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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북극곰 썰매 (1984~2012)

우엉군 2012. 7. 7. 14:02

왼쪽은 암컷 '얼음', 오른쪽이 수컷 '썰매' 

 

    만남 만큼이나 이별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The Economist의 'Obituary 부고'를 볼때마나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Obituary를 써야겠다 생각했는데 그 날이 이런 식으로 오네요.

    7월 2일, 서울어린이대공원 북극곰 썰매가 29세의 나이로 운명했습니다. 북극곰의 평균수명이 25년이라고 하니 장수한 편이긴 하지만 동물원에서의 삶이란 어떤 것일지 저로써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찬반론에도 불구하고 십수년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희귀한 생명체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썰매'라는 멋진 이름도 가지고 있었던 녀석이었으니까요. ^^

    썰매와의 만남은 단 하루였습니다.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7월 1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극곰을 직접 봤습니다. 기사를 보면 썰매는 6월 내내 내실에 누워있었다니 제가 본 것은 아마도 그의 아내 '얼음'이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여하튼 신기한 마음 반, 여기저기 똥을 싸놓고는 날도 더운데 계속 안절부절 왔다갔다해서 걱정 반이었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얼음도 같은 춤을 추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이미 썰매의 춤은 '왔다리 갔다리 춤'이라는 이름까지 붙어있더군요.

    북극이 어쩌느니, 동물원이 어쩌느니 그런 익숙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꼭 보고 싶었다는 그 호랑이처럼. 북극곰 '썰매'를 함께 보았던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그 날을 추억하며 썰매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 그 뿐입니다.

 

    썰매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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