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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낯선 만남

[보드게임] 내 이야기로 시작한다 - Dixit (2008)

우엉군 2012. 5. 11. 22:42

 

온오프믹스(ONOFFMIX)에서 알게 된 <보드게임을 만들며 창의력 개발하기>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지도 벌써 3주째. 처음엔 "호오... 정말 가능할까?"하고 덥썩 물었다가, 구루피플스(GURU People's)란 회사의 정체에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활동이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매주 화요일 저녁을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 1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1.

첫 모임은 유쾌한 구루피플스 김익성 팀장님의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됐습니다. 10명 내외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각자가 모임을 통해 기대하는 바를 밝힙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단순히 소비하는 삶이 지겹네요, 가능하다면 직접 뭔가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이죠. 풋내기가 거창했네요 ㅋ

김익성 팀장님에 이어 게임 컨설턴트(?) 김형철 전문위원님의 보드게임에 대한 가벼운 소개가 시작됩니다. 보드게임의 기본속성 읽기, 구성요소들, 기본적인 운영방식들에 대한 짧고도 명쾌한 설명들.

그 중에서도 "적절한 변수를 통한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장기를 잘 두는 것은 이기고 지고 이기고 지고... 계속 주고 받는 것. 어른과 아이, 선배와 후배, 좋은 패와 나쁜 패 사이의 격차가 거의 없는게 무척 중요하다고 하셨죠. 

 

 

2.

그리고 우리는 첫 번째 보드게임 'Dixit (딕싯, 가로되)'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독일 게임비평가상을 받은 Dixit은 전문위원님 소개대로 시적 은유가 가득한 스토리텔링 게임입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3~6명의 참가자가 한 턴씩 돌아가며 스토리텔러가 됩니다. 스토리텔러는 자신이 가진 그림카드에 대해 온갖 상상력과 은유를 동원해 묘사합니다. 길어도 좋고 짧아도 좋습니다. 이어서 참가자들은 그 설명과 가장 적합한 카드를 골라 보이지 않게 한 장씩 냅니다. 참석자 숫자만큼의 카드가 앞에 놓이고 참가자들은 문제를 낸 스토리텔러의 카드를 맞춰야 합니다. 정답은 한 사람만 알고 있겠죠? ^^

그림카드가 추상적이어서 같은 카드에 대해서도 무척 다양한 해석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게임 참가자들도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죠. 서먹서먹한 첫 만남의 자리에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데 무척이나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많이 웃고, 끄덕이고, 감탄하게 됩니다. 아이와 같은 감성을 만나고, 양파껍질을 계속 벗겨가는 듯한 즐거움이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 중에 제대로 된 스토리텔러가 없다면 게임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보드게임이 다 그렇겠지만 함께하는 참가자가 너무나도 중요한 게임입니다. "내 옆의 저 사람을 좀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은유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니까요.

 

3.

왜 Dixit으로 첫 시간을 시작했는지 그 때는 몰랐습니다. 이제와 돌아보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용도도 있었겠지만, 결국 하나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것을 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만의 보드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의미인거죠.

첫 과제는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보드게임을 통해 나를 만나러 간다니... 이건 예상도 못 했네요.

 

A.

Dixit 관련 글들을 서핑하다가 블로그 <Life is...>에서 imssc100님을 알게 됐습니다.

'보드게임감상'이란 연작 글을 40여편 이상 작성하신 보드 마니아이신데, 보드게임에 대한 즐거움을 단순히 개인의 취미에 국한시키지 않고 가족과 커뮤니티 철학까지 확장시키는 아주 진기한 분입니다.

캐나다 이민자로 현지인과 카드를 뽑고 주사위를 던지는 imssc100님을 보고 있자면 보드게임이 얼마나 근사한 커뮤니티 놀이도구인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imssc100님의 Dixit 감상평도 재미있지만 프로필을 일독 권합니다. ㅋ

보드게임과 글로벌 커뮤니티... 신나는 세상이네요. 정말

우엉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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