에게 건네받고 싶은 표현들이 담겨있죠. 작은 위로, 칭찬, 격려, 지지, 응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