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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피어나는 소리
볼 때마다 구석구석을 재발견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저런 장면이 있었구나, 아 그래서 그 소품을 썼었구나...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을 주는 아주 불친절한 영화들말이죠. 볼수록 새롭고 애정이 쌓이는 그래서 데자뷰를 보듯 어떤 풍경이나 물건에서 자연스레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모조리 오려붙여 놓고 싶은 멋진 작품. 오늘로 세 번째 영화 를 봤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주제를 유쾌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누가 자살미수자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이야기를 나 좋다고 돈내고 보러갈까요. 감히 말하건대 배우 정재영이 아니었다면 '응애' 울음소리조차 낼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를 의식한듯 영화도 남자 김씨(정재영)의 이야기로 시작됩..
그냥 막 걷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끔은 미친듯이 달리고 싶은 날도 있죠.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길이 없어 '한강'을 향했습니다. 돌아보면 한강은 제게 참 많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흐리멍텅하고 무기력했던 시절, 햇살을 받으며 한강을 걷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밤은 밤의 방식대로 강내음, 풀내음으로 텅 빈 가슴을 차분하게 채워주었죠. 그 길 위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친구가 있으면 뜬금없이 전화를 걸기도 했고, 낮에는 도시락 밤에는 캔맥주 하나 손에 들고 이런저런 고민과 꿈을 나누었습니다. 찰랑찰랑 거리는 물결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런데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음악소리에 맞춰 구르는 젬베 소리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글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오늘은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짧게 끄적일까 합니다. 1. 작년 말, 문득 30대의 제 자신이 몹시 슬펐습니다. 수많은 질문 끝에 얻은 직업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하신데... 알 수 없는 근원적인 슬픔 같은게 썰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슬픔이 제게 이렇게 묻는거 같았습니다. "너를 설레이게 하는 건 뭐니?" "......" 아주 곤란한 질문이었습니다. 30대는 '독립'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했던 제 자신이 카운터펀치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답할 수 없었던 자신이 서글펐습니다. 당시 제게 작은 즐거움이 있었다면 파울로 코엘료의 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요일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 한 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